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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에서 만난 소설 '분례기' 이야기

충남 문학기행, 소설 '분례기'

2020.03.04(수) 23:11:36경명(jsh_letter@naver.com)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를 걷다가 흥미로운 산책길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산책로 중 한 곳을 충남 향토문학 소설 '분례기'의 배경이 된 길 '분례길'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분례기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예산 출신 방영웅 작가가 1967년에 예산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인기 소설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후 1971년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992에는 SBS가 창사특집극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작품이지만 저 길을 따라가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 저도 모르게 안내판을 따라 소설 분례기 배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산책로, '분례길'▲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산책로, '분례길'
 
표지판이 안내하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길을 벗어나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를 감싸고 있는 산길로 들어갑니다. 이 길은 1960∼70년대 대술면 주민들이 예산으로 장을 보러 다니거나 학교에 가기 위해 넘던 고갯길이라고 합니다. 쇠딱따구리를 비롯한 산새 소리를 들으며 경사진 산길을 올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하나 나옵니다. 내리막길은 공주대 예산캠퍼스로 되돌아가는 길이고, 오르막길은 소설 속 주인공인 분례가 살던 대술면 시산면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산림자원학과 학생들이 멋들어지게 만든 숲속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갯길을 다시 넘어갈 준비를 합니다.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 풍경▲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 풍경
 
고개 정상에 도착하니 이곳을 '사정이 고개'로 소개하는 이야기 표지판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과 대술면 시산리 일원에 만들어진 분례숲길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시산리에서 만든 이야기 표지판은 사정이 고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이 고개는 시산리 주민들이 예산 읍내를 넘나들던 고개입니다. 장거리를 이고 넘기도 하고 분례처럼 나뭇짐을 시장에 팔기 위해 넘기도 했던 주요 길입니다. 설움에 지치고, 가난에 지쳐 술 한 잔 걸치고 식구들 생각에 갈치 한 토막 사들고 얼큰하니 취해 넘어오다 여수(여우)한테 홀려 밤새 가시넝쿨을 헤맨 곳도 이곳입니다. 학생들이 걸어서 학교에 가던 길이기도 하여 시산리 주민들의 애환이 깃든 곳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탓인지 몰라도 맨몸으로 사정이 고개를 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직접 이 길을 걸어보니 그 시절 매일 이곳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던 주민들의 삶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잠시 능선길을 거닐면서 그 느낌을 간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례숲길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지만,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갑니다.
 

 
대술면 분례숲길로 이어지는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대술면 시산리가 조성한 분례숲길로 이어지는 분례길

생각지 못한 곳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즐거운 산책길입니다. 소설 분례기라는 작품을 만난 동시에 사라져가는 옛 향토길을 알게되어 반갑더군요. 학교로 다시 되돌아오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교내 목장 말이 모습을 드러내 인사를 건네옵니다. 잠시 말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다음번 분례길 나들이를 기약합니다. 다음번에는 소설 분례기를 읽은 후에 분례숲길을 거닐며 분례기 이야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볼까 합니다.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 풍경▲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분례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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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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