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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을 꺼내 준 면천은행나무

당진 면천은행나무

2020.11.21(토) 10:44:43안개비(hae041@naver.com)

옆지기님이 당진에서 약속이 있다 하시길래, 사진기 들고 옆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리고 면천에 내려 달라 조릅니다. 그렇게 내린 면천은 면천읍성 복원 공사가 여기저기 진행 중이고, 골정지는 사그라진 연으로 조금은 어수선하며, 면천향교는 문이 닫혀 있고, 영탑사를 가기엔 제법 거리가 있어 망설여지는, 그렇게 휑한 면천의 거리만이 절 기다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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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은행나무
 
그런 거리를 여기저기 거닐다 보니 군자정 옆 골목 위 담장 너머의 은행나무가 보이는데, 그 순간 '그렇구나! 올해 면천은행나무 목신제를 소재로 도민리포터 이야기에 글을 올렸었지!'하는 생각이 스치네요.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직은 은행잎 남아 있는 은행나무를 둘러보며 오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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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51호)
 
이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1,100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그렇듯이, 천연기념물인 이 은행나무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요. 바로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 장군이 큰 병을 앓았는데, 그의 딸 영랑이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답니다. 그 때 산신령이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꽃과 안샘의 물로 술을 빚어드리고, 집 앞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정성을 드리면 나을 것이라 하여 그대로 행하였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영랑의 효심이 후대에 그대로 전해지며, 그때 빚었던 진달래꽃술은 '면천두견주'가 되었고,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1월 14일 한 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목신제' 행사가 열린답니다. 
 

 
면천은행나무는 구 면천초등학교 부지 내에 있는데, 이 장소는 '면천읍성 추정객사 및 남동치성' 정비사업 부지로 되어 있으며,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조속히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그루의 은행나무 중 하나의 밑줄기가 썩어 커다란 구멍이 있었으나, 치료 후 지금은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하네요. 몸의 절반 이상이 없어졌는데도 이렇게 서 있다는 것에서 또 한 번 생명의 신비를 느낍니다.
  
 
아픔이 있었던 그 사이로 1,100년의 지난 세월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은행(銀杏)의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은빛 살구'가 된답니다. 그렇게 열매의 모양이나 색깔이 노란 살구를 닮았는데, 과육을 제거하고 나면 씨앗 껍질이 하얀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여기에서 한 가지, 우리가 먹는 부분은 열매가 아니고 씨앗이라 합니다.
 

 

 
이제는 떨어질 잎보다 떨어진 은행잎이 더 많겠네요. 은행잎 떨어진 사이로 보이는 나뭇가지 꼭대기에 지어진 보금자리는 이듬해 은행잎이 다시 돋아나면, 그 자리에서 따뜻한 생명이 숨쉬겠죠?  
 

 
은행나무는 아래 군자정 옆길이 흙길에서 포장길이 되기까지, 오랜 세월을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었을 테지요.
 

 

 
은행잎 곱게 쌓인 돌계단을 오르다 보니, 옛 학교의 옆문으로 보이는 난간 옆에서 누군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상상을 해 봅니다. 그 당시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게 1등으로 학교 문을 나서려 서로 밀치며 뛰어 나왔었지요. 그 아이들 속에서 양갈래 곱게 땋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교실문을 뛰어 나오는 저의 아잇적 모습이 저 은행나무 보이는 옆문으로 상상되자 슬며시 웃음이 나네요.     
 

 
반짝이던 노란 은행잎은 떨어져 그 빛을 잃고 쌓여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특유의 생명력으로 노란 민들레가 피어났습니다.
 

 
세월의 아픔과 상처는 있었지만, 면천은행나무의 숨결이 더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오래 묵은 기억을 꺼내 준 은행나무야, 고마워!"

면천은행나무
-소재: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동문1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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