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충남 부여, 그리고 예전 '능산리 고분군'에서 '부여 왕릉원'이라는 명칭을 다시 부여받은 이곳을 찾았습니다. 인접한 도시인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이 '무령왕릉 및 왕릉원'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 처럼, 부여 왕릉원도 이제는 그 가치와 품격에 맞는 올바른 이름을 얻은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곳들은 이제 많은 분이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주변국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문화적인 발전이 가히 '절정'에 이르렀을 시기인 백제 후기(475~660)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모두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사적'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1963년 1월 21일에 지정되었는데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사비'시대의 백제 왕릉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사비(지금의 부여군)에서 660년 백제가 멸망함에 따라, 부여 왕릉원은 백제 말기의 왕과 왕족들이 모셔져 있는 왕릉원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여 왕릉원의 면적은 약 3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답사와 관람을 위해서는 2시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관람속도와 동선에 따라서 조금은 틀릴 수 있는데요. 부여 왕릉원의 관람과 동시에 능산리 사지(능사)와 부여 나성을 같이 관람하는 경우가 있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실 수도 있습니다.
추천드리는 관람 동선은, 입구로 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현재 원활한 관람이 가능한 '중앙 고분군'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서쪽으로 이동하여 부여왕릉원 아트뮤지엄과 능산리사지, 나성을 순차적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람을 해야 부여 왕릉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하여 숨겨져 있는 역사이야기를 무난하게 답사하실 수 있게 됩니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중앙 고분군, 총 7개의 봉분들이 현재 부여 왕릉원을 대표하고 있는 발굴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현재 '사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곳들이며 실제로 중앙 고분군을 감싸고 있는 동고분군과 서고분군은 이제 막 발굴이 시작되었거나, 발굴계획에 들어있는 지역입니다.
동고분군과 서고분군에도 각각 6기와 4기 정도의 고분군이 분포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각 방향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와 1937년에 발견되어 발굴에 대한 기록은 있으나, 그 기록이 명확하지 않고 또 부장품이 별로 없어 큰 성과는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발굴이 진행된 당시에도 '도굴'의 흔적이 많았다는 얘기가 되겠죠.
중앙고분군에서 내려다 보이는 왕릉원의 풍경이 꽤 멋있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이렇게 양지 바른 곳에 역대 왕들이 묻히게 되었다는 것이고요. 사비 백제가 존재했던 당시의 시대에 비추어 볼 때에 성왕, 위덕왕, 혜왕, 법왕의 왕릉이 이 곳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 됩니다. 실제로 백제의 고분군 중에는 공주시에 있는 '무령왕릉'이 그 무덤의 주인공(무령왕과 왕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고분군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사비시대에 조성된 부여 왕릉원에 각 고분군의 주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왕릉원 내에 산책로를 걷다 보면, '조선왕릉'이 생각날 정도로 정비가 꽤 잘되어 있습니다. 작은 입장료가 있지만,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장소의 특성 상, 간단한 음료외에는 음식물의 지참이나 취식, 취사가 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조선왕릉을 꽤 닮았습니다.
아직까지 '부여 왕릉원'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맞장구를 칠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쪽에 있는 '능산리 사지'에 오면 그런 의문점이 말끔히 해소되는데요. 바로 이 능산리사지에서 발견된 문화재 중, 우리에게 익숙한 '백제 금동대향로'가 바로 이곳에서 출토되었기 때문입니다. 능산리 사지가 온전히 우리에게 전해졌다면, 그 위용은 익산에 있는 미륵사지를 능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부여 왕릉원에서 한 가지 큰 변경점이 있습니다. 보낼 '부여 왕릉원 전시관'으로 쓰였던 곳이, 현재는 '부여 왕릉원 아트 뮤지엄'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여 왕릉원에 유료 입장을 한 관람객들만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왕릉원을 비롯한 백제 나성의 역사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멋진 미디어아트와 심도 깊은 역사이야기 까지, 그리고 전시관안은 여름철 잠시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휴식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인증샷, 포토존 몇개 정도는 있어야 유명세를 타는 요즘 관광지 보다는, 가끔은 가족단위로 우리 삼국시대 백제의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적지를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여 왕릉원
충남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