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이란, '도서관법' 개정과 함께 명칭이 처음 사용되었고,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지식 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으로 제5조에 따른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 자료 기준에 미달하는 도서관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별도로 '작은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어 국민의 지식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 친화적 도서관 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https://www.smalllibrary.org/main/index)

작은 도서관은 주로 생활밀착형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주로 독서 및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역밀착형 도서관입니다. 천안 직산 마정 저수지에 있는 '김종원 영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으로 노마만리 북 카페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산 작은 도서관 '김종원 영화 도서관'

노마만리 한상언 대표는 대학 시절 연극사 수업에서 다다이즘을 탄생시킨 '카바레 볼테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알게 된 후 막연하게 그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2018년 근무하던 대학을 나와 개인 연구자가 된 후 아내와 함께 생각만 갖고 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으로 땅과 건물을 보고 다니다가 천안 직산에 있는 마정 저수지에 반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

원래 카페로 운영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어서 내부 인테리어만 하고 들어왔는데, 이곳이 단순한 기능을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익보다는 공간에 대한 기능을 먼저 생각했다고 합니다. 1층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에 마정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는 테이블 몇 개와 책방 그리고 중정을 정원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차도 마시지만, 전시 겸 책을 읽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1층 전시와 책방 공간





2층 역시 1층과 같이 마정 저수지를 바라보게 테이블이 있고, 카운터 자리와 계단 옆을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연구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자료들을 테마별로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한상언 대표가 연구하는 시대가 1900년부터 1950년대이다 보니 일제강점기 영화잡지가 많았고, 추억의 영화잡지까지 모여있어 보는 내내 저의 20대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영화잡지 전시



그리고 2층 다른 쪽에는 86세의 연세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존경하는 평론가 김종원 선생과 고 이길성 선생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종원 선생이 기증한 기증물과 작년에 타계한 고 이길성 선생의 장서 그리고 연구실에 있는 자료를 옮겨와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또, 복합문화공간으로 노마만리라고 이름을 짓게 된 책도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처음 공간을 계약한 후 이름을 짓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 '카바레 볼테르'를 통해 영감을 얻었지만, 우리에겐 부정적인 단어인 카바레를 쓰는 것에 주변인들이 시큰둥해 했다고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말하던 중 ‘노마만리’가 좋다고 해서 공간 이름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평양 출생의 소설가 김사량(金史良)이 태평양 전쟁 때 종군기자로 징집되었다가 탈출하면서 조선의용군에 합류하기 위해 항일의 성지였던 연안으로 가는 여정을 적은 항전 기행문이 ‘노마만리’입니다.  


▲김사량(金史良) 항전 기행문이 ‘노마만리’ 초판

1948년 평양의 양서각에서 처음 출간된 노마만리의 초판을 운 좋게 중국 중고 책 거래 사이트에서 찾아내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노마만리 안에 있는 낙타 그림을 마크로 사용할 정도로 노마만리 작품을 애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마만리 삽화 중 낙타

노마만리를 오픈하고 3층 공간에 손을 못 대고 있을 때 2022년 10월 천안 문화도시 공간 스위치 사업으로 3층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천안시민을 대상으로 15주 차 영화 강좌 '천안, 영화를 읽다'와 5회 차 미술 강좌 '한국 미술가 열전'을 운영했습니다.

▲'천안, 영화를 읽다' 중 이효인 영화 강좌 / 노마만리 사진 제공

그리고 2023년 2월 작은 도서관으로 인증을 받고, '김종원 영화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희귀 고서가 가득한 영화 전문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김종원 선생은 우리나라 영화계의 선구자적인 평론가로 한상언 대표가 현재 회고록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누구나 와서 편하게 책도 보고 풍경도 즐기면서 차를 마시도록 열린 공간으로 꾸민 노마만리에서는 매주 금요 심야 영화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3월에는 박해일 회고전을 했고, 4월과 5월에는 봉준호 감독 전작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양한 시선을 통해 서로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노마만리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전시나 책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장료 7천 원에 무제한 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강좌가 열리는 금요일에는 입장료 5천 원에 무제한 차를 내주고 있습니다. 영화도 보여주는데 5천 원을 받는다는 게 선뜻 계산이 잘 되지않고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함께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노마만리 입장료 7천원, 금요일 영화 강좌 5천원 음료 무제한



저도 지난주 금요일 노마만리에서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하는 영화 감상과 강좌를 들으러 갔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중 설국열차를 못 봐서 보러 갔었는데, 마정 저수지까지 천안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영화관은 아니지만 집에서도 찾아 보려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 후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날 영화도 재미있게 봤지만 이후에 나눈 다양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공통된 관심사를 두고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젊은 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5월 19일은 '옥자'와 26일 '기생충'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매주 금요 심야 영화 강좌

그리고 6월이면 노마만리는 영화뿐만 아니라 전시와 강좌 주제를 바꾸어서 변신할 예정입니다. 주제를 정하는 것은 한상언 대표에게 달린 일이고, 연구실에서 자료를 언제쯤 가져오느냐에 따라 전시 시기가 정해진다고 합니다.

대략적으로 노마만리 6월 계획은 민촌 이기영 시인의 자료 전시와 박환 교수의 독립운동과 관련 저작 전시 그리고 천안을 중심으로 충남 미술사를 소개하는 5개의 강좌를 열 생각이라고 합니다. 희귀 고서가 가득한 영화 전문 도서관답게 쉽게 만날 수 없는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라 언젠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 같은 곳이 될 듯합니다.


노마만리 북카페, 작은 도서관 '김종원 영화도서관'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금곡로 166
0507-1361-7885
영업시간 11시-20시(매주 금요일 영화 상영 21시-자정까지)
email didas@naver.com
instgram @nomamanri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