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서 텐트 치고 고기 굽고 ‘충격 현장’
용봉산 주요 지점, 전망이 좋은 명소마다 불법 캠핑족들 몰려 "산불날라"
2024.05.06(월) 09:20:49홍주신문(uytn24@hanmail.net)
한국의 100대 명산이자 충남도청 소재지 내포신도시를 품고 있는 ‘용봉산(龍鳳山, 381m)’이 불법 캠핑족의 일탈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용봉산 정상 부근 곳곳에서 수시로 불법 캠핑이 자행되며, 심지어 지난달 27일 저녁에는 성인 남성 두 명이 악귀봉 아래 너른 바위에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상식 밖의 행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 것이다. 용봉산은 산 전체가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돼 있어 캠핑이나 취사 등은 전면 금지돼 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용봉산의 주요 지점이나 전망이 좋은 명소마다 불법 캠핑족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용봉산 악귀봉 인근이나 내포신도시 전망대 데크 등에 텐트를 쳐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불과 1년 전 서부면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시점에서 홍성을 대표하는 용봉산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만행에 홍성군민들은 큰 충격과 불안감을 느끼며 강력히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평소 용봉산을 자주 오른다는 홍북읍 주민 김아무개 씨는 “사실 수시로 용봉산을 오르다 보면 심심치 않게 야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밝히며 “코로나시대에 야외활동인 캠핑이 유행하면서 불법 야영객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는데, 완화되면서 더욱 자주 출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야외에서 잠을 자기 위한 장비를 챙겨 등산하는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요즘은 용봉산 곳곳에 텐트가 설치된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면서 “심지어 불을 피우는 취사행위를 벌이는 사람들도 있어서 ‘여기서 그러면 안 된다’고 경고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종일 홍성군 산림녹지과장은 “지난달 26일 제보를 접수받아 급히 현장을 점검했지만 불법 캠핑 정황을 포착하진 못했다”고 말하며 “캠핑 금지구역인 용봉산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 고기를 구워 먹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 과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에 옮길 계획”이라며 “우선 계도와 홍보 차원에서 경고 현수막을 등산로 곳곳에 설치하고, 상시 근무자 2명을 교대로 불시 야간순찰에 투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과장은 “지난 2022년 4월 용봉산과 연접돼 있는 수암산에서 발생한 산불과 지난해 4월 서부면 일대를 화마로 덮은 대형산불로 인해 지역민들이 아직도 ‘산불’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절대로 산불피해가 되풀이돼선 안 되며, 특히 용봉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정력 투입을 바탕으로 만전을 기해 혹시 모를 산불 방지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산림녹지과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용봉산 도립공원 지정’을 주장했던 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은 “용봉산은 트래킹코스와 기암괴석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국가지정 보물과 다수의 문화재가 소재하고 있어 문화재 보존의 가치도 높은 지역이기에 도립공원 지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고 강조하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도립공원 지정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해 공론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충남 홍성을 대표하는 명산이자 ‘호서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리는 용봉산은 누에의 등처럼 평평한듯한 10여㎞의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산으로 꼽히고 있다.
산 이름에 용(龍)과 봉황(鳳)을 함께 넣은 것만으로도 비범한 산세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러한 연유로 산세가 ‘용의 모습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인데, 고려시대에는 차령산맥 너머 충청도 서북부 최대도시인 홍주(洪州)의 북쪽 진산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