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가을길 따라 귀농을 꿈꾸다

지역자원순환형 유기농 귀농교육 참관기

2009.10.26(월) | 희망씨앗 (이메일주소:sobbul@naver.com
               	sobbul@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간다. 들녁은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고 황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울긋불긋 단풍이고, 몇은 떨어져 바람에 뒹구는 낙엽이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1  
가을이면 유독 귀농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커지는가보다. <사진은 천안연암대학 교정의 가을풍경>

가을풍경이 주는 넉넉함이 그리워서일까, 가을바람에 마음이 스산하게 동한 것일까. 요즘 부쩍 귀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 지난 24일 천안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귀농교육과정에도 40여명이 참석해 귀농의지를 다졌다. 평일에 진행된 귀농교육에 양복을 입고 참석한 사람도 보인다. 어느 누구하나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들은 어떤 사연을 품고, 농촌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을 따라 하루짜리 귀농교육을 가만히 따라가 봤다.

아침 9시를 넘기자 하나둘 귀농 희망자들이 모여든다. 서울에서도 내려오고, 멀리 포항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온 청년도 있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귀농과 관련한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현장교육을 받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당초 신청인원은 47명이었으나 개인사정이 있었는지 3명이 불참해 44명이 참석했단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농촌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인지 서먹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2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위치한 천안연암대학은 다양한 귀농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연암대학 상징인 황소상과 본관건물>

오늘 현장교육의 목적지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푸른들영농조합'이라는 유기농산물 생산자단체란다. 우르과이라운드 출범이후 결성되어  유기농산물을 생산해온 소위 '뼈대있는' 단체다. 오전 강의는 유기농업에 대한 설명과 '푸른들영농조합'과 관련이 깊은 '한살림'이라는 유기농산물 소비조합에 대해 배웠다.

유기농산물은 안전한 먹거리생산에 대한 소신있는 생산자와 비록 비싸긴 해도 이를 믿고 사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성립하는 계약의 결과물 같은 것이다. 단순해보이는 그 계약관계가 번번히 깨어져 우리 사회는 아직 유기농이 보편화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철저한 회원제로 관리한다는 '한살림'은 그래서 돋보이는 면이 있었다.

마침 이 학교는 국화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가을 국화향에 잠겨 귀농을 하면 유기농으로 농사짓겠다던 다짐을 되새긴다. '잘 할 수 있을까?'  농사짓겠다는 결심을 막상 현실로 옮기려니 막막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직접 보고 느끼는 현장교육이 큰 힘이 된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3  
홍성문당마을과 함께 충남의 대표적인 친환경 유기농업의 산실로 평가받는 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

드디어 단체 버스로 유기농 현장을 찾아간다. 차창으로 보이는 들녁에는 공룡알처럼 볏짚을 묶어놓은 하얀 뭉치들이 바둑판의 흰돌처럼 점점이 박혀있다. 겨우내, 아니 길게는 내년 이맘때까지 소의 먹이로 쓰일 것들이다.  

가을길을 따라 40분쯤 달린 후에 도착한 푸른들영농조합 건물. 마을회관정도를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딴판으로 푸른들영농조합은 최신 저온저장고를 갖춘 RPC(종합미곡처리장), 농산물집하장, 교육장 등 시설이 아주 우수했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4  
아산 푸른들영농조합 이호열 대표
70년대부터 우직하게 유기농을 고집해온 이호열 대표가 반갑게 교육생을 맞아 연혁을 소개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원순환형농법'. 순수 유기농을 위해 지역에서 생산하는 유기농산물의 부산물을 유기축산의 사료로 사용하고, 다시 유기축산의 분뇨를 유기농산물의 생산에 퇴비로 이용하는 식이다.  

이어진 시설과 농장견학. 푸른들영농조합 생산자 회원들은 대부분 유기농인증농가들이다. 그 생산자들이 수확한 벼를 수매하여 도정하는 RPC. 생산자회원인 농민들이 30억 정도를 출자하여 건물과 설비를 갖췄다고 한다.

유기 축산과 유기농비료를 사용하는 현장을 위해 찾아간 한우 사육시설. 1,000kg이 넘는 한우가 쇠죽을 쑤어 먹이는 방식의 사료를 먹고, 거세나 제각(소뿔을 잘라 주는 것)을 하지 않는 '한살림'의 규정대로 사육되고 있다. 특히 일정기간을 넓은 방목지에서 뛰어 놀아야 한다니 유기농이 사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가축에게도 이로운 것이란 생각이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5  
유기축산을 위해서는 소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필요하다.

끝으로 소똥을 퇴비로 이용하여 재배하는 유기농오이재배 하우스.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축산에서 나오는 분뇨를 퇴비로 사용한다. 설명해주시던 농장장님이 오이 몇개를 따서 건내신다. 씻지 않아도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장점이니 크게 한입 베어 문다. 아직 채 씹지도 않았는데 오이향이 입안 가득이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나온다. '이렇게 맛있는 오이는 생전 처음'이란다.

  가을길따라귀농을꿈꾸다 6  

아직 낯설고 생소한 것들이 많아 궁금한 것 투성이다. 환하게 핀 오이꽃처럼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좀처럼 끝나지 않아, 교육은 예정했던 시간보다 늦어져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눈에서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의 빛이 살며시 새어나오는 듯 했다.

 

희망씨앗님의 다른 기사 보기

[희망씨앗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