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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의 개방성 조선의 ‘카타콤바’를 품다

붉은 노을속 신비로움의 교우마을 당진 ‘신리성지’

2021.12.06(월) 09:28:56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신리성지 야외성당을 물들이 붉은 노을.
▲ 신리성지 야외성당을 물들이 노을.

내포는 충남의 서북지역 일대를 통칭하는 지명으로 지리적 여건과 학문적 개방성으로 조선 천주교회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이 가운데 당진 신리성지(충남도기념물 176호)는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이끈 신앙 공동체입니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10월 김대건 신부와 중국을 출발 충남 강경에 도착해 1866년(병인박해) 갈매못에서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신리성지를 중심으로 조선에서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그가 이곳에서 기록한 조선 천주교사와 순교자의 행적은 ‘조선천주교사’의 기초가 되어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년을 맞아 103위의 성인을 한꺼번에 탄생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붉은 노을에 신리성지.
▲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신리성지.

충남 당진시 신리성지는 천주교 탄압기 조선에서 가장 큰 교우 마을인 동시에 선교사들의 비밀입국처 입니다. 조선의 카타콤바(로마시대 비밀교회)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역할이 가능했던 것은 해로가 잘 발달한 지리적 이점과 내포의 문화적 개방성 때문입니다.

삽교천 상류에 있는 신리는 조선시대 습지로 밀물 때면 배가 드나드는 나루가 있었습니다. 바닷길과 삽교천 수계를 통해 중국의 ‘파리외방전교회’와 연결해 선교사의 입국은 물론 내포 지역 교우촌과 연결이 쉬워 조선 천주교회 거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신리성지는 병인박해 당시 주민 400여 명 모두가 신자였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순교의 역사는 1839년(기해박해) 손경서 안드레아를 시작으로 병인박해 때는 손자선 토마스를 비롯해 이름이 밝혀진 순교가 40명에, 무명 순교자도 46명에 달합니다.

참혹한 순교의 역사는 병인박해 이후 신앙의 자유에도 신리에서 오랫동안 천주교회가 터를 잡지 못하는 계기가 됩니다. 박해를 기억하는 주민들이 천주교 유입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1923년에야 다블뤼 주교가 기거했던 손자선 성인의 집을 매입해 공소로 봉헌했다고 합니다.

다블뤼 주교
▲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의 비밀성당이자 주교관.

신리성지를 방문하는 것은 서산에 노을이 지는 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푹신하고 넓은 잔디밭에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신비로움마저 감돕니다.

노을
▲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신리성당 종탑.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노라면 성 다블뤼 주교를 비롯해 성 모내트로, 성 황석두 루카, 성 손자선 토마스, 성 위엥 신부 등 신리성지 5인의 성인과 각각 대화를 나누며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경당이 마련돼 있습니다.

경당
▲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경당과 성 손자선 토마스 경당.

경당
▲ 성 오페르트 베드로 신부 경당과 성 위앵 루카 신부 경당. 

경당
▲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성 오페르트 베드로 신부의 경당.

경당
▲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성 위앵 루카 신부 경당.?

다른 성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십자가의 길’도 순교와 고난을 상징합니다. 로마의 유대 총독 빌라도 법정에서 집행장인 골고다 언덕에 이르는 동안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가 겪는 수난의 길에 각각의 의미를 지닌 14개의 지점을 표현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순례자들이 십자가 수난을 기리는 의식을 거행한다고 합니다.

신리성지 승리의 성모상.
▲ 신리성지 승리의 성모상.

참고로 14곳의 묵상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각의 길. 왼쪽부터 1, 2, 3처
▲ 십자각의 길. 왼쪽부터 1, 2, 3처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심자가의 길. 왼쪽부터 4, 5, 6처
▲ 심자가의 길. 왼쪽부터 4, 5, 6처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심자가의 길. 7, 8, 9처
▲ 심자가의 길. 7, 8, 9처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 10,11,12처
▲ 십자가의 길. 10,11,12처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 13, 14처
▲ 십자가의 길. 13, 14처

신리성지에는 평지에 흙을 쌓아 올린 특이한 건물이 눈길을 끕니다. 국내 유일의 순교미술관으로 ‘일랑 이종상 화백’이 신리성지의 성인 5명의 영정화와 13점의 순교기록화를 재능 기부한 것입니다. 순교미술관을 올라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신리성지를 보고 있노라면 집착을 버리는 그래서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전경.
▲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전경.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전경 2.
▲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전경 2.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옥사
▲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서울로 압송돼 순교를 앞두고 있는 다블뤼 주교 일행.(박물관 홈페이지 제공)

잘 다듬어진 성 다블뤼 주교관의 초가지붕과 야외성당의 종루를 역광으로 담은 실루엣이 노을의 색감과 대비되면서 느껴지는 강렬함은 지나 보내야 하는 모든 것을 아쉬워하는 슬픔마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당진을 오셨다면 해질녁 신리성지에서 노을의 장엄함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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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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