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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운무도 쉬어가는 향적산 국사봉

조선 태조 이성계가 올라서 국책을 논했다는 산봉우리

2010.01.16(토) | 잎싹 (이메일주소:kji206@naver.com
               	kji206@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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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이 그리워 충남 계룡시 엄사리에 있는 향적산을 산행하기로 했다. 긴 코스가 아니지만 겨울산이라 단단히 무장하고 아이젠과 스틱를 챙겼서 나섰다. 계룡시 엄사리 청송약수터에서 시작하는 산행들머리는 전날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덮혀 있었다.

향적산은 종교적 목적으로 피운 향(香)이 쌓여(積)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계룡 남쪽능선코스이다. 향적산 주변에는 사찰, 굿당, 각종 기도처 등이 많이 산재하여 있다. 또한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계룡산의 또 다른 모습을 한눈에 볼수있는 경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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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산 산행 들머리

이번 코스는 계룡시 두마면 엄사리 청송약수터 입구에서 출발하여 맨재(싸리골)를 그쳐 513고지를 지나 국사봉 정상을 거쳐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왕복으로 10km이며 4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시간이다.

거리는 길지만 동네 뒷산 오르듯이 완만한 길이라 산책하듯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이다. 눈이 제법 쌓여 초입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랜만에 하는 눈길산행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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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쭉이 양쪽으로 심어져 있으며 선이 아름다운 산책로 같은 산길

잘 조성된 계단언덕을 오르면 우측으로 청송약수터가 아래에 있다.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아 시민들의 식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등산로 양쪽으로 늘어선 철쭉들은 눈이 쌓여 꽃눈이 되어 소복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계룡시는 시화가 철쭉이라 봄이면 도심 곳곳이 화려하게 옷을 갈아 입는다. 산길에도 좀 더 많은 철쭉들이 봄을 위해 식재된 듯 등산로 양쪽으로 가득하다. 봄의 화려함이 벌써 그리워진다.

철탑를 지나 제1헬기장를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는 청솔들이 온통 겨울옷을 입고 달력의 겨울사진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옷을 다 벗은 겨울 나목들 역시 새하얀 옷을 입고 고요한 모습으로 서있다. 풍경이 맑게 울려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온다.

맨재(싸리골)까지는 양쪽으로 온통 솔숲이다. 유연하며 완만한 곡선 솔 숲길은 온갖 에너지를 받을수 있을 듯 편안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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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장에서 바라본  향적산 정상

제법 널찍한 제2헬기장(350m)은 약간의 운동기구가 있으며 이곳에선 평소에 국사봉 정상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나 오늘은 운무로 보이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싸리골 고개까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과 비슷하여 왔던 길 다시 왔나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느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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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골(맨재)은 봄이면 조팝나무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사리도 많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봄을 즐긴다. 이곳에서 보는 계룡산 천황봉모습도 일품인데 역시 운무로 시야 폭이 좁다. 삭막했던 겨울 숲은 침묵을 깨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보는 마음도 새하얗게 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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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산행이 이루어지는 싸리골

싸리골부터는 제법 등산을 한다고 느낄 정도로 서서히 가파른 길로 접어든다. 10여분 오르다보면 양쪽으로 갈림길이 있다. 우측으로는 513고지 좌측으로는 장군암으로 돌아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513고지쪽으로 방향을 잡아 일명 깔딱고개를 오르니 513고지의 탁 트인 전망이 나타난다. 향산벌에서 오르는 금남 정맥 능선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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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고지에서 바라본 좌측 계룡산 정상과 능선

계룡산 천황봉 동북방향으로 또렷한 능선이 장괘하게 뻗어있다. 오늘은 운무가 걸쳐있어 천황봉 정상부와 그 주변 능선길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높은 산에서 보는 운무를 이런 곳에서 만나니 유명설산 부럽지 않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풍경에 빠져본다. 이런 풍광을 가까이서 느낄수 있다니 그 행복감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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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고지에서 바라본 향적산 정상 국사봉

몇 년전 향적산 국사봉을 거쳐 계룡산 관음봉까지 저 능선을 걸은 기억이 까마득한 추억으로 생각이 난다.  아마 8시간 넘는 시간을 계룡산에 파묻혀 있었던 산행이었다. 그 이후로 산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붙어 정말 많은 유명산들을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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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산 상월면 방향

좌측으로 논산 상월면과 논산평야가 설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듯한 운무가 걸쳐져 있는 계룡산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환상적인 모습이다. 삶의 고개를 넘어 온 고단함을 스다듬는듯한 운무를 감상하다 향적산 국사봉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길양쪽으로 나지막한 소나무기운을 받으며 여유롭게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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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믿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쌓아올려진 4층 돌탑도 보인다. 까마득하던 국사봉 송신탑이 어느새 내 눈앞에 다가왔다. 조선초기에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할 때 친히 올라와 국사를 논했다 하여 국사봉이라 유래한다는 얘기가 있다.

정상 국사봉(575m) 표지석 앞에 서니 계룡산 정기를 한몸에 받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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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산 정상(국사봉 57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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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최근에 새로 조성된 향적산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통팔달 한눈에 들어온다. 대둔산 방향으로 계룡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논산평야지대방향은 눈덮인 들판의 넉넉한 평화로움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계룡산 운무는 진경산수화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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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바라본 황산성방향

남쪽 황산성 방향은 계백의 황산벌 흔적을 찾을수 있을듯 굳건한 힘이 느껴지는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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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창운비와 오행비

국사봉정상에는 천지창운비가 세워져 있다. 천지창운비는 향적산에서 비롯되는 천지의 운세를 나타내는 비로 북쪽의 묘향산과 구월산에 흩어져 있는 단군성조의 얼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라 주장한다는 것이다.

약 3m 쯤 되는 정사각형의 머리에 판석을 얹은 높이 2m의 사각 돌비다. 사방으로동쪽에는『天鷄黃地』 서쪽에는『佛』 남쪽에는『南斗六星』 북쪽에는『北斗七星』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그 옆에 오행비(五行碑)는 높이 약 1.6m의 사각 돌기둥으로( 서면에 화(火) 남면에 취(聚-모이다, 무리의 뜻) 북면에 일(一) 동면에 오(五)자가) 새겨져 있다.

유래에 따르면 평양에서 살다가 향적산으로 옮겨온 조미양 할머니가 묘향산 구월산에 있는 단군성조의 얼을 이 곳으로 옮겨 모시고 신봉하는 활동을 펼치다. 1948년 작고하자 며느리 손씨 부인이 시어머니의 공덕을 기리고 그 정신을 받들기 위하여 여기에 비를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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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산에서 바라본 계룡산 정상과 능선

하얀눈은 사람을 들떠게 만든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눈을 즐기겠지만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눈길산행은 그 어느때 보다 아름다운건 내 발걸음이 바쁘게 걸으며 볼 수 없었던 풍경을 오늘은 느리게 걸으며 다양한 모습들을 여유롭게 느낄수있는 산행이었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라는 법정스님의 글귀가 생각나는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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