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대전에 있는 모임에서 주최하는 봄 나들이에 따라나섰다. 모임의 이름은 '대생모' 풀이하자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주 회원들은 50~60대로 삶의 연륜이 가득 쌓이거나 또는 인생의 깊이를 아는 분들이었다.
먼저 대전에 있는 평송수련원 앞에 대기해 있던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간 곳이 바로 태안에 있는 꽃지해수욕장이다. 아니 봄에 찾아갔으니 꽃지해수욕장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꽃지해변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것 같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파도의 파랑을 넘고 넘어서 찾아간 꽃지 해변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것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먹이를 찾아 열심히 공중을 배회하는 갈매들이었다. 갈매기의 군무에 한참동안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으려니 같이 간 일행 한분이 말을 건네온다.
버스 기사님의 설명대로 우리가 운이 좋았나 보다. 밀물때에 맞춰가서 물이 빠져나간 해변에 길이 나 있었다. 바다에 길이 났으니 거친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향해 힘차게 내달렸다.
뾰족한 바위는 할아비 바위고 둥그스름한 바위는 할미바위라고 한다. 이 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낸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그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는데 그후 얼마있지 않아 비바람을 동반한 번개가 꽃지해수욕장에 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번개가 친 자리에 바위 하나가 솟아올랐는데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저승에 가지 못한 할아버지가 할머니 곁에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너무 애절하고 슬픈 전설을 생각하면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보았다.
세찬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변에 나와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 몇분을 지나쳐 나오다 바다의 맛을 보고 가기로 했다.
준비된 메뉴는 해삼, 멍게, 낙지, 개불이다. 즉석에서 금방 준비한 것과 함께 곁들이는 소주 한잔의 깊이가, 바닷 바람에 맞서 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의 깊이 만큼이나 짤쪼름하고 달콤했다.
바로 해삼, 멍게, 낙지, 개불을 팔던 아주머니다. 그 모습이 하도 깊고 짠해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정중히 사진을 찍고 싶은 포즈 한번만 취해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포즈를 취해 주셨다.
해변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나 꼬마다. 오랜만에 보는 모래가 좋았는지 모래를 퍼 담으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 또 한 컷을 카메라에 담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