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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전형 보여준 ‘무한사랑회’

숨은 활동이 원칙… 결의서 작성해 서명 <br>20년 봉사활동 종료, “우리 역할 여기까지”

2024.02.05(월) 11:11:36무한정보신문(fuco21@daum.net)

정택운 전 무한사랑회 회장. 그와 회원들은 남이 알아주는 걸 바라지 않고, 숨은 선행을 원칙으로 20년 동안 봉사단체를 이끌었다. ⓒ 무한정보신문
정택운 전 무한사랑회 회장. 그와 회원들은 남이 알아주는 걸 바라지 않고, 숨은 선행을 원칙으로 20년 동안 봉사단체를 이끌었다. ⓒ 무한정보신문

여러 사정으로 곤경에 처한 예산지역의 이웃을 돕기 위해 20여년 동안 숨은 선행을 펼쳐 온 순수 민간 봉사단체 ‘무한사랑회(회장 정택운)’가 지난해 말 자체 회의를 통해 활동 종료를 결정했다.

무한사랑회는 정택운(72) 회장이 신례원 천주교에서 사회복지분과장 등 교회 내에서 수행했던 봉사활동의 경험을 살려, 지난 2005년 당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신영균 전 군의원, 박재호 농협조합장, 고(故) 김연식 신례원초등학교 교장에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쁨과 가치’를 설명하며 권유한 것을 계기로, 이들이 먼저 의기투합해 결성한 단체다. 

활동을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다. 이들 4명은 먼저 회비를 걷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십시일반 사재를 출연해 활동자금을 조성했다. 오직 회원들만의 힘으로 활동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에 지자체나 기관으로부터 외부 지원은 일체 받지 않았다.

이들의 선한 뜻에 공감한 △전병돈(세탁업) △이상열(축산업) △조연환(농업) △현광한(농업) △이윤복(방직업) △장보선(중장비업) △유병조(농업) △김충선(농업) △강환오(축산업) △조동환(요식업) △박재웅(페인트 가게) △임동술(철물점) △윤석교(환경사업) △김진희(공업사) 등이 가세해 조직이 확대됐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는 학생의 대학등록금 지원, 피해입은 가정 지원, 노후 경로당 수리·증축, 아이가 셋인 엄마가 힘들어하는 가정, 홀몸어르신, 혼자 살면서 아파서 못나오는 분들을 찾아뵙는 일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누구든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쳤다. 

회원이 늘면서 중요한 원칙도 세웠다. ‘봉사, 희생할 땐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하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자’는 것. 

2010년엔 조직의 봉사활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칭찬받길 원하지 말자는 내용의 결의서를 작성해 전체 회원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회원들은 각자 저마다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서 때로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칭찬이나 과시 등의 방식으로 암묵적인 보상을 바라는 욕심이 은연 중에 노출되기도 했다”며 “우리 스스로 결의해 그와 같은 욕심의 싹이 올라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결의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결의에 따라 이들은 월 1회 모임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그야말로 숨은 선행을 꾸준히 펼쳐왔는데, 지난해말 돌연 활동종료를 선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정 회장은 “예전처럼 학교에 못갈 정도로 도움이 절박한 사람이 많이 줄었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생겨난 다른 봉사단체에서 이미 도와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가 하는 역할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 나이에 그만해도 되겠다는 공감대가 회원들 사이에 형성됐다”며 활동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비록 말하는 표정은 담담했어도 20년 봉사활동을 정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끝내 감추진 못했다. 

그는 “아쉽다. 정말 많이 아쉽지만 반면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우리가 했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14개 봉사단체들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정 회장의 말처럼 무한사랑회는 지난해 12월 말에 통장 해지 등 장부를 정리하고 남은 230만원을 회원들에게 돌려주고 공식 해산했다. 

경제·사회적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인심도 점점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무한사랑회’ 회원들이 무한한 헌신과 희생이 우리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에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다.

비록 이들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만 이들이 남긴 족적은 우리가 또 다른 이웃을 향해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고 평가할만하다.

정 회장이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전한 인사말을 남긴다. “모든 사람들이 풍요롭고, 건강하게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다들 편안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귀한 줄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 편안한 예산군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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