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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태안 유류사고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전 大賞

2008.09.25(목) | 전진식 (이메일주소:aaaa@chungnam.net
               	aaaa@chungnam.net)

  보이는것이다가아니다 1  
박순희(홍익대 건축학과 4)

작년 12월에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사건. 인터넷이며 TV며 라디오며 사람들이며 모두 그 사건에 관한 얘기들뿐이었다. 사건의 심각성이 속속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구호품들이 태안으로 몰렸다. 검은 기름들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해안에는 물컹거리는 기름들이 모래사장에도 바위에도 거머리처럼 늘러 붙어 있는 모습은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도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냈다. 직접 현장에 나갔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며 모두 머리를 내저었고 태안 앞바다의 푸른빛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TV를 통해 태안의 모습을 본 나는 브라운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푸른바다를 집어삼킨 검붉은 기름들, 통곡하는 어민들, 기름덩어리에 묻혀 힘없이 죽어간 철새들,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진 태안의 모습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기름 유출사건이 있고 6개월 뒤. TV, 인터넷, 라디오, 신문 어디에서도 태안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 충격적이었던 모습들은 어디에서도 보도를 하고 있지 않았다. 점점 잊혀져가는 태안의 사건. 그리고 무관심해져버린 사람들의 시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기름도 많이 없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과연 그럴까?

학교에서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공고가 게시판에 붙었다. 나또한 6개월 전의 충격이 조금 시들어진 시점에서 태안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기대감과 지금까지도 봉사활동을 받는 걸보니 아직 심각한가? 하는 걱정으로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태안으로 봉사활동 갈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기가 막히게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태안? 거기 아직도 봉사활동 받아?’하는 반응이었다. 모두 이제 괜찮아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으니 나또한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어쩜 그렇게 잊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었다.

5월 24일 토요일 아침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날씨였다. 회색빛 하늘은 근심과 걱정으로 어지러운 내 마음과 똑같았다. 새벽부터 출발하여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태안에 도착했을 때는 9시가 다 되갈 무렵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모항항’이란 곳이었는데 작고 조용한 곳이었다. 날씨는 출발할 때보다는 훨씬 좋아져 다행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워져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차에서 내려 방제복과 방제에 필요한 물품들을 받아서 갈아입고 작업장으로 이동하기위해 한곳에 다 모여 대기할 때였다. 방제복과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나니 갑자기 6개월 전의 그 충격적인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바다를 통째로 집어삼킨 검붉은 기름, 모래와 기름이 뒤엉킨 모래사장,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주민들, 모든 장면들이 너무도 가슴 아프고 괴로웠던 그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다시 시큰거리고 답답했다. 작업장으로 이동하자는 학생회장의 말에 정신을 다시 차리고 걷기 시작했다. 작업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실 우리가 모여 있던 곳에 작업장이 보이긴 했지만 바다를 가운데 두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작업장까지 가면서 본 바다는 내 걱정과는 달리 맑고 푸른색이었다. 작업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바다구경도 하고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좀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방파제에 걸터앉았다. 내 걱정과는 달리 맑고 푸른 바다가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다른 바다와는 달리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과연 우리가 할 일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역시 걱정했던 것보다 심각하지 않았던 거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한참을 바다 구경에 빠져있는 데 아까까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기름 냄새였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심각하게 나진 않았지만 분명 불쾌하고 지독한 냄새였다. 바다에서 내가 있던 곳까지의 높이는 아마 대략 4미터정도는 됐을 것이다. 미미하게 나긴 했지만 벌써부터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뭔가 지금 내가 안심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하는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아무래도 좀 휴식을 취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방파제에서 일어나 그늘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웃고 떠들면서 사진을 찍고 있던 학생들이었다. 나 혼자 심각했을 수도 있다. 나 혼자 깊게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저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소풍을 나온 것도 아닌데 마치 자신들이 너무나 즐거운 곳에 왔다는 냥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진 찍고 있는 그 모습들은 정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아직 저 학생들은 기름 냄새를 맡지 못한 것일까? 맑고 푸른 바다에 속아 아직 심각성을 못 느낀 걸까? 아무리 그래도 좀 자중해줬으면, 좀 더 진지해줬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흐르고 작업장에 투입될 무렵이 어느 덧 10시가 넘고 있었다. 일단 여자들은 주민아주머니들과 방제작업에 쓰일 수세미를 만들었고 남자들은 작업장에 내려가 기름때를 닦았다. 한 켠에 장막을 쳐놓고 아주머니들이 모여앉아 수세미를 만들고 있었고 수세미는 바인다끈(소위 말하는 고추끈, 응원할 때 쓰는 수술로 많이 쓰는 노끈)을 풀어서 만들었는데 그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수술이 가늘수록 기름이 잘 묻는다는 주민아주머니들의 말에 최대한 가늘게 만들려고 점점 얇아지는 끈을 찢고 또 찢고 하다 보니 손가락 끝이 손톱에 찍혀 점점 빨개지고 아파지는 것이다. 손가락을 바꿔 잡아가며 열심히 찢고 또 찢고, 열심히 하나 만들어서 뿌듯해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은 벌써 서너 개씩 만들고 계시는 것이었다. 장막 안의 분위기는 내가 앞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화기애애했다.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조금 지쳐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장막 안은 밝고 유쾌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까, 갑자기 숨 쉬는 것이 편하지 않은 것을 느꼈다. 목젖 있는 부분이 뭔가 끼어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침을 넘길 때 마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 불쾌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뿐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자 불쾌함은 조금 심해져서 식욕마저도 떨어져버렸다. 분명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 눈에는 마냥 깨끗해진 바다가 펼쳐져 보이고 건강한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내 몸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염된 공기, 오염된 바다, 오염된 하늘, 오염된 바위, 물고기, 새, 나무,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그 검은 기름에 의해 오염되어버린 것을 눈이 아닌 몸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건 이정도면 괜찮다고 간과해버릴 거짓부렁이들뿐.

오후 시간에도 작업을 해야 하므로 식사는 거를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식욕이 없다 해도 배는 고팠는지 밥 한 공기를 뚝딱해치우고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아주머니들은 벌써 식사를 다하시고 돌아와 다시 작업을 하고 계셨다. 오전과는 달리 많이 지쳐 보이는 아주머니들의 얼굴에서는 들리지 않는 한숨소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용하던 작업장엔 볼멘소리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온다. 아주머니들의 한 맺힌 목소리에는 한숨과 슬픔이 묻어났고 서러움과 상심이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속상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수세미 만들어주는 것뿐이 없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고 작아보였다. 그렇게 아주머니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작업하고 있는 중에 또 어이없는 얘기를 듣고 만 것이다. 작업장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어이없는 얘기. 재미? 재미를 왜 여기서 찾고 있는 걸까?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에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철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는 없다. 아주머니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 재미? 헛웃음만 계속 나온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여기서 또 나온다. 겉으론 자원봉사란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커다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속으론 재미를 찾고 있다. 나 참, 그 분들을 이해하고 같이 한탄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의 아픔을 듣고 있고 기름 냄새를 그렇게나 맡았다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흥취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바로 그런 가벼운 행동들이 이런 상황을 더욱 간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화가 났다.

오전에 작업장으로 내려갔던 남학생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보니 밑에서의 작업이 정말 힘들긴 힘든가보다. 수세미를 어느 정도 만들어 놓고 작업장으로 내려갔다. 밑에 광경은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내려가면서 더욱 진해지는 기름 냄새와 바위를 들출 때마다 나오는 바닥에 늘러 붙어 있던 기름들, 이 광경을 보고 어느 누가 태안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길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내려가자마자 눈물이 울컥 났다. 수세미를 들고 기름들을 걷어 내보지만 마음만큼 기름이 제거되질 않는다. 바위에 늘러 붙어 있는 기름들을 박박 닦아보지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기름들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굴삭기로 바위들을 걷어내면 그 안에 묻혀있던 기름들이 뭉글뭉글 나오는 것이 그렇게 징그럽고 더러울 수가 없다.

도대체 지금 이 정도로 나오면 6개월 전에는 어땠다는 것인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다. 고인 기름들을 걷어내고 또 걷어내도 어디 숨었던 것들이 그렇게 나오는 지 점점 늘어나기만 할 뿐 줄어들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작업시간은 불과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듯했지만 마스크를 써도 지독한 기름 냄새 때문인지 흐르는 땀 때문인지 눈까지 따갑고 전보다 숨 쉬는 것도 훨씬 힘이 들었다. 덥고 괴롭고 힘들고, 태안 봉사활동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봉사활동들보다 훨씬 힘들고 고된 경험이었다.

작업장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상태로 어쩌다 이 바다가 이렇게 됐는지 어쩌다 이런 커다란 재앙이 오게 된 건지 한탄 반 푸념 반을 속으로 계속 얘기하면서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데 갯벌사이에서 작은 게 한 마리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마리의 작은 게가 갯벌에서 튀어나온다. 끈적거리는 검은 기름과 섞여있는 갯벌사이에서 나온 그 작은 게 한 마리가 나한테는 얼마나 커다란 감동을 주었는지 모른다. 다른 바다에서 그 작은 게를 보았다면 아마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흔한 작은 바다게일 뿐이니까. 그런데 그 작은 생명체가 이런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이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한 시간 남짓 있던 나보다 더 오래 살았을 그 작은 게는 지금 나보다 더 힘들었을 텐데도 용케도 갯벌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작업하면서 죽은 동물들을 안보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는 뜻밖의 감동이었다. 그 작은 게를 보고 나니 힘들다는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막막하기만 했었는데 조금은 희망이 보이는 구나..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답답했던 기분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봉사활동이 끝나고 다시 답답해짐을 느꼈다. 봉사활동을 갔다 와서 태안의 심각성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하자 다들 의외라는 반응뿐이었다. 누구하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질문, ‘아직도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 있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반응들뿐인 현실이 참 답답했다. 주민들은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데, 바다는 아직도 썩고 있는데, 누구하나 아직도 그렇게 심각하구나하면서 걱정하는 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던 사건이 불과 6개월 만에 이렇게 무심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남의 일이라는 냥 말할 수 있는 지,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아니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그들의 아픔을, 그리고 죄 없는 광대한 자연이 썩어가는 모습을 느껴보지도 않고 이렇다 저렇다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괜찮다. 괜찮아졌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인가? 직접 느끼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보았어도 진실을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태안은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데, 다들 너무 쉽게 얘기한다. 그리고 너무 쉽게 잊는다.

태안에서 기름제거를 했던 시간은 불과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크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기름을 제거하고 수세미를 만들던 봉사활동이 전부가 아닌 더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된 시간이었다. 많은 봉사활동들을 해보면서 지금까지 많은 보람을 느껴오고 뭔가 하나씩 깨달음을 얻었지만 이번 태안 기름제거 봉사활동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깨달음은 다름 아닌 자연의 거대함과 소중함.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인간들은 완벽하게 이기적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보여 지는 것이고 우리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 또한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영원하고 무한해서 우리가 좀 보호하지 않아도 우리에겐 아무 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무한한 희생과 아량을 바라는 것처럼 인간들은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희생과 아량을 바란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네 어머니들과 다르게 쉽게 지치고 한계를 느낀다. 우리가 행하는 그런 이기심들은 자연을 점점 한계에 치닫게 만들고 결국 그동안 부려왔던 이기심들은 큰 재앙으로 변해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앙으로 피해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들의 몫인 것이다.

이번 태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인간들이 깨달은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충분히 반성하고 깊이 생각해 볼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자연이 돌려준 재앙은 아니었지만 인간의 부주의와 책임회피와 같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가져온 재앙인 만큼 더더욱 깊게 반성해야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엄청난 재산피해와 환경오염 등의 결과를 낳고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실의에 빠지게 되는 아픔은 물론이고, 쏟아 붓지 않아도 될 엄청난 사람들과 돈이 투입되어 복구 작업에 힘을 쏟았다. 과연 이 사건이 잊어도 될 만한 사건일까? 그리고 잊혀져도 될 만한 사건인가? 알아서 치유되겠지, 알아서 봉사활동 많이들 가겠지, 뭐 나라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면서 가볍게 간과해버려도 될 사건일 것인가?

태안은 분명 6개월 전보다는 많이 좋아져있었다. 기름이 바다를 집어삼킬 정도로 많이 있지도 않고 바위들이 기름옷을 입고 있지도 않고, 백사장에 기름에 뒤덮인 채 힘없이 죽은 철새도 없고. 적어도 겉으로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관심해지는 국민들과 정부 때문에 겉은 멀쩡할지 몰라도 태안의 앞바다나 태안의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드러나지 않는 속병만 심각해질 뿐이다. ‘나 한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라고 나약하게 생각하기보다 ‘많이 좋아졌던데 뭘…’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가볍게 판단하기보다 ‘나라도 관심을 갖자’, ‘나라도 도움이 되자’라고 하는 마음으로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태안의 바다와 주민들의 속병도 빠르게 없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좀 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는 것을 버리고 마음으로 보고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제발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하루라도 빨리 태안의 주민들도 바다도 다시 맑고 밝은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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