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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피빛과 같은 낙조가 처연한 '갈매못' 성지

믿음 소망 사랑의 피로 드린 다섯 순교자의 약속

2021.09.23(목) 10:03:55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순교자 첫 매장지.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순교자 첫 매장지.

전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19 1차 접종을 마쳤다는 뉴스가 무색하게 여전히 코로나 발생은 역대 최대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바깥나들이가 겁나는 이유인데요, 오늘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피해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을 찾았습니다.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이곳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 사랑을 피로써 드린 다섯 순교자와 무명 순교자가 모셔진 바닷가 모래사장 인근 입니다. 지금은 2차선 아스팔트길이 깔끔히 정비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무서운 곳으로 전래되면서 마을사람 누구도 접근을 꺼려했다고 합니다. 아예 이곳을 오는 길조차 없어 인근 오천성에서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성지 기념관 전경.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긴념관.

이곳에서 병인박해(1866년) 당시 조선 5대 교구장인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와 위앵 민 마르티노 신부, 오메크로 오 베드로 신부 등 3명의 사제와 황석두 루가 회장, 장주기 요셉 회장을 비롯해 수많은 무명 순교자의 피로 물든 처형장입니다. 이들 5명의 순교자는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1984년 여의도 광장에서 성인으로 서품되었습니다.  
갈매못이 순교지로 선택된 것은 당시 국혼을 앞둔 고종과 민비의 결혼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국혼을 앞두고 서양인 피가 상서롭지 못하다는 점쟁이와 무당들의 주장에 따라 서울에서 200리(혹은 250리) 이상 떨어진 곳을 처형장으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프랑스 함대가 침략을 시도한 서해의 외연도가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외세를 물리친다는 상징성이 더욱 높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근에 충청수영성이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당시 고종의 부친으로 정국을 주도하던 흥선대원군은 대외적으로는 일본과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가 침략하면서 조선이 개방과 쇄국의 기로에 서게 되자 안으로 왕권을 강화해 세도정치의 폐단을 바로잡고, 밖으로 쇄국정책을 실시해 외세의 침략에 맞섰으니 이들의 희생을 통해 강력한 쇄국정책 메시지를 던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순교자 처형지.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순교자 처형지.

군문효수형을 당한 5명의 순교자는 사흘 동안 효시된 이후 용감한 신자들이 몰래 머리와 몸을 수습해 모래구덩이에 가매장 했다가 다블루 주교, 오매트르신부, 위맹신부, 장주기 회장의 유해를 이곳 갈매못에서 미산면 서짓골 성지로 옮겨져 안장했습니다. 이들은 풍랑과 비바람 속에서 12일간 바닷길과 산길을 숨어가며 순교자를 안장했지만, 두 달 후 자신들도 발각되어 순교했다고 합니다. 황석두 회장은 가족들이 수습해 홍산에 매장했습니다.

성지는 입구의 순교자 첫 매장터를 거쳐 예수부활상, 순교터, 기념관, 승리의성모상, 승리의성모대성당을 들러보면 됩니다. 산책하듯 느긋한 발걸음이면 성지를 모두 들러 보는데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면 오후 내 이곳에 있어도 좋을 듯합니다.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성지 '승리의성모상'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성지 '승리의성모상'

갈매못 성지에는 순례자를 위한 사색의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 갈매못 성지에는 순례자를 위한 사색의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승리의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승리의성모 대성당 입구.

천주교 성지 혹은 성당을 방문하면 ‘성 십자가의 길(Via Crucis)’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갈매못 성지는 모두 2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시간을 기억하며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며 기도함으로서 영적인 순례 여행을 돕는데요,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옆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모두 14처로 각 처마다 바치는 기도문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
 
갈매못 성지 14처(1~3)
▲ 갈매못 성지 14처(1~3)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짐.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

갈매못 성지 14처(4~6)
▲ 갈매못 성지 14처(4~6)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

갈매못 성지 14처(7~9)
▲ 갈매못 성지 14처(7~9)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

갈매못 성지 14처(10~12)
▲ 갈매못 성지 14처(10~12)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 등입니다. 지면관계상 3개씩 연결했습니다.

갈매못 성지 14처(13~14).
▲ 갈매못 성지 14처(13~14).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 보령시 오창면 영보리 갈매못 나조 포인트.  
 
갈매못 성지의 2번째 14처가 조성된 대성당 비탈길에서 해질녘 서해의 섬들과 천수만을 바라보면 마치 순교 성인들의 피를 연상시키듯 낙조가 처연하게 아름답다고들 합니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일상에 잠시나마 잔잔한 위로를 삼고 싶을 때 저는 갈매못 성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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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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