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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고추 심고, 올챙이 잠고

시골 풍경 사이로 봄날은 가고

2013.05.08(수) 18:17:36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네요. 아무래도 다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어버이날에 부모님 찾아뵙기가 힘들어서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어요

큰맘먹고 시골에 홀로 계신 엄마 용돈도 준비하고, 얼마전에 나온 따끈한 시집도 한권 챙겨서 시골로 날아갔지요. 물론 카네이션 화분도 하나 사 들고 갔답니다.

자식들 온다고 하루 전날부터 김치담고 나물 뜯고 반찬 만드느라 다리가 다 아프다는 우리 엄니, 거기 까지는 좋은데 왜 고추는 심겠다는 것인지... 오랜만에 친정에서 좀 쉬어야지 했더니 완전 계산착오였어요

아버지 살아계실때만 해도 고추 농사를 참 많이 했는데, 올해는 엄마 혼자계신데다가 무릎 관절수술까지 하셔서 고추농를 포기하고 지난해 기준으로 10분의 1에 해당하는 300포기만 심기로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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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먼저 밭에 나가서 밭고랑을 일구시네요. 아무래도 당신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신거겠지요^^  엄마가 밭고랑을 골라놓은 동안에 저는 휴대폰을 들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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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자 앞에 서 있는 '범죄 없는 마을' 팻말이 눈에 들어오네요. 2002년에 세워졌으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범죄없는 마을 팻말'을 보니 2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아버지가 이장을 할때 세운 팻말이거든요.  아버지는 우리 고향을 범죄 없는 마을으로 만들어 놓고는 하늘 나라로 떠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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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류장에는 하루 딱 세번 버스가 들어온답니다. 대천여객이 들어오는데 아침 8시, 낮 12시, 저녁 5시 시간때에 버스가 들어와요. 평소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이 거의 없지만  장날만 되면 상황이 역전되는데요. 장거리를 꼼꼼히 싸 들고 나온 어르신들의 발소리에 정류장도 5일만에 낮잠에서 깨어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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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된 조카가 시골에 왔으니 올챙이를 잡아야 한대요. 올챙이를 잡아서 유치원에서키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논둑으로 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올챙이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보니까 한 두마리씩 헤엄쳐 다니는 거예요. 올챙이들도 사람 발소리를 듣고 달아났다가 다시 되돌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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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잡아놓은 올챙이가 신기하기만 한지 계속 바라보고 있는 예원아씨.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올챙이 관찰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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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올챙이를 몇 마리 더 잡았어요. 제가 어린시절만 해도 그렇게 흔하던 올챙이가 지금은 아주 귀한 손님처럼 다가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도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경이니 즐거울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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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애기똥풀이예요. 사람들은 애기똥풀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올케한테 애기똥풀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나오는데 그것이 꼭 애기똥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라고 설명을 해 줬어요.

애기똥풀

                       -안도현-

나 서른 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어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시집 '그리운 여우'(1997)에서


그런데 저는 애기똥풀을 볼때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어요. 바로 안도현 시인의 애기똥풀이라는 시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애기똥풀을 모르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나봐요.

어버이날, 홀로 계신 어머니 생각에 고향을 떠 올려 봤어요. 부모는 살아계실때 잘 해야지 돌아가신 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구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아무리 재롱을 떨어도 아무 대답 없는 아버지. 그래서 살아계신 어머니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어버이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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