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암마을을 두고 시간이 머무는 동네라고 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왔는데 여전히 그때 그 모습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젠 익숙해져 발걸음이 전보다 더 자유로워졌다.
변하지 않은 덕분이었고, 그래서 나는 이 마을이 마음에 든다.
규암마을은 규암 나루터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규암시장 공영주차장(무료)에 차를 두고 길을 건너면 흔히 말하는 '레트로 마을'이 나온다.
시간이 오래전 어느 순간에 멈춰, 그 시간 그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곳.
하지만 규암마을은 그렇게 투박하지만은 않다.
꽤 많은 이들이 드르륵 여닫이문을 열고 책방을 오고 갔다.
우리도 그 문을 따라 오래된 1층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책방세간이다.
규암마을에 자리한 대부분의 집들이 오래된 주택 또는 상가를 개조해 만든 곳이 많아
외부는 투박하고 오래된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또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 많다.
살릴 것은 살리고, 바꿀 것은 바꾼 똑똑한 인테리어다.
그중 책방세간은 리빙라이프 회사 '세간'이 규암마을 중앙에 자리한 담배 가게를 고쳐 만든 곳이다.
책방세간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벽면에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케 하는 홀로그램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책방세간은 책만 파는 곳은 아니다.
책방과 그 너머에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책방 겸 카페로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책방세간에서 나와 길을 걷다 발견한 오래된 폐건물.
그 앞에는 투박하게 청년창고라 적혀 있다.
이곳은 폐 농협 창고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부여 청년창고다.
청년창고는 청년창가와 지역 주민 등 지역의 구성원들이 교류하는 공간이자 카페를 결합한
다목적 창업 공간인 코워킹스페이스로 이용되고 있으며,
더불어 지역 청년 창업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큐베이팅 공간을 제공한다.
낡은 건물이 주는 매력이 있다. 멈춘 시간은 낭만이 가득하다.
규암마을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나루터가 있고 오일장이 열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던 마을이다.
하지만 1960년대 백제대교가 개통되면서 생활권이 강 건넛마을로 이동했고,
세월의 무게에 못 이겨 마을은 조금씩 쇠락했다.
거기에 젊은 청년들이 모였다. 도시의 높은 임대료를 못 견뎌 쫓겨나듯 도시에서 벗어난 젊은 청년들과,
오랫동안 이곳을 지킨 마을 주민들이 힘 합쳐 마을에 활기를 더한 것.
이런 변화라면 대찬성이다.
한가로운 주말, 자온길을 거닐며 가볍게 힐링해 보는 건 어떨까?
규암마을 자온길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