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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기마군단 행렬의 말은 어떻게 모았을까

2008.10.07(화) | 전진식 (이메일주소:aaaa@chungnam.net
               	aaaa@chungnam.net)

  기마군단행렬의말은어떻게모았을까 1  
“저 많은 말들을 어디서 다 모았대유?”
“글쎄, 싣고 오는 것만 해도 일이었을 것인데 말예유….”
지난 3일 부여중 인근. 제54회 백제문화제의 서막을 알리는 대백제군 기마군단 행렬이 시작되자 구경 나온 한 무리의 노인들이 궁금한 듯 서로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기마군단은 그런 노인들 곁을 지나 부여 시가지를 유유히 가로질러 갔다.

올해 기마군단 행렬에 동원된 말은 지난해 두 배 가까운 규모인 185필로, 3일 개막식 때 부여에서 시가지와 주무대 앞을 행렬하며 관람객들에게 이색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선두에 선 척후병과 장수 등은 주무대 앞에서 짚단 베기 등 마상무예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마치 전장에 서 있는 것 같은 숨 막히는 감동을 줬다.

이날 기마군단 행렬과 공연 등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여분.
보는 이들에겐 질주하는 말처럼 흘러가는 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짧은 행렬일지라도 치밀한 사전준비와 수많은 참가자들의 위험까지 감수한 마음가짐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했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185필의 말이면 국내 행사 중에는 규모가 가장 크다.
기마군단 행렬을 맡아 진행한 충남승마연합회의 신옥희 사무국장은 “그동안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화산능행차 때 동원된 120필이 가장 큰 규모이고, 서울 행사도 100마리 규모였다”며 “이번 185마리는 국내에서 처음이자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승마연합회가 추정하고 있는 도내 말 수는 최소 300필 이상이지만, 이 중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말은 120필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3일 기마군단 행렬과 4·5일 황산벌 전투 재현 행사 등에서 2~3마리의 말이 넘어져 ‘기승자(말 타는 사람)’들이 낙마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처럼, 겁이 많은 말들은 급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 놀라 넘어지는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선별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영화와 사극 등에 전문적으로 출연하는 팀과 경기도, 전라·경상도 등 이웃 시·도에서 힘들게 섭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충남 전역과 전국에서 말을 동원하다보니 연습이 충분치 못한 것은 당연한 일.
기마군단 행렬은 대규모 ‘기마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행사인지라 손발을 맞아야 하지만, 각지에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모여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승자 상당수가 개인마(馬)를 소유한 자영업자나 전문직 등으로, 당일 참석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것이 신 사무국장의 전언이다.

각 말을 한 장소에 모으기 위해서는 말 수송차가 필요한데,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도 대규모 연습을 하는데 걸림돌이다.
6~7마리의 말을 실을 수 있는 수송차의 경우 1회 운행 당 100만 원 가량 필요하다.
또 185마리의 말을 한날 한 시에 집결시킬 수 있는 수송차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습은 각 지역별로 진행해야만 했다.
영화에 전문적으로 출연하는 무술팀이 맡은 선두 척후병 등은 경기도에 위치한 승마장에서 별도로 연습하고, 나머지는 각 지역별로 교관이 찾아가 진행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천 춘장대해수욕장에서 30여 명의 충남승마연합회원들이 모여 예행연습을 진행키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습들은 행렬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들은 백제문화제에서 기마군단 행렬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면서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사했다.
1300여 년 전 백제 5천 결사대가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갔을 때의 그 비장함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줬던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번 기마군단 행렬이 지역민들의 참여와 지역간 교류를 자연스럽게 일궜다는 점이다.
기승자들이 기마군단 행렬 참여를 위해서는 말 운반 및 관리비도 문제지만, 미끄러운 아스팔트 바닥이나 관람객 등의 카메라 플래쉬 세례에 말이 놀라 넘어질 경우 ‘폐마’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말 한 필당 적게는 수 백 만원부터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하기 때문에 “주판알을 튕기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승마인들이 행사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 사무국장은 “충남지역 참여자들 대부분 ‘내 지역 행사에 내가 아니면 누가 참여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충남 전역에서 골고루 모였으니 백제문화제에서 적어도 기마군단 행렬만큼은 충남도민 모두가 참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려움과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행렬에 참여하고 나면 말로 다 표현키 힘든 벅찬 감동이 있다”며 “지역에 대한 사랑과 벅찬 감격이 기마군단 행렬을 성공으로 이끈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마군단은 오는 12일 백제문화제 폐막일 공주에서 다시 한번 화려한 행렬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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