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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밥먹자”… 엄마 같은 선생님

예산 임성중 전정옥 교사, 매일 제자들 아침식사 챙겨 <br> “지금 받는 사랑 베푸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

2022.11.14(월) 13:37:24무한정보신문(fuco21@daum.net)

전정옥 교사가 학생들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전정옥 교사가 학생들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제자들을 위해 매일 아침밥을 준비하는 선생님, 1996년 임성중학교(충남 예산군 소재)로 부임해 27년째 근무하고 있는 전정옥(55) 교사가 두달 전부터 ‘엄마’의 손길로 학생들의 등굣길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매일 아침 동료들과는 다른 준비물을 챙겨 출근한다. 전날 저녁 물에 불린 쌀로 아침에 지은 밥과 돌자반, 유부, 사과 등 식재료를 담은 천가방이 필수품이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제자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첫 일과다.

유부초밥 4개에 사과 1/4조각이 전부지만, 먹고 나면 제법 든든하다. 전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주 졸던 학생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밥을 잘 안 먹던 아이였다. 아침시간을 바쁘게 보내면서 식사시간을 놓친 경우다. 학교에서 챙겨주는 아침밥을 먹은 후로는 수업태도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15명이 먹을 수 있는 아침밥을 개인접시에 담아 준비한다. 약속이나 한 듯 도서관으로 오는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일일이 밥을 건네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자녀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두 딸이 있는데 대학에 진학하면서 내 품을 떠났다. 여유도 생겼고, 내 아이를 챙겨준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건 지난 여름 학교급식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부터다. 학교급식을 제공하던 오가초등학교 신축공사 때문에 잠시 외부업체 급식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의 입에 안 맞았던지 잘 먹지 않는 모습을 본 뒤 나눠준 자신의 점심밥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 학년 초 가정방문을 통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가 있다는 게 마음을 움직였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돈 많이 들텐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전 교사가 한 대답은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진 않아, 너희들이 있어 선생님이 월급을 받아. 10분 1도 20분의 1도 아닌 30분의 1 정도를 너희들을 위해 쓰는 거야”였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한 아침밥 준비는 교장선생님도 한동안 몰랐다고 한다. 동료들의 출근 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은 9시지만, 학생들은 8시 30분부터 자율독서시간이어서 그 이전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선생님들은 보통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해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굳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교사생활 경험에 비춰 학교일이 쉽지 않고, 아이까지 있다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란다.

학생들은 “전 사실 아침을 잘 안먹는 편인데,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사랑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준비해주는 아침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엄마 같아요”, “평소 집에서 씻고 준비하다보면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거르기 일쑤였는데, 선생님이 챙겨주면서 잘 먹고 있어요” 등 사랑으로 응답했다.

남다른 애교심도 느껴졌다. 그는 “2019년 14명이던 전교생이 지금은 47명이다. 조그만 학교가 점점 커지는데는 이유가 있다. 교장의 철학이 있고, 선생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이들을 다 품어준다”고 학교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침밥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치유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전 교사는 “아침밥을 먹고 온 학생들은 못 먹은 학생들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자기 밥을 내어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거창한 의미나 목적을 두고 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한 일인데, 먼 훗날 아이들이 그때 선생님이 해주시는 아침밥을 먹었던 추억을 간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베풀 듯, 이 아이들이 성장해 지금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베푸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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