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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렌체보다 화려하다는 부여, 그 네 번째 이야기

2023.03.04(토) 16:05:00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여왕릉원과 능산리사지를 거닐며 생각하며

정림사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부여왕릉원은 사비도성 바로 밖 해발 121m의 능산리산 남쪽 경사면 중턱에 있는 7기의 무덤으로,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 사비시대 백제 왕과 왕족들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 때인 1915년에 고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비로 도읍을 옮기고 백제가 멸망하기까지 122년간 사비궁에서 정사를 본 백제의 왕은 모두 여섯 분으로 무덤이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성왕, 무왕, 의자왕을 제외하면 위덕왕과 혜왕, 법왕과 왕족의 무덤일 것이라고 한다.
 
입구 가까운 솔숲에 서 있는 내력이 있을 것 같은 굵은 소나무가 여행자를 반기고 고분의 봉분을 뒤덮은 누런 잔디가 아직은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부여왕릉원 소나무
▲ 부여왕릉원 소나무

부여왕릉원 고분군
▲ 부여왕릉원 고분군

부여왕릉원 고분
▲ 부여왕릉원 고분

왕릉 서편에는 백제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하였다가 백 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백제가 멸망하면서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는 눙산리사지가 있다.

능산리사지
▲ 능산리사지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누런 잔디만 넓게 펼쳐져 있는 폐사지의 오후는 스산하기 그지없고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리에 그려진 능사의 5층목탑을 비롯한 사찰의 건물들을 보며 잠시 화려했을 그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능산리사지 유리 액자에 그려진 능산리사지 건물들
▲ 능산리사지 유리 액자에 그려진 능산리사지 건물들

이 능산리사지에 부여왕릉원의 모형관을 짓기 위한 배수로 공사를 하면서 여러 점의 연꽃무늬 수막새가 출토되자 능산리사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어 1993년에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되었고 1995년에는 목탑지 심초석 하부에서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이 발견되어 국보급 문화재 두 점이 잇따라 발굴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말이 쉬워 1,400년이지 도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길고도 긴 세월 동안 향로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향로를 둘러싼 진흙이 공기를 차단하여 완벽한 밀폐상태를 만들어 부식을 피할 수 있었고 두 번째 비결은 ‘수은아말감도금법’이라는 특별한 도금 기술로 향로 표면을 얇은 두께로 균일하게 도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제금동대향로
▲ 백제금동대향로

이렇게 신비롭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제금동대향로가 근래에 발견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일제강점기 때와 같이 나라에 힘이 없어 우리의 의지대로 문화재 한 점 제대로 지킬 수 없었을 때 발견되었더라면 백제금동대향로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남겨진 것이 없는 폐사지 너른 뜰에 서면 언제나 지나간 시간이 주는 허전함으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데 ‘잃어버린 왕국’이라 불리는 왕도의 겨울 능산리사지는 멀리 뵈는 나성 너머에서부터 불어올 것 같은 차갑고 황량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저 왕릉과 폐사지 너른 뜰에 파릇한 잔디가 돋아나고 봄비가 내려 백마강에 강물이 불어나는 새봄이 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려나 궁금해진다.


백제문화단지 돌아보고
 
백제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만들고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들었을 만큼 “고대 동아시아에서 가장 세련되고 앞서가는 건축과 공예 기술을 가진 나라였을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남아있는 건축물이나 기록이 없어 허전했는데 부여 규암면에 사비시대 왕궁과 능사를 재현한 백제문화단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재현해 놓았다고 하여 영화 세트장이나 축소하여 모형처럼 만들어 놓았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사비궁 입구 정양문 앞에서 이 건축물들이 1:1로 만들어 놓은 실물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규모에 놀라고, 화려함에 놀랐다. 말하자면 한 나라의 임금이 살던 궁궐과 국찰을 통째로 세워놓은 것이다.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정문 정양문
▲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정문 정양문

백제문화단지 사비로열차
▲ 백제문화단지 사비로열차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천정문
▲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천정문

백제문화단지는 1998년 100여만 평이나 되는 대지 위에 공사를 시작하여 12년이 지난 2010년 9월 세계대백제전 개막에 맞춰 공개되었다고 한다. 백제의 건축물은 물론 남아 있는 그림과 기록이 별로 없어 고증이 쉽지 않아 일본의 백제 관련 유적 등을 참조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궁과 능사의 단청이 화려하다.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의 회랑
▲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의 회랑

백제문화단지 중궁전 내부
▲ 백제문화단지 중궁전 내부

능사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축물은 높이 38m의 5층목탑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재현된 백제시대 목탑이며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던 곳으로 능산리사지 목탑 심초석에서 능사의 창건연대가 적힌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이 출토되기도 했다고 한다.

백제문화단지 능사와 5층목탑
▲ 백제문화단지 능사와 5층목탑

백제문화단지 능사와 5층목탑
▲ 백제문화단지 능사와 5층목탑

능사의 정문 대통문과 5층목탑
▲ 능사의 정문 대통문과 5층목탑

단청이 화려한 능사의 대웅전
▲ 단청이 화려한 능사의 대웅전

백제문화단지 전기 어차
▲ 백제문화단지 전기 어차

백제문화단지 내 능사에 복원해놓은 향로각에는 장인들에 의해 백제금동대향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전망대인 제향루에 오르면 너른 사비궁과 능사 그리고 1,400년 전 백제시대 귀족과 서민들의 가옥을 재현해 놓아 백제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백제생활문화마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백제금동대향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
▲ 백제금동대향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

백제생활문화마을
▲ 백제생활문화마을

백제생활문화마을
▲ 백제생활문화마을

백제생활문화마을
▲ 백제생활문화마을

‘근래 들어 재현해 놓은 건물로 백제인들의 영혼이 담기지 않은 건축물을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망설였는데 막상 돌아보니 사비시대 백제의 문화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라는 강한 끌림에 나선 겨울 부여 여행은 그저 남겨진 기록이 거의 없는 ‘잃어버린 왕국’의 도읍으로 쇠락해가는 시골의 작은 읍일 거라는 나의 짐작이 잘못되었고, 세월을 거슬러 사비시대를 살다간 사람 그 어떤 누구의 삶도 매 순간순간 무의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럼에도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부여왕릉원 및 능산리사지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 ☏ 041-832-2721
- 관람 시간 :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 휴관일 : 매년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백제문화단지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 041-408-7290
- 관람 시간 : 하절기(3월~11월) 09:00~18:00, 동절기(12월~2월) 09:00~17: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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