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주시 금학동에 있는 '일락산(日落山) 마애지장보살입상'을 뵈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거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을 즐겨본다면 지장보살(お地藏さん)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아니라면 지장보살 그것도 마애(磨崖, 석벽에 글자나 그림, 불상 따위를 새김) 지장보살을 접하기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주시에 4구가 있다는 마애불 중 2구가 있는 금학동 일락산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궁금증과 기대는 무척이나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 공주시청(공주시 봉황로1/041-840-3800)
 

▲ 묘암사 가는 길
 

▲ 묘암사 표지석

먼저 공주시 금학동의 '일락산(日落山) 마애지장보살입상'을 찾아가는 경로를 안내해 볼까 합니다. 공주시 금학동 일락산에 오를 수 있는 여러 코스 중 오늘은 3개 코스를 소개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주시청 인근에는 공용주차장이 확보돼 있어 주차가 용이하고, 묘암사라는 암자를 들렀다 가야 해서 공주시청에서 출발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공주 시청 정문에서 좌측 방향의 '해지개(日落)길'로 직진하다 보면 공주시청 건물 모퉁이에 '묘암사'를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나는데요, 그곳에서 우회전한 후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1. 공주 묘암사에서 찾아가는 길

▲ 묘암사에서 내려다본 공영주차장 일대 전경: 국립 공주교육대학교 부속건물인 청목관이 지어질 때 토석에서 옛 기와 파편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공주시청과 공주교육대학교 부속건물인 청목관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걸으니 공영주차장이 나타나고, 공주시청 별관 건물도 보였습니다. 그 앞에는 '해지개큰샘'이 있고 큰샘 옆에는 '해지개마을'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해지개마을'은 일락산(日落山, 해발 272m) 옆에 있는 동네로 해가 넘어가는 마을을 뜻한다고 합니다. 또한 일락산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패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여겨져 우리나라의 쇠망을 의미한 '월락산(月落山)'으로 대신해 불리다 해방 이후에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 묘암사(공주시 해지개길 21-4)는 2021년에 경매 물건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 묘암사 산신각

공영주차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완경사 지대 위에 작은 암자 하나가 보이는데, 그곳이 50~60여 년 전에 조성됐다는 '묘암사'입니다. 인기척에도 맞아주는 분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곳 법당 안에는 마애지장보살님이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보살상이 먼저 새겨지고 그 위에 법당이 이룩됐는지, 절 법당을 조성하면서 보살상이 새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법당 내 마애지장보살상은 보지 못한 채 묘암사에서 좌측으로 150여 m를 올라가 오늘 소개할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을 뵐 수 있었습니다.


2. 공주교육대학교에서 찾아가는 길
 

▲ 공주교육대학교(공주시 웅진로 27/ 041-850-1114) 정문 전경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을 뵙고 내려올 때는 공주교육대학교로 이어지는 등산로 쪽을 이용했는데요, 묘암사를 둘러보실 분이 아니라면 이쪽 코스로 올라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공주교육대학교의 은행나무와 사제동행상은 2022년에 '공주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공주시 미래유산은 공주시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다수 시민이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어, 미래세대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 유산을 말한다.
 

▲ 공주교육대학교 산책로인 '명상의 숲길'

공주교육대학교 정문에서 보면 '공주시 미래유산'의 하나인 '공주교육대학교 은행나무와 사제동행상'이 보입니다. 그 뒤로는 중앙도서관과 과학관 건물이 보이는데요, 그 사이에 '명상의 숲길'로 오르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좌·우측에 상관없이 어느 쪽으로 오르든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이 자리한 곳으로 갈 수는 있습니다.
 

▲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 이정표

공주교육대학교 산책로인 '명상의 숲길'로 오르면 나무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정표 뒤편으로 난 등산로를 200m 정도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3. 공주시청 별관에서 찾아가는 길

▲ 공영주차장에서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으로 가는 길

공주교육대학교 '명상의 숲길'로 오르는 우측 계단의 끝에서 보면, 앞에서 안내한 공주시청 별관 건물이 보입니다. 공주시청 별관 좌측에 난 이 코스 역시 묘암사를 둘러보지 않을 분에게 추천하는데요, 공주시청 본관에서 좌측의 해지개길로 들어선 후 공영주차장이 나타나면 별관 건물을 향해 좌측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면 등산로가 나타납니다.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 이정표가 보이면 200m 정도 위쪽으로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4.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과 마주하다!

▲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 이정표
 

▲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

앞에서 소개한 경로로 이동하면 산 중턱에서 대나무숲의 비호를 받고 있는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속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지?' 놀라움과 궁금증이 교차하는 이곳은 현재 공주교육대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 '지장보살(地藏菩薩)'은 무불 세계에서 육도 중생(六道衆生)을 교화· 구제하는 대비보살로 천관(天冠)을 쓰고 가사를 입었으며, 왼손에는 연꽃을 들고 오른손에는 보주(寶珠)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 공주시 금학동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은 총 높이는 94cm, 불상 높이는 84cm라고 한다. 두광은 지름이 37cm이며, 대좌는 너비 58cm, 높이 15cm라고 한다.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은 천연 암벽에 장방형에 가까운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음각으로 새겨 놓고 있었습니다. 감실의 깊이는 약 3~5cm, 높이 126cm, 너비는 58cm라고 합니다. 머리 주변에는 원형의 두광이 선각되어 있고, 민머리에 손에 80cm의 석장을 들고 있어 지장보살임을 알게 하며, 단편 양연의 연화대좌 위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 명문

마애불의 오른쪽 윗면에는 "大慈回向成化□年中秋(대자회향성화□년 중추)"라는 명문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한때 조각 양식과 '성화'라는 연호가 중국 명나라 헌종 때의 연호(1465~1487)라는 데 근거하여 조선 성종 때인 1470년대에 조성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19년 3D 입체 엑스레이 촬영을 실시한 결과 '성화□년(成化□年)'부분이 일제강점기의 일본 연호인 '소화□년(昭和□年)'으로 판독되면서 시·도 문화재로서의 지정이 어려워진 바 있습니다.

'일락산 마애지장보살입상'은 조성 시기가 지나치게 근· 현대에 가까워 비록 문화재 지정은 안 되었지만, 다행히 공주교육대학교에서 학교 소유의 산에 계신 마애지장보살입상을 대학 박물관 프로그램에서 사용하여 대학 소유의 문화재의 가치를 향유한다고 합니다. 현재 일락산 지장보살입상의 얼굴은 마멸이 심하여 세부 양식의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해 보이며,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