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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만난 아쉬운 전시 하나, 반가운 전시 하나

2024.03.18(월) 23:56:02나는 나답게 100%(yh1975@hanmail.net)

작년 여름에 전국을 강타한 폭우 피해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 역시 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었는데, 2월 말부터 전시가 다시 시작된 걸 보면 어느 정도 피해가 복구된 듯 보입니다.

공주아트센터 '고마'

▲ 공주아트센터 '고마'


주말을 맞아 모처럼 아트센터 '고마'를 방문했습니다.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이었어요. 반년 만에 재개된 아트센터 고마에서 관람한 2개의 전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Ⅰ. 이수아 ㅣ 기억의 집적(ACCUMULATION OF MEMORIES)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 이수아 '기억의 집적'

▲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 이수아 '기억의 집적'


먼저 둘러본 전시는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이었습니다. 공주 지역의 청년 미술가를 선정·지원하여 창작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에 이수아 작가가 선정되었고, 기획 초대전 '기억의 집적'을 개최한 것이었어요. 전시 기간은 2024년 3월 7일(목)~ 3월 17일(일)이어서 조금만 늦었어도 전시를 놓칠 뻔했습니다.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전경 1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전경 1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전경 2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전경 2


30여 점 안팎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미술평론가 장준석의 평을 참고해 봤습니다. 그는 이수아 작가를 대상과 사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것을 뛰어넘어 다분히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면이 강한 작가 쪽에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기나 어린이, 동물, 섬과 물, 풍선, 어린 시절 추억, 고향, 얼굴, 동심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가져왔고, 실험성이 농후한 구상으로서 형상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를 통해 작가와 감상자와의 현존하는 관계 속에서 형상적 시뮬라크르(simulacre: 프랑스어로 시늉, 흉내, 모의(模擬) 등의 뜻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든 인공물) 새롭게 모색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미술평론가 임재광은 미디어를 통한 가상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 동일 선상에서 경험하면서 자란 작가가 한 화면에 조합한 가상성과 현실 세계와의 경계에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하는 세계를 인식하고 "콜라주화 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하고 있었습니다.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왼쪽부터) 별(2023년), 별(2024년), 별(2023년)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왼쪽부터) 별(2023년), 별(2024년), 별(2023년)


전시장 앞쪽에 걸린 작품들은 마치 나의 유년 시절이라 느껴질 만큼 지극히 평범한 그림들이었어요. 자전거 타는 아주머니, 양산 쓴 할머니, 오토바이를 타는 집배원 아저씨 등!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공간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상을 달리 표현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별(2024년)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별(2024년)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별(2022년)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별(2022년)


그림을 보면 볼수록 익숙한 대상과 익숙하지 않은 대상들이 같은 그림 안에 공존해 있었습니다. 이수아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면 그림에 대한 이해는 쉬웠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아, 저 여우는 유년 시절의 작가 자신인가 보다,' 등 감상자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습니다.


정규돈 독립큐레이터가 "이수아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낯익은 듯 익숙지 않은 공간을 자주 파고들며 보는 사람의 감각을 자극한다."라고 적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공감되었습니다.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 눈이 와요(2012년), the univers 705(2009년), 황금빛 꽃을 찾아라(2019년)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ㅣ 눈이 와요(2012년), the univers 705(2009년), 황금빛 꽃을 찾아라(2019년)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ㅣ 빈센트의 팔레트(2024년), 빈센트의 팔레트(2024년)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

▲ 이수아 '기억의 집적' 전시 작품ㅣ 무제(2024년), 얼굴들(2024년), 얼굴들(2024년),얼굴들(2024년), 무제(2024년)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은 공주의 청년 미술가를 소개해 이들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활동하여 중견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차세대 작가들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직관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Ⅱ. 우공 이일권 ㅣ 삼공일공자고전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

▲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 복도 전시 전경

▲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 복도 전시 전경


다른 전시실에서는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으로 우공 이일권의 '삼공일공자고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시 기간은 3월 14일(목)~3월 24일(일)입니다. 아직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걸음해 보세요.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전경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전경


우공 이일권(愚工 李一權)의 글씨에 대해서는 공주문화관광재단의 이준원 전 대표이사의 발간사 일부를 발췌해 보겠습니다.


"(중략) 우공 선생의 글씨에 대해서는 이미 세평(世評)이 나 있고, 내가 언급할 수준이 아니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춤추는 듯한 유연함과 생동감, 그리고 그 획의 강인함은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주위에서는 이를 '우공체((愚工體)'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옆에 늘 걸어 놓고 보아도 지루함이 없고.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들어 있는 듯하다."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귀공자진초첩(貴公子眞草帖, 서거정선생 시)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귀공자진초첩(貴公子眞草帖, 서거정선생 시)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우공 선생의 글씨는 공주 공산성 '임류각(臨流閣)', 백제역사문화단지의 '백제문(百濟門)', '공주한옥마을', '공주풀꽃문학관', '무령대왕동상' 등의 편액과 공주시의 '문예회관', '시민운동장', '현충탑비문', '인조임금파천비', '유관순열사 거리 독립선언문 전문' 등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심(心, 정지용님 시 '호수')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심(心, 정지용님 시 '호수')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한 몇몇 작품은 바라보고 있으면 단순한 글씨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우공체라 불리는 우공 선생만의 글씨체 작품 외에도 전서(篆書), 예서,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판본체 등 다양한 서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 제목인 '삼공일공자고전'은 우공 선생께서 30년 동안 서예에 매진하여 10번의 개인전을 한데서 붙여졌다고 듣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봤을 때는 30명의 작가가 10가지 서체로 전시는 여는 것처럼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백제유네스코세계유산 병풍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백제유네스코세계유산 병풍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왕궁리유적, 미륵사지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왕궁리유적, 미륵사지


글씨뿐만 아니라 우공 선생의 전각(篆角) 작품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공산성 14처 14시(公山城 14處 14詩)', '백제유네스코 세계유산 8처8시' 등은 시(詩), 서(書), 화(畵), 각(刻)이 어우러진 걸작으로 그 솜씨와 공력(功力)에 절로 감탄사가 터지고 경외심마저 들게 했습니다.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벽조목(霹棗木)

▲ 우공 이일권 '삼공일공 자고전' 전시 작품 ㅣ 벽조목(霹棗木)


또한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 소품들은 예술품으로만 느껴져 눈으로 감상만 하고 왔는데, 후일 들으니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더 '삼공일공자고전'을 찾게 된다면 한 점 꼭 구입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전시를 재개한 아트센터 고마에서 3월 17일(일)로 끝나 아쉬운 '2023 공주 차세대 작가전'과 이제 막 전시를 시작해 여러 번 관람할 수 있어 반가운 '2023 공주 올해의 작가전'을 동시에 관람하고 왔습니다. 좋은 그림과 훌륭한 서예 작품을 관람하고 나니, 손맛 좋은 요리사가 차려낸 맛깔난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행복감이 몸 안으로 밀려듭니다. 우공 이일권 선생의 '삼공일공자고전'은 일주일 정도 관람할 기회가 남아 있으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꼭 관람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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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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