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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이에게 '나눔'이 아닌 '돈'만 알게 만든 아빠의 잘못

2012.05.29(화) 13:06:40 | 윤석천 (이메일주소:dj3637dh2927@hanmail.net
               	dj3637dh292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빠, 의식주가 뭐야?”
 초등학교 3학년 다니는 딸내미가 책을 읽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자 대뜸 물었다. 의식주를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딸에게 되물어 보았다. “아름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아름이는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몰라 머뭇거렸다.
“첫번째로 우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음식이 필요 하겠지? 그리고 홀딱 벗으면 춥고 창피하니까 옷도 필요할테고. 또 하나 뭐가 더 필요하지?”

 아이의 답을 기다리다 마땅한 답이 나올것 같지 않은 성질 급한 아빠. 의식주 세가지 중에서 두가지를 알려줬으니, 한가지쯤은 맞춰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딸내미를 바라봤다.

“아... 아빠~ 돈 얘기하시는구나? 돈 말하는거지? 돈이 필요하잖아.”
딸의 대답은 ‘돈’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돈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때문에 나는 할말을 잃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애 엄마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의식주 중 마지막 하나는 집이라고 딸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고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려 그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린 아이 눈에 비친 엄마, 아빠는 돈에 구속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었나? 아니면 돈만 좋아하는  물질만능 어른으로 비쳤나?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고 사는 게 힘겹다 하더라도, 8살 어린 아이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 해 주지 못한 것은 변명할 여지없이 엄마, 아빠의 책임이었다. 배를 채울 음식도, 몸을 감쌀 옷도, 편히 누울 집도 아름이를 포함한 우리 주위의 모든 아이들에게 절실한 것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10살은 어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이 세상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이가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과 나눔을 배우고, 꿈과 소망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일텐데 나는 그동안 아이에게 그런 순수하고 소박한 것을 체득할수 있는 인성 교육을 못해준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 다음주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무료급식소에 갔다. 생활이 곤궁해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을 얻어 먹어야 하는 어려운 분들이고, 또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 어려운 분들에게 시간과 돈을 쪼개어 나눔의  정을 베푸는거라고 설명하자 아이가 놀라워 했다.

 아이가 생각한 돈이라는 것도 결국은 나 혼자만 쓰기 위한게 아니라 남에게 나눠 주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보살펴 줄수도 있다는걸 배운 아이.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보며 아이는 느끼는바가 컸던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엔 대전 현충원에 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아이에게는 의사자 묘역을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자기는 익사한 의사자, 화마 속에 다른 생명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분...

 아이는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돈으로도 안되는, 돈으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세상의 많은 숭고한 가치들을 조금씩 이해하는듯 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느끼게 하다 보니 진정 나눔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기부와 나눔에 동참하는 경험과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예전에 ‘철가방 천사’로 불리웠던 중국음식 배달원은 셋집에 살면서도 수입 대부분을 기부했고, 가수 김장훈씨 같은 사람은 기부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 자선활동가이다.

 몇일전에는 이런 사람들을 국가에서 교과서에 실을거라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선진국처럼 학교 정규 교육을 통해 기부와 나눔의 중요성을 가르치게 되니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학교교육을 통해 나눔의 아름다움을 배우지 않을까.

나눔은 서로를 배려하고 고통을 감싸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눔은 단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바른 인성과 마음가짐을 체득하게 해준다. 나눔 교육은 곧 인성교육이고, 교육에서 빼놓아선 안 되는 교육이고, 시작이 이를수록 좋은 교육이니 나도 더 늦기전에 아이에게 제대로 가르켜야겠다.

 아이 교육이 책만으로 되는건 아닌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아빠. 이젠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도 다니고 기부도 하며, 때론 시간을 내어 여행도 해야겠다. 그리고 돌아오는 주말엔 고향 농촌으로 달려가 감자캐기와 모내기 농촌 일손돕기도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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