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 지킨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용기
▲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전경.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국내외에 널리 알려 인권과 평화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입니다.
▲ 충남 천안시 신부동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는 '소녀상'
1991년8월14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고 김학순 할머니는 자신의 참혹했던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합니다. 김 할머니는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역사적 사실이기에 털어놓기로 했다”며 자칫 역사 속에 묻힐 뻔한 비겁한 자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냈고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 폭로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은 국제사회로 확산됐습니다.
▲ 망향의동산 위안부 피해자 '승화의벽'.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기 위해 활동했지만,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1997년 12월 7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해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에 안장됐지만,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할 인권 문제로 기록되었습니다.
▲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좌, 경향신문 캡처)과 사죄 요구 시위(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홈페이지)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민간 단체들이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 회의에서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인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정하고, 우리 국회는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기림의 날을 법적인 국가기념일로 확정합니다.
▲ 승화의 벽. 고통의 시간을 딛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형상했다.
김 할머니가 안장된 망향의동산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가 세워져 위안부 할머니들의 질곡의 삶과 고통을 위로하고 평화와 인권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지만, 최근 기념식을 서울에서 치르는 등 소홀해져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충남지역 여성단체들이 해마다 기념식을 마련하고 그날을 기억해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 충남 천안 망향의동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안식의 집 전경(전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는 망향의동산 추모탑 오른편 학도의용군 묘역 앞에 설치되어 피해 할머니들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할머니들이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존재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 충남 천안 망향의동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안식의 집 전경(후면).
그렇기에 기념비는 단순히 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처절한 기억을 온 세상에 알린 할머니들이 눈물은 이 같은 참담한 희생이 인류에게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희생이자 사랑이고, 평화와 인권 인간의 존엄을 추구하고 고통과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려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영혼의 눈’과 ‘눈물의 바다’, 오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표현한 ‘시간의 벽’, 피해자로 침묵하던 할머니들이 인권운동가로서 활동을 상징하는 ‘연대의 벽’, 고통의 시간을 딛고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승화의 벽’을 단계적으로 표현합니다.
▲ 망향의동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영혼의 눈과 눈물의 바다.
망향의동산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다 숨을 거둔 재외동포의 안식을 위해 1976년 세워진 국립 묘역입니다. 35만㎡의 묘역 중앙에 높이 15.5m의 추모탑이 세워져 정면에 영혼의 승천을 상징하는 비천상을 중심으로 좌측에 조국을 그리워하는 망향의여인상이, 우측에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상이 있습니다. 1983년 옛 소련군 전투기의 공격으로 피격된 대한항공 여객기 희생자 269위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탑도 있습니다.
▲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 전경.
▲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 추모탑.
▲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 귀정각.
▲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 대한항공 희생자 위령탑.
1932년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한눈을 감아버리거나 심지어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킨 위안부 할머니들의 희생을 추모합니다.
국립 망향의 동산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망향로 3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