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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 만난 백송(白松) 이야기

예산 용궁리 백송

2021.02.01(월) 11:39:14안개비(hae0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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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용궁리 백송(천연기념물 제106호)

겨울이 되면 더 빛나게 되는 흰색의 나무가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작나무가 가장 먼저라 하겠지요. 그리고 하나의 나무가 더 있으니, 그 나무는 오랜 세월을 지나야 흰 빛깔을 띠는 '백송(白松)'입니다. 한자대로라면 백(白)은 '흰 백', 송(松)은 '소나무 송'이고 말 그대로 '흰 소나무'를 이르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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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용궁리 백송(수피)
 
백송을 다른 소나무와 비교하면 매우 느리게 자라고 옮겨 심은 후 적응이 어려우나 추위에는 강하다고 하는데, 무려 40년이 지나야 큰 껍질조각이 떨어지며 특유의 하얀색을 띤다고 합니다.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의 상징인 소나무를 귀하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눈에도 백송은 귀하고 아름다우며 그 고고함을 시화(詩畵)로 논하던 대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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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 천연기념물 지정현황
 
중국에서 넘어온 나무지만, 스토리텔링을 담은 역사적 가치와 희귀성에 수령이 100세가 넘으면 거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백송은, 현재 5그루가 전부라고 합니다. 과거 여러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일부는 말라 죽고, 일부는 북한에 있기에 지정 취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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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용궁리 백송
 
이제 예산 용궁리 백송을 만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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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리 백송 

추운 겨울날, 하얀 줄기에 아직도 푸른 잎을 얹고 있는 모습의 백송이 눈에 번쩍 들어옵니다. 옆의 소나무도 꽤 멋지지만 그때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사진을 정리하다 발견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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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
 
설레는 마음은 두근거림으로 변합니다. 몇 번 보았던 다른 백송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기 때문입니다. 예산 용궁리 백송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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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용궁리 백송(천연기념물 제106호)
 
이 백송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몇 개의 씨앗을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어 지금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귀한 나무를 조상께 올리고 싶은 마음이 오직 고조부에게만 향했을까요? 그 마음은 화순옹주와 부군인 증조부 김한신에게도 향했을 것이며, 다른 조상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씨를 뿌릴 때 모두 자라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아마도 여러 곳에 백송의 씨상을 뿌렸을 테지만 고조부 묘소 앞에서만 싹이 트고 자란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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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리 백송
 
그렇게 싹튼 백송은 세월을 지나면서 세 개의 가지로 자라 아름다운 모양을 이루었으나, 두 개의 가지가 말라 죽는 아픔을 겪고 현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만일, 세 개의 가지가 모두 자라고 있다면 더 아름다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고고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다른 상상도 해보네요.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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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부 김흥경의 묘
 
추사 김정희의 고조부 김흥경은 조선의 문신으로 영의정까지 지낸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잊혀져간 인물입니다. 이것은 순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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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경의 묘에서 바라본 백송
 
하지만, 고손에게 선물받은 백송 때문에 그는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 되었는데, 과연 백송이 없었다면 우리가 김홍경이란 인물을 입에 올릴 이유가 굳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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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용궁리 백송
 
푸르다가 어느새 하얀 구름으로 변하는 하늘과는 달리 백송의 하얀 빛깔의 줄기와 푸른 잎은 변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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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공원
 
예산 용궁리 백송에서 400m 떨어진 곳에 백송공원이 있습니다. 이곳 일대가 추사 김정희 선생과 관련된 많은 흔적들이 있는 곳으로, 이 또한 그가 남긴 백송과 그의 흔적들을 모으고 의미를 담아 조성한 공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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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공원 전경
 
추사의 흔적을 담은 조형물과 군데군데 심어진 아직은 흰 빛깔을 띠지 못한 어린 백송이 함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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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속에 난을 쓰다(이행균, 2008년)
 
추사는 난을 그리지 않고 쓴다고 했답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려우나, 나그네의 삶과 같은 여러 번의 유배 생활과 부유했으나 평탄하지 않았던 가정사에 대한 자신만의 깨달음이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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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향(이경자, 2008년)
  
시대를 초월하여 끝없이 순환하는 추사의 정신세계를 소우주와 구의 형태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 그냥 제목에서 느껴지는 '필향(筆香)'만으로도 충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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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용궁리 백송
 
백송공원을 돌아본 저는 다시 용궁리 백송 앞에 말없이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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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잎
 
추사의 일생, 그와 함께한 역사, 관련된 인물들은 어떠했는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네요. 지금 이 순간은 그냥 백송의 깨끗하고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만을 생각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되어 코로나19로 끝난 지난해의 모습이 올해엔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예산 용궁리 백송
-소재: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산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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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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