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팔순 엄마의 꺼먹 고무신을 보며 지낸 행복한 하루

2013.06.30(일) 08:03:31 | 오수금 (이메일주소:sjhdk334@hanmail.net
               	sjhdk33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엄마, 올해는 감자가 씨알이 작네요. 이건 졸여 먹는데나 쓰겠네”

뜨거운 날씨에 먼지가 풀풀 날리는 감자밭. 어제 아침, 친정 논산으로 감자를 캐러 갔는데 감자밭에는 메추리알만한 감자부터 어린애 조막만한 것, 그보다 조금 더 큰 돌멩이 크기의 감자들이 제각각의 모양대로 밭 이랑에 줄을 이뤄 펼쳐져 있더군요.
 

이미 많이 캐 놓으신 감자

▲엄마가 이미 많이 캐 놓으신 감자
 

감자를 캐고 계신 엄마

▲ 감자를 캐고 계신 엄마


부지런한 엄마가 이미 캐 놓으신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감자는 벌써 한달전에 다들 캤구요, 지금은 하지 감자라고 해서 늦감자를 캐는 시기입니다. 비닐하우스 감자는 이미 캐고 난 자리에 모를 심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지금 캐는 늦감자는 이 자리에 가을 걷이용 검정콩(서리태)을 심거나, 참깨, 들깨 같은것을 재배합니다.

아니면 열무를 심어 뽑아 낸 뒤 조금 더 뒀다가 김장용 무 배추를 심기도 합니다.
 

감자밭에 씌워져 있는 비닐

▲ 감자밭에 씌워져 있는 비닐. 비닐 속에는 감자 씨알이 들어있고, 비닐 위의 감자 줄기는 아버지가 이미 뽑아두셨네요. 감자 캐기 쉽도록...

아버지가 감자 캐기 쉽도록 밭의 절반은 벌써 줄기를 죄다 뽑아 놓으신 후 비닐을 걷어 놓으셨습니다. 엄마와 나는 호미로 감자만 캐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논에 물 대러 가셨습니다. 요즘 계속되는 가뭄에 논에 물이 부족해서 양수기로 논에 물을 퍼 올려야 한다며 감자밭을 모녀에게 맡기고 가신 겁니다.
 

씨알은 작아도 소중한 감자

▲ 씨알은 작아도 소중한 감자


감자밭에 철푸덕 주저 앉아 일을 시작했는데 이 감자가 생각보다 씨알이 작으니 신명이 나지 않습니다. 감자농사라고 해서 몇백평 크기의 밭에 대단위로 심은것은 아닙니다. 집 앞 텃밭에 두어이랑 정도 심어 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씨알이 작은건 웬지 서운합니다.

원래 농삿일이라는게 감자든 수박이든 참외든 간에 씨알이 크고 튼실해야 일할 맛이 나는 건데...

‘에고, 날씨는 뜨거운데...’하면서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합니다. ㅎㅎㅎ
 

딸내미의 수다에 아랑곳 없이 묵묵히 감자만 캐고 계신 엄마

▲ 딸내미의 수다에 아랑곳 없이 묵묵히 감자만 캐고 계신 엄마


“작년에는 좀 컸는디... 올개는(올해는) 별루다. 뭐, 돈 할라고 심었냐. 늬덜 조금 갖다 먹으라고 한거닝께 서운타 말고 어여 캐기나 혀”

엄마는 이미 마음 비웠습니다. 그저 하늘과 땅과 비와 바람이 주는대로 받는 농삿꾼의 천성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자연과 순리에 맡기신채 살아오셨으니까요.
 

엄마의 꺼먹고무신(검정고무신)

▲ 엄마의 꺼먹고무신(검정고무신)
 

60년대에 신던 그 신발을 지금도 신는 엄마가 하도 웃겨서 웃음보가 터지고...

▲ 60년대에 신던 그 신발을 지금도 신는 엄마가 하도 웃겨서 웃음보가 터지고...


“어? 엄마 그거 꺼먹 고무신(검정고무신) 아냐? 그거 아직도 신어?”

호미질을 하시는 엄마의 신발을 보고는 뒤로 나자빠질뻔 했습니다. 배꼽 쥐고 웃다가요.

엄마는 60년대는 물론이고 70년대 80년대를 거쳐 오늘날 2013년도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말표 고무신, 그 꺼먹 고무신을 신고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시의 멋쟁이 할머니들과는 다른 농촌 할망구이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검정고무신은 자식이 보기에는 좀 안타깝습니다. 돈이 없는것도 아닌데...
“뭐가 어떻다고 그려? 질기고 좋구만. 어여 일이나 혀”

저도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어릴적에 검정고무신 신었던 기억이 나서요. 그리고 지금 팔순의 친정엄마 역시 그게 몸에 맞고 행복하시다면야 검정고무신이든 흰 고무신이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딸내미가 웃거나 말거나 엄마는 묵묵히 감자만 캐고 계십니다.
 

손 틀까봐 장갑은...ㅎㅎㅎ

▲ 손 틀까봐 장갑은꼭꼭...ㅎㅎㅎ


그래도 손 트니까 일 하실 때 꼭 장갑은 끼고 하시라는 자식들의 신신당부는 잊지 않으셨는지 이렇게 제가 언젠가 사다드린 장갑은 잊지 않고 끼고 계십니다.
 

얼굴 탈까봐 모자도 꼭꼭...

▲ 얼굴 탈까봐 모자도 꼭꼭...


얼굴 탈까봐 농약회사에서 경품으로 준 모자 쓰는 것도 잊지 않으셨구요.
 

감자밭 옆의 콩

▲ 감자밭 옆의 콩
 

감자밭 옆의 옥수수

▲ 감자밭 옆의 옥수수


감자밭 옆에 심은 콩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그 옆의 옥수수 역시 꽃을 피워 곧 열매를 맺을 작정입니다. 모두 다 친정집 주변 텃밭의 일들입니다.

감자 캐러 간 딸내미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수다만 떨고 있는 사이 엄마는 벌써 아버지가 비닐을 걷어 놓은 부분은 다 캐고 새로 비닐을 걷으러 저만치로 가셨습니다.

 

감자를 더 캐기 위해 다시 비닐을 더 걷고...

▲ 감자를 더 캐기 위해 다시 비닐을 더 걷고...
 

열심히 일만 하시는 엄마가 안쓰럽지만, 그게 건강에 도움이 되신다니...

▲ 열심히 일만 하시는 엄마가 안쓰럽지만, 그게 건강에 도움이 되신다니...


“언능 와서 이거 걷자!”라고 소리칠때쯤에서야 그동안 들고 있던 핸드폰 디카를 놓게 됐습니다.

 저도 그제서야 카메라질(?) 중단하고 감자 캐기에 나섰습니다. 감자 씨알은 작았어도 친정엄마와 함께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수금님의 다른 기사 보기

[오수금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