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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화려한 초여름을 수놓다

식물이야기- 노루오줌

2024.06.17(월) 20:34:3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화려한초여름을수놓다 1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생물의 이름에는 노루궁둥이버섯, 노루귀, 노루발처럼 노루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노루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데 “노루잠”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말하고, “노루 뼈 우리듯 우리지 말라”는 말은 한번 보거나 들은 지식을 되풀이할 때 핀잔을 주는 말이다. 이는 노루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잡히는 동물이기에 생물의 이름에도, 속담에도 자주 등장했던 것이리라. 그중 가장 재미난 이름을 가진 식물은 단연 노루오줌일 것이다. 

그동안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대부분의 식물 이름은 외형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 같다고 해서 부르는 ‘노루귀’, 노루의 발 모양인 ‘노루발’처럼 그 이름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루오줌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단지 외형이 닮아서 이름 붙여진 식물들과 달리 냄새 때문에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노루오줌은 멧돼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뿌리에 냄새를 가지게 되었다. 즉 천적에 맞서기 위해 이런 냄새를 가지게 된 것이다.

뿌리는 악취를 가졌지만, 식물의 외형은 어떨까? 노루오줌의 학명인 Astilbe chinensis의 종명은 라틴어 a(~가 없다)와 stilbe(빛나다, 반짝이다)의 합성어다. 이 식물의 꽃이 그다지 볼품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어로 부르는 이름은 ‘가짜 염소수염’(False goat’s beard)으로 꽃이 볼륨이 있으면서도 마치 수염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한다. 이름의 뜻으로만 살펴보면 그리 아름다운 모습이 상상되지는 않지만, 직접 이 우아한 촛불 모양의 꽃을 본다면, 미의 기준이란 참 주관적이고 또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웨딩드레스와 잘 어울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손자인 해리 왕손 결혼식에서 흰색 노루오줌을 부케로 사용했다고 하니, 노루오줌 꽃의 우아한 아름다움이 21세기에는 사회적 동의를 이룬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노루오줌은 군락으로 심어질 때 그 매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한다. 외국에서는 개량된 노루오줌 원예품종이 고급정원 식물로 자리 잡았으며, 절화용으로도 인기가 아주 좋다. 초여름 아직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 군락지어 피어나는 노루오줌의 꽃은 파스텔톤으로 흔들리는 파도와 은은한 향기마저 품고 있으니, 이 시기에 아름다운 식물 중 꼭 한 가지만을 소개해 드려야 한다면 노루오줌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천리포수목원 강희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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