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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시인의 시세계

2013.10.23(수) 18:08:15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찌뚜둥한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 같은 날씨다. 다시 말하면 맑은 가을 하늘이 아니다.

먹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신동엽 시인의 시가 한 편이 떠 올랐다.  신동엽 시인은 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를 시를 썼던 것일까?

잠시 신동엽 시인의 마음 얹저리를 뒤짚어본다.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1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2

 

신동엽 시인은 첫행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고 외치면서 설의법으로 시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하늘을 보지 못했다는 반어적 표현이다.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보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시인은 우리가 정녕 하늘을 보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우리가 맑은 하늘이라고 믿고 바라본 것은 먹구름 낀 하늘이고, 열이 펄펄 끓고 있는 쇠항아리이다.

여기서 먹구름은 일제치하를 거쳐온 어두운 정치 상황에 대한 묘사로 읽을 수 있고, 쇠항아리는 깨야 하지만 깰 수 없는 낡은 관습과 억압 등과 같은 여러가지 현실들이다.

어쩜 여기서 쇠항아리는 자연의 반대편에 있는 전쟁을 양산한 문명을 일컫는 말로도 해석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3

 

신동엽 시인은 시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시세계를 함축하고 있는 '시인정신론'이라는 시론을 발표했다.

시인 정신론에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대지위에 나오기 이전의 세계는 문명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신화적 세계로 표현된다. 이 신화적 세계는 원시공동체가 살아있는 세계이면서 신동엽 시인이 추구한 이상세계였다.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4

 

시인은 원시공동체가 살아있는 이 세계를 원수성의 세계로 보았다. 이 원수성의 세계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대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대지는 원초적 생명이 충만한 세계이고, 차수성 세계는 인류의 문명으로 이루어온 현대사회를 지칭한다.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5

 

반면 위 시에서 "네가 본 건, 지붕 덮은/쇠 항아리"로 표현되는 차수성의 세계는 대지로부터 생겨 난 세계가 아니라 문명인들이 만든 허구의 세계이다.

신동엽은 차수성의 세계를 무기, 권력, 외세, 자본 등의 이미지로 파악한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종착점은 아침저녁으로 네 마음속의 구름을 닦아낸 곳이고  또 아침저녁으로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이다. 

그 하늘만이 시인이 말하는 맑은 하늘이고 또 우리가 돌아가야 할 본연의 자리다.


누가하늘을보았다하는가 6

 

내 고향은 신동엽시인이 태어나서 자라고 또 살림을 차렸던 충남 부여.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항상 신동엽 시인에 대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신동엽 시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추구했던 시세계와 그가 돌아가고자 했던 맑은 하늘에 대한 동경이다.

모든 경쟁과 싸움이 멈춘곳, 그리고 대지와 하늘이 서로 소통하는 곳. 현대로 치자면 그냥 편안한 시골 풍경정도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시인이 돌아가고자 한 맑은 하늘은 우리가 늘 마음속에서만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였다. 

하지만 나는 가끔 내 마음의 황무지를 발견할때 마다 섬짓 섬짓 놀라곤 한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자고 나 자신을 채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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