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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연탄에 대한 젊은 날의 추억

2012.01.05(목)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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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연탄이다. 그래서 ‘연탄’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쳐 봤더니 가장 먼저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부표처럼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한순간이라도 누구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짧은 詩속에 담긴 내용이 번개탄 같은 밑불이 되어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펴놓는다.

요즘에는 워낙 난방 기술이 발달해서 연탄 때는 집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가스나 기름보일러를 쓰는 집들이 많다. 그렇다고 연탄이 다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얼마 전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 주인한테서 이사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유는 연탄난로를 쓸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란다. 그만큼 겨울엔 난방비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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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초입에 말로만 듣던 연탄 나눔 행사에 참여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매년 기초수급자 가정과 한 부모 가정에 연탄 나눠주는 행사를 펼쳐왔다.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작은 정성으로 올해에도 4가정에 연탄을 배달해주었다. 연탄을 가득 실은 연탄 트럭에서 연탄 창고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그래서 직원들이 연탄창고까지 지그재그로 늘어서서 옆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연탄 배달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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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집 두집 연탄 창고에 연탄이 가득 가득 쌓여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까지 따뜻해 졌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감동하게 만들었던 것은 연탄 창고에 연탄을 가득 쌓아주고 돌아서면서 번개탄까지 챙겨주는 센스였다. 번개탄을 받아든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흐뭇한 미소를 보면서 23년 전 고교시절 이 떠올랐다. 버스가 하루에 3번 들어오는 오지 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고등학교부터 부여에서 자취를  했다.

시골에서 나무만 때다가 처음 때보는 연탄불. 제대로 타는 날보다는 꺼뜨리는 날이 더 많았다. 특히 주말에 시골집에 다녀오는 날이면 하얗게 탄 연탄재가 주인 없는 빈 방을 지키고 있었다. 추운 겨울, 온기 한 점 없는 추운 방에 들어설라 치면 객지 생활의 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 추운 겨울에 성애꽃처럼 피어난 불꽃이 바로 번개탄이다.

번개탄으로 밑불을 만들어 연탄을 지피고 나서 한참을 더 기다려야 겨우 방바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탄하면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아픈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성당 근처에서 자취하던 자취생 선배 둘이 연탄가스에 질식사했다는 소문이 자취생들 사이에 괴담이 되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한번 일어나고 나면 근처 자취방에 초비상이 걸렸다.

연탄가스 누출 위험이 가장 큰 구조는 방 앞에 부엌이 딸려있는 형태였다. 다행히 내가 살던 방은 방 옆에 부엌이 따로 붙어 있어서 연탄가스 누출 위험이 적은 편이었다. 연탄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소문이 나돈 그 다음날 성당 근처에서 선배와 함께 자취하고 있던 내 친구가 가방을 싸 들고 내 방으로 옮겨왔다.

“나도 니들하고 같이 살면 안 될까? 나 무서워서 못 살겠어”

그날 밤 우리 방 식구가 3명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친구와 8년 이상을 같이 살았으니 참 귀한 인연이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삶에 바쁘다 보니 우리의 우정도 많이 소원해졌다.

모두가 자기 살기 바빠서 힘든 이웃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요즘. 또 손익분기점에 따라 정도, 우정도, 사랑도 모두 사라져 가는 현실 앞에서 그 옛날 활활 타 올랐던 연탄불을 떠 올려 본다. 다 타고 남은 하얀 재는 우리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에 가루로 뿌려졌었다. 다 타고 남은 뒤의 아름다움. 올 한해 그 대상이 일이든, 공부든, 사랑이든 연탄불처럼 활활 타 오르는 임진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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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詩를 한번 더 읊조려 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순간이라도 누구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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