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계룡출장소 관내는 포로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주민들은 계룡지역의 특수성이 특별히 관리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기대를 하고 있다. 특례시 설치를 염원하지만, 그 의욕에 따른 변화는 미미하다. 불합리한 행정구역 구조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은 새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인구 비례를 계산해 볼 때 처한 문제들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 승격이 되면 뭐든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계룡지역이 시 승격을 계기로 완전한 자체단체가 된다해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계룡지역에서 가장 큰 복지 문제는 주민들이 문화적 향수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에 비하여 처절하게 문화복지가 외면 당하고 있다. 계룡지역 인구 비례에 따른 문화공간은 찾아 볼 수도 없고, 문화공간이 없으니 문화예술인들의 행사 또한 열리지 않는다. 문화예술인들은 뼈를 깎는 희생으로 대중들의 정서를 이끌어 가거나 문화적 향수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곧 그들 삶 전부이다. 그러나 계룡지역 거주 문화예술인들이 의무를 수행하거나 삶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대안조차 없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무한정 추구하는 부의 창출은 인간의 피폐한 정신적 삶만 던져 줄 뿐, 문화예술이 추구하는 인본주의 정신까지 따라 올 수가 없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다. 문화예술은 삶의 가치 기준을 정립하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논하는 일이다. 미적 체험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재테크 문화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계룡지역은 ‘정도령 이야기‘ 만으로 역사를 평가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충청남도는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화‘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문화의 척도로 가늠하기도 하고, 문화수준의 차이를 ‘문화인‘, `문명인‘,‘미개인‘,‘야만인‘ 이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계룡지역 주민들의 문화복지 수준은 어떠한 용어에 해당하는가. 우리는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야만인도 아니고, 문명과 멀어져 있는 미개인도 아니다. 파렴치범을 수용하는 교도소에도 문화공간은 있다.
충청남도는 계룡지역에 하루 빨리 문화공간을 확보하여 주민들에게 문화적 체험기회를 제공하라. 문화예술체험을 해갈 못해 숨넘어갈 지경이다. 충청남도는 지역의 고른 문화 발전에 따른 면밀한 검토와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문화공간 한 평 없는 포로수용소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해방시켜 주기 바란다.
계룡지역은 충청남도의 포로수용소가 아니다.
계룡미술협회장 이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