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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포식자’... 천수만 삵을 통해 우리 미래를 본다

멸종위기 2급... 자연환경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종’

2023.01.31(화) 10:07:11자유새(noblesse0550@hanmail.net)

삵은 황갈색의 털색을 가지며 이마에 11자 모양으로 흰색 줄무늬가 있다. 귀에 흰색 반달무늬가 있다.

▲ 삵은 황갈색의 털색을 가지며 이마에 11자 모양으로 흰색 줄무늬가 있다. 귀에 흰색 반달무늬가 있다.


시베리아 한파가 내려와 한반도를 덮은 체감온도가 연일 영하 17도 이하까지 떨어지던 날들. 한파에 폭설이 쏟아진 다음 날인 주말 28일. 

따뜻한 햇살에 흑두루미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 따뜻한 햇살에 흑두루미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오랜만에 한낮의 기온이 영상을 넘어서며 움추렸던 철새들도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날엔 야행성임에도 오랜만에 나온 따뜻한 햇살을 쬐기 위해 대낮에도 들판으로 나올 삵을 만나러 천수만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햇살이 내리쬐는 눈둑 위로 검은 반점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다. 둥근 귀에 하얀 반점이 역시 기대했던 삵이다. 하지만 관찰하기에는 너무 멀다. 

천수만의 삵,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 천수만의 삵,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좀더 살펴보기로 했다. 홍성 쪽에서 내려오는 와룡천 인근으로 방향을 트니 황조롱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며칠 한파를 피해 있던 맹금류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멀리 흑두루미 가족들은 먹이나누기 지역에 몰려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전에 열심히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한파가 풀리자 황조롱이 등 맹금류의 활동도 시작됐다.

▲ 한파가 풀리자 황조롱이 등 맹금류의 활동도 시작됐다.


눈 위에 찍힌 삵 발자욱을 추적한다. 눈이 내린 후에 찍힌 발자욱이 어지럽게 찍힌 곳은 지난 밤 삵이 먹이사냥을 하였다는 흔적이다. 두 번째는 배설물을 확인한다. 삵은 자신의 영역을 배설물로 표시하는 녀석이다. 

배설물에 새털이 섞여 있다. 겨울에 삵은 철새로 허기를 채운다. 10월 말부터 삵의 똥에서 새의 깃털이 증가하기 시작해 12월에 절정을 이루고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 3월이 시작되면 삵의 똥에서 깃털이 사라지고 쥐의 털이 증가한다. 이처럼 삵의 배설물을 살펴보면 천수만 먹이사슬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눈길이 마주친 삵. 도망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 눈길이 마주친 삵. 도망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마침내 기대했던 삵과 마주쳤다. 둑을 따라 걸어오던 삵이 잠시 걸음을 멈춘다. 반갑지 않은 관찰자지만 삵은 어지간해서는 등을 보이며 도망가지 않는다. 삵은 최상의 포식자답게 자존심이 강하다. 잠시 멈추는 듯싶더니 카메라를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오기를 반복한다. 분명 이쪽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경계를 하고 있는 듯하다. 걸어오면서도 여차하면 수풀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간격은 유지한다.

천수만은 탁 트인 지형으로 홍성, 해미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하천이 제법 크다. 양 옆으로는 수풀이 무성하다. 천수만에 사는 삵은 하천변 수풀을 은신처로 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얼어붙은 하천 눈 위엔 삵의 발자욱이 이어지고 있다. 

경계심이 강한 삵은 좀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 경계심이 강한 삵은 좀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천수만에서도 삵은 감소 추세다. 이들의 수가 감소한 것은 주된 먹잇감인 들쥐류가 줄었다는 뜻이다. 겨울 철새들의 숫자도 줄었다. 현대에서 직접 영농하던 논들이 일반에 분양되면서 낙곡이 엄청 줄었다. 먹이가 줄어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삵이 천수만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관찰된다는 것은 천수만 자연생태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멸종위기 동물 2급인 삵은 자연환경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얼어붙은 하천 눈 위를 걷고 있는 삵

▲ 얼어붙은 하천 눈 위를 걷고 있는 삵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삵을 관찰할 수 있는 곳. 천수만의 자연생태의 건강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증거다. 갈대숲으로 사라지는 삵을 바라보며 이 소중한 생태자원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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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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