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하지(夏至)의 태양은 높고 야속하게도 하늘은 맑다. 옛날엔 하지 지나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올렸다.
황금평야의 젖줄 예당저수지의 23일 현재 저수율은 7.6%다. 논에 줄 물은 이미 끊었고, 식수로 남겨놓은 물인데 이마저도 불안하다.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에 따르면 저수율을 기록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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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리 앞 예당저수지 전경. 거북등 같이 갈라진 바닥에는 귀이빨대칭이가 곳곳에 말라죽어 있다. ⓒ 무한정보신문 |
예산군 대흥면 동서·교촌리까지 물을 담고 있던 드넓은 면적이 황량하게 바닥을 드러냈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저수지에는 줄어드는 물길을 따라잡지 못한 발바닥만한 귀이빨대칭이(1급 멸종위기종)들이 흙밖으로 반쯤 몸을 드러낸채 말라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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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도 견디기 힘든데 멸광충이 어린 모를 갈아먹고 있다. ⓒ 이상도(미래인쇄소) |
저수지 변의 논도 일부는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논은 새카만 멸광충 애벌레들이 어린 모로 달려들어 이파리를 갈아먹고 있다. 엎친데 덮친다고 이 더위에 벌레까지 창궐하니 소독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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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대흥면 교촌리의 한 논에서 피사리를 하고 있는 농민 부부. 논에 물이 말라 제초제가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 ⓒ 무한정보신문 |
예산군 대흥면 교촌3리의 한 논에는 피가 수북하게 자랐다. 때 아닌 피사리에 농민 부부는 허리필 새도 없다. 제초제를 했지만 바로 논물이 말라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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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 논에는 어린 모가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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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날리는 밭에는 콩싹이 나왔지만 잎이 말라지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
밭작물은 말할 것도 없다. 콩은 싹을 틔웠지만 말라 비틀어졌고, 고구마는 줄기를 뻗지 못하고 시들었다. 참깨도 키를 전혀 키우지 못하는 상태로 꽃을 피우니 수확하긴 글렀다고 한다.
농민들은 “기상예보대로 이번 주말에는 꼭 비가 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산군이 파악한 21일 현재 모내기를 못한 지역은 15.3㏊이다. 이제 모내기는 거의 포기했다. 논바닥이 갈라지며 물마름현상을 보이고 있는 논이 48㏊나 된다. 신양면 시왕·차동·귀곡·불원·녹문리 쪽과 광시면 신흥·장신·광시리 쪽이 그 중 심각하다.
시골에서는 지하수가 말라 식수 확보를 하지 못하는 농가도 발생했다. 예산군상하수도사업소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예산군 광시면 가덕1리와 삽교면 신리 쪽 개인 지하수가 끊긴 농가에 2리터짜리 생수를 공급했다. 이대로 비가 안오면 상수도 제한급수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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