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아롱아롱 흩날리는 꽃잎에 물들어...

2012.04.30(월) 22:28:45유 희(eyu07@hanmail.net)


몽글몽글 앙증맞은 꽃망울을 감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꽃이 피었다. 그것도 잠시, 오락가락하는 얄궂은 비가 꽃잎을 떨구었다. 비 탓에 채 미처 피지도 못하고 떨어진 꽃망울들이 지천이었다. 더구나 4월초까지 날씨가 쌀쌀해 늦게 꽃망울을 틔운 꽃들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금세 피어났다. 올해처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가 없다.

 


파아란 하늘을 수놓은 꽃잎들이 어여쁘다. 노오란 산수유, 눈처럼 새하얀 벚꽃, 자주빛 목련이 어여쁘다. 화사한 자태가 고와 절로 미소를 머금는다. 여기저기 화창한 봄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시골길 담장 너머로 보이는 연분홍 왕벚꽃이 참으로 곱다. 그 꽃들을 잠시 감상하시라. 흰빛의 고아한 목련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꽃들 덕분에 무채색이던 세상이 활짝 피어난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세상을 채색하는 봄은 참 기분 좋은 계절이다. 아롱아롱 흩날리는 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련한 시심(詩心)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부족한 시어(詩語)를 안타까워하며 평소 즐겨 읽던 시를 읊조린다.

 


내 몸 둥그렇게 구부려/ 그대 무명 치마 속으로 / 굴려 넣고 봄 한철 홍역처럼 앓다가 / 사월이 아쉽게도 다 갈 때 / 나도 함께 그대와 / 소리 소문 없이 땅으로 입적했으면(목련, 이재무 시인)

부여에서 출생한 이재무 시인은 탐스럽게 피어난 목련의 꽃잎, 그리고 낙화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꽃이 더없이 예쁘고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순간 피어났다가 사위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봄의 화사함을 가득 담고 한껏 피어나기에 예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사라져 가는 꽃잎들이 아쉽다.


이런 연유로 과실나무의 꽃잎들이 기특하다. 꽃 자체로도 싱그럽고 화사한데 열매까지 맺게 하니 말이다. 이즈음에 피는 과실나무의 꽃은 특히 중요하다. 꽃잎이 지는 자리에 과실이 맺혀, 한 해의 결실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과 과수원에 꽃이 만개했다. 사과 과수원에 들어서면 윙윙윙 소리가 시끄럽다. 사과의 달콤한 꽃술에 벌들이 날아들었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꿀벌은 사과꽃의 수정을 돕는 부지런한 일꾼이다. 가을이면 달콤한 사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 침이 고인다.  

 


연분홍 복숭아 꽃잎이 화사하다. 새색시의 두 볼을 복숭아 꽃잎에 비유하는 지 알 것 같다. 만개한 복숭아 꽃이 장관이라는 말에 예전에 충남 천안 인근의 복숭아 과수원을 찾았었다. 아련한 청춘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새하얀 배꽃이 탐스럽다. 아스름한 연두빛 꽃술이 싱그럽게 보인다. 이 앙증맞은 꽃잎이 자그마한 열매를 맺어, 가을이면 과즙이 풍성한 배로 성장한다니 신기하다. 쭉 늘어선 배나무들이 만들어낸 터널이 멋스럽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꽃은 지고, 벌써 잎이 도드라지고 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열매가 맺힌다. 벌써 가을이 기대된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12-15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