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
여름은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양산 하나를 들고 궁남지로 향했다. 시기에 맞춰 온 덕분에 궁남지 정원엔 연꽃이 만발했다.
궁남지 연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으로 알려진 궁남지는 옛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었다.
약 8km 떨어진 능산리 동쪽 산골짜기에서 물을 끌어와 인공 연못을 만들고
주위엔 버드나무를 심어 궁의 정원 역할을 하던 곳.
어느 계절이든 아름답지만, 가장 많은 이가 모이는 시기는 당연코 연꽃이 필 7월 중순이다.
진흙 속 오염물질을 자양분 삼아 청량한 산소를 만들고 꽃까지 피우는 연꽃은 궁남지에서 빠질 수 없는 꽃이다.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궁남지는 사적 13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주변에는 약 5만 평의 습지로 둘러싸여 있다. 구불구불 흙길을 걸었다. 흙길이지만 대체로 평지로 이뤄져 걷기엔 무난하다.
다만 버드나무와 정자가 중간중간 잘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의 길엔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집에서 들고 온 우산 겸 양산이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궁남지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있다.이 섬에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놓여 있고, 이 정자로 향하는 다리가 있어 이 정자까지 당도할 수 있다.
하늘이 맑은 날이라 연못이 하늘인지, 하늘이 연못인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다.
정림사지
궁남지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기 아쉬워 도보로는 15분, 차로는 5분 거리에 자리한 정림사지로 향했다. 정림사지는 옛 백제시대 절터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이 자리에서 발굴된 기와에 '정림사'라는 단어를 보아 이 자리가 절터였고,
그 이름이 정림사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정림사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 국보 제9호로 지정된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오층석탑은 목탑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완벽한 비례미와 절제미를 자랑한다.
오층석탑을 지나 뒤편에 자리한 건물로 들어가면 마모와 훼손이 심해 희미하고 뚜렷하지 않지만, 형체는 그대로 남아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다. 석조여래좌상은 고려 시대 불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햇볕에 서 있다 그늘에 있으니 다시 나가기 힘들다. 가만히 앉아 정림사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정림사지 바로 옆에 자리한 박물관으로 향했다.
2006년에 개관한 정림사지박물관은 백제 사비시기 불교와 그 중심에 있었던 정림사를 주제로 백제 불교문화를 재조명하고자 설립된 박물관이다. 정림사지 박물관은 제1전시실(정림사지관), 브릿지, 제2전시실(백제불교역사관)과 영상실, 뮤지엄샵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연꽃 필 무더운 여름, 부여로 가보자. 궁남지, 정림사지가 늘 그 곁을 지키고 있다.
궁남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 입장료 : 무료
- 주차 : 궁남지 자체 주차장(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