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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내 몸 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두려는 몸부림'

논산 김홍신 문학관을 둘러보고 몸과 마음의 양식을 채우다

2023.08.06(일) 16:16:4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홍신 문학관▲ 김홍신 문학관

평일 아침의 잠잠한 시간, 김홍신 문학관의 문으로 들어서자 책들이 달려들 듯 했다. 내 키의 3배쯤 되는 맘모스책벽이 내게로 쏠리는 느낌. 문학관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다. 책벽은 1층과 2층을 통과하며 웅장하게 서 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이에 있지만, 작가의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시장>이 눈에 띈다. 이곳엔 지금까지 출간된 작가의 작품 137권을 포함해 총 217권이 꽂혀있다.

신부가 되고자 했던 작가는 그래서 카돌릭과는 특별한 것 같다.
▲ 신부가 되고자 했던 작가는 그래서 카돌릭과는 특별한 것 같다.

인간시장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곳
▲ 인간시장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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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인간시장>은 워낙에 유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인 김홍신작가의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어 유명세를 더했다. 주인공 ‘장총찬’의 의기충천한 활약이 좌충우돌 펼쳐지는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사는 일에 바빠 문학에서 멀어지고 직장생활을 접게 된 지금, 30여년을 훌쩍 넘어 다시 인간시장을 만나는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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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실제로 원고지에 썼던 글과 인쇄되어 나온 글, 영문활자로 한 장씩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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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발해 작품을 쓰기 위해 모아놓은 자료들이 보인다.(왼쪽)
▲ 대발해 작품을 쓰기 위해 모아놓은 자료들이 보인다.(왼쪽)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작가가 인간시장을 집필할 때 주인공 이름이 원래 ‘권총찬’이었단다. 당시 군사정권에서는 그 이름이 적절치 않았다는데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시대의 반증임을 시사했다. 2층의 발해관에서는 작가의 대하소설 ‘대발해’작품과 그 작업을 하기 위해 수집한 수많은 자료들을 직접 볼 수 있다. 발해의 건국부터 멸망을 다루는 엄청난 작업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역사적인 고증을 기반하며 썼을 열권의 작품들은 가상인물만 500여 명에 달한다니, 그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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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크와 피를 상징하는 검정과 붉은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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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집필공간 일부 전시한 '작가의 방'
▲ 작가의 집필공간 일부 전시한 '작가의 방'

로비에는 위아래 검정과 붉은색의 겹쳐진 동그라미가 의미 있게 걸렸다. 해설사의 설명으로 그 로고가 잉크와 피를 상징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는데, 발해관에서 나는 그 붉은 동그라미가 실제 작가의 선혈로 느껴져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작가의 집필 공간 일부를 전시한 곳을 잠시 들여다보니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한 책상과 만년필, 원고지, 스탠드만 자리한 모습이 단순하다 못해 소박하다. 바로 저곳이 글쓰기에 피를 흘리는 작가의 글감옥이 아닐까 싶어 잠시 머리가 숙여졌다. 동그라미 붉은 색감을 다시 보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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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문학' 표지의 김홍신작가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쓰는 사람이 아니다. 내 몸 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두려는 몸부림으로 내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소설문학 1998년 9월호에 게재된 이 글은 작가의 글쓰기 신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홍신 작가가 표지모델로 나온 ‘소설문학’ 9월호에는 당시 베스트 10명의 작가들 신작들을 특집으로 다루었다는 글이 보인다. 그 10명 중에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 김성동, 최인호 등의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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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문에 연재한 소설
▲ 당시 신문에 연재한 소설

문학관 카페
▲ 문학관 카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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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을 둘러보면서 이곳저곳에 적혀 있는 작품들의 문장들은 관락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해놓았다. 당시 신문에 연재했던 글, 혹은 작가가 실제 원고지에 썼던 글 등은 종이 앞·뒤로 한글과 영어로 되어 있어서 외국인이 와도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 글만 읽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해설사의 말에 따르면 논산엔 두 ‘신’이 있단다. ‘홍신’과 ‘범신’이다. 엇비슷한 연배의 두 작가의 작품세계는 관람객들이 문학관을 방문하면서 각각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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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래 식당의 시래기정식
▲ 산아래 식당의 시래기정식

어느 덧 점심시간이다. 해설사에게 근처의 맛집을 추천해달고 하니 그곳에 가면 그래도 ‘맛좋게 먹었다’는 말을 듣는다고 하는 ‘산아래식당’을 소개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시래기정식으로 나온 표고버섯 탕수육와 수육, 들깨무나물, 호박설기, 물김치, 잡채 등, 각각의 음식들은 낙낙한 질그릇에 담겨 입맛을 돋우고 여행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시래기가 부드럽게 섞인 밥에 된장찌개는 어찌나 안성맞춤이던지 찰진 궁합이 따로 없다. 몸과 마음의 양식이 꽉 찬 하루다.  


김홍신문학관
충남 논산시 중앙로 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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