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에 있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 보령의 청소역(靑所驛)
▲ 청소역 근처에 위치한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지
아, 여기가 거기구나. 청소역 근처의 연두색 택시를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본 사람들 혹은 5.18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사람들이 이곳에 온다면 특별한 감회에 젖을 것 같다.
보령시 청소면에 위치한 ‘청소역’은 ‘택시운전사’의 촬영지이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마치 주인공과 그 시간에 같이 있다는 느낌이다. 촬영지였던 곳에는 포토존과 아기자기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교복차림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남녀학생들 가운데 앉으니 잠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바닥엔 장항선의 역들이 표시되어 있어 기차로 통학했던 추억이 있다면 또 다른 감회로 향수를 자극한다.
청소역은 장항선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다. 하루 평균 20여명이 이용하며 8차례 정차하는 아주 작은 역으로, 역사를 마주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에서 거꾸로 되돌아 과거로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청소역사의 정면 입구를 중심으로 양쪽에 한 그루씩 서 있는 향나무의 푸른 기운이 ‘푸른 공간’임을 강조하듯 우뚝하다. 그 아래로는 둥글둥글 귀여운 회양목도 푸름을 거든다. 역사는 아담하고 소박하다. 맞이방과 역무실, 부속실 등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정문의 청소역 역사와 유래가 팻말로 서 있는 글에는 ‘근대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이 잘 드러나 있고 원형이 잘 보존돼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 2006년 12월 4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 제 30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 청소역 정문
청소역의 사연에는 청소역이 처음 개통할 당시엔 마을 이름이 진죽리에 위치하고 있어 '진죽역'이었단다. 당시 청소면의 중심이 진죽리여서 붙여진 이름이었다는데 이후 1988년 ‘청소역’으로 역명을 바꾸고 오늘에 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역은 ‘차내취급역’으로 기차를 타고 승무원에게 승차권 발권을 요청하거나, 코레일톡 앱을 이용해 발매할 수 있다. 청소역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15일(금)까지 #1564열차(통과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지금쯤은 태업이 풀려 정상으로 운행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구름이 낮게 깔린 일요일, 청소역 주변은 말끔하게 청소를 한 것처럼 거리가 말끔했다. 역을 중심으로 나지막한 단층의 건물들이 정비되어 있다. 점심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걷는 동안 한적한 시골길에 핀 겹접시꽃 붉은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민센터가 있는 건물 맞은 편으로 ‘청소년 행복지원센터’(?)라는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마을에 청소년이 많은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보니 청소년이 아니라 ‘청소면’을 ‘청소년’으로 잘못 읽은 거다. 하루 평균 20여명이 이용하는 간이역의 왕고참 ‘청소역’에 지역의 프로그램이든 다른 지역과 연계해서 특별 깜짝 힐링코스를 만들든, 하루 8번 정차하는 시간에 청소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알찬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6월의 보령 청소역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청소역 [등록문화재(20169.12.04지정)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청소큰길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