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졸 따라다니며 ‘한 입만~ 한 입만~’
예산휴게소(당진방향)에서
2023.05.15(월) 16:27:08 | 황토
(
enikesa@hanmail.net)
▲ 예산(당진)휴게소
우리가 탄 승용차와 푸른빛 버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속도로를 달렸다. 처음 한 대만 보이던 버스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같은 차 서너 대가 이어졌다.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푸른 기차 같았다. 그러다 휴게소방향이 가까워지면서 버스가 일렬로 죽 예산휴게소로 들어가고 우리 검은색 차가 그 뒤를 따랐다. 저 푸른색 버스는 어디로 가는지 관광객을 참 많이도 싣고 왔다고 생각했다.
▲ 터키즈블루빛의 대형버스 6개가 나란히 주차되있다.
버스가 멈추면서 버스 안에서는 아이들이 줄줄이 이어 나왔다. 서너 대로 알았던 버스가 자그마치 여섯 대다. 휴게소는 학생들과 인솔하는 교사들로 일순간에 북적거렸다. 화장실에 긴 줄이 이어졌다.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볼일을 봤다.
“어디서 왔어요?”
“청주에서요.”
“수학여행?”
“수련회로 바닷가 가요~.”
“와, 재밌겠다.”
▲ 휴게소 카페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학생들은 중학생들이었다. 화장실을 나와 식당 안으로 가니 근처 카페에도 줄이 길게 이어졌다. 과일라떼나 아이스크림 등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도 친구들과 수다를 이어가는 아이들. 평일 오전의 조용하던 휴게소에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활기로 넘친다.
아이들은 식당의 편의점이나 책들이 진열된 곳에서 간식거리를 고르거나 여행관련 책들을 보기도 한다. 코로나19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풍경들이다. 이따금씩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자율적인 착용이 시행된 이후로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 한낮엔 벌써 덥습니다.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있고 한낮의 더위는 거의 여름이어서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은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연두빛이 점점 녹색으로 번지는 느티나무 그늘아래 아이들이 삼삼오오로 모인다. 재잘대는 소리가 맑은 새소리 같다. 중학생인데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키가 큰 아이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생인양 아직 앳된 학생도 있다.
두 여학생이 걸어가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뒤에서 두 남자애들이 ‘나 한 입만~ 어? 나 한 입만~’을 읊으며 따라갔다. 여학생들이 깔깔대며 걷는데 어디까지 따라가는지 한 입은커녕 다 먹을 때까지 따라갈 태세다. ‘한 입만~’을 외치지만 남학생들 마음은 정작 다른 데 있지 않았을까.
▲ 오늘은 수련회 가는 날, 휴게소에 들러 잠시 환기를~
▲ 5월의 청소년들
▲ 휴게소에 등장하는 초등학생 야구선수단
▲ 휴식중인 어르신들
휴게소 밖 테이블에는 일행인 듯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준비해온 음료를 나눠 마시며 학생들의 발랄한 움직임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또 한 무리의 빨간 유니폼부대가 등장했다. 초등학생 야구선수들로 보였다. 코스가 정해진 듯, 일단 차에서 내리면 화장실을 찾는 건 가장 기본이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그 다음에 핫도그나 떡꼬치, 아이스크림, 혹은 아예 점심으로 예산사과 돈까스를 먹을 일이다.
▲ 휴게소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 맛있는 간식이 곁들여진 달콤한 쉼!
5월이다. 한껏 싱그러운 나무와 꽃처럼 휴게소에는 아이들 꽃이 활짝 피고 한동안 꽃향기가 코에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