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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 땅에서 부모로 살아가기

마음속의 그림책

2011.12.27(화)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요 며칠 인터넷을 열 때 마다 부표처럼 떠올라 눈물샘을 자극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처음에는 대전에 있는 모 여고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머지않아 우리 딸이 고등학생인데 정말 남의 일이 아니었다.

바로 이어서 터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보도는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보다 충격이 더 컸다. 솔직한 마음으로 제발 이제 그만 보도했으면 싶었다.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문자 메시지 내용과 피해 학생 어머니 인터뷰 기사까지. 무거운 맷돌로 꾹꾹 눌러놓은 눈물이 오늘은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그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서 그런지 피해 학생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 가슴으로 전달되었다. 눈앞이 얼마나 캄캄할까? 모든 것이 내 탓만 같을 텐데 이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그래도 그 피해 학생 어머니는 자신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싶은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부처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정말 큰마음이다.

  이땅에서부모로살아가기 1  

나도 피해 학생과 비슷한 성품을 지닌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큰 아이는 또래에 비해 순진하면서 마음이 유약하다. 일곱 살 때 축농증 수술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링거 주사를 맞았는데 그때 느꼈던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가 아이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이후로 가느다란 주사바늘만 봐도 기절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신종플루가 한참 유행일 때 반에서 혼자만 예방 주사를 못 맞았을 정도다.

둘째 딸 아이는 제 오빠하고는 정 반대 성품이긴 한데 학교에 가면 친구가 없다. 친구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른다. 아무래도 자존감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 부분을 해소주는 일이 쉽지 않다. 엄마가 해 주는 위로라고는 “예전에 엄마도 너처럼 그렇게 내성적이었어.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단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너도 나중에는 아주 활발한 성격으로 바뀔 거야” 정도다. 물론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중.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재직하던 이희경씨가 부적응 학생들을 만나면서 무자격 부모 슬하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모가 가져야 할 자격에 대해서 쓴 <마음속의 그림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부모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가슴에 어떤 상처를 남기게 되는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이땅에서부모로살아가기 2  

<마음속의 그림책>을 읽고 나서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린 그림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보관한 적이 있다. 그 그림을 보면 ‘두레’라고 쓴 곳은 엄마가 다스리는 땅이란다. 두레라고 적은 것은 엄마의 인터넷 닉네임을 따서 그렇게 지었다고. ‘원소새끼’라고 쓴 곳은 제 동생이 다스리는 땅이란다.

동생 이름에 ‘새끼’를 붙인 것을 보면 평소 동생에 대한 불만이 표현된 것 같다. ‘탁발국’이 보이고 ‘모기’ 나라 ‘서숙제’ ‘동숙제’가 등장한다. ‘서숙제’와 ‘동숙제’가 호진 나라를 침략해서 호진이가 많이 힘든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거기다 모기까지 합세해서 설상가상이 된 ‘호진국’을 표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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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대목은 가운데에 있는 가장 작은 나라가 자기가 다스리는 땅이란다. 스스로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아 보는 마음이 매우 아팠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림 옆에 작은 글씨는 이 나라가 어떤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부연 설명이라고.

어린 꼬마였던 아이들이 신년이면 어느새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중.고등학생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제발 그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끊임없이 올라오는 가슴 아픈 사연들 앞에서 작은 소망 하나를 가슴에 품어본다. 공부는 좀 못해도 좋으니 제발 아무 탈 없이 가슴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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