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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렌체보다 화려하다는 부여를 걷다

2023.02.12(일) 08:25:40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피렌체보다 화려하다는 부여를 걷다

규암마을 한 바퀴

“당신의 발밑에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보는 순간,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이 강렬했으나 ‘설마 그럴 리가 있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십 년 전쯤이나 되었으려나 부소산에 산벚꽃이 하얗게 피었을 무렵, 가 본 부여는 백제가 멸망하기 전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왕들이 살았던 도읍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영락없이 쇠락한 시골의 소읍이었다는 느낌이 남아있는 내게 르네상스의 중심지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단테의 도시 피렌체라니 나가도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어 이 겨울의 끝자락 금강을 따라 부여로 가는 651번 지방도를 달린다. 

스산한 겨울 풍경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규암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차를 멈춘 수북정은 백마강을 굽어보고 서 있는 늙은 굴참나무가 지키고 있고 불어오는 차가운 강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자온대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은 전라북도 장수에서 발원하여 금산, 옥천 대전, 공주를 거쳐 이곳까지 흘러왔을 것이고 이후 논산을 지나고 서천을 지나 천 리를 흘러 서해로 갈 것이다.

규암마을 수북정
▲ 규암마을 수북정

일제강점기 때 나루터가 있어 수탈의 중심지이자 충남 서남부 교통의 요지로 1950년대에는 백화점과 술집, 요정이 많았을 정도로 번화한 동네였으나 백제교가 개통되면서 급격하게 쇠락의 길로 접어든 도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던 모양이다.
 
길을 걷다 보니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정감이 가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오래된 건물에 서점이나 카페가 들어서고 공방을 만들어 놓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이 길 끝 나지막한 언덕 위에는 오래된 작은 교회당이 있고 교회당 옆에는 줄을 당겨 종을 치는 종탑이 있다. 이 종탑을 보니 유년시절 고향 집 근처에 있던 교회에서 나던 ‘뎅그렁~뎅그렁~’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렇듯 오래된 동네 규암마을에는 반갑고 정겨운 풍경들이 있다. 
 규암마을 부여서고
▲ 규암마을 부여서고

규암마을 스튜디오 부여
▲ 규암마을 스튜디오 부여

규암마을 오래된 교회당
▲ 규암마을 오래된 교회당


부소산성을 걸어보니 부여에 살고 싶어졌다

부여에 오기 위해 다시 뒤적여 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늦가을 비 오는 날, 저녁 무렵 혼자서 걸을 때 비로소 부소산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것”이라는 글을 기억하며 ‘아직 산 그늘진 곳에 잔설이 남아있을 것 같은 이즈음 부소산성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기 시작한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된 만큼 관리가 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소산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부소산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객사와 동헌을 지나 부소산성 정문에 이르니 평일이어서 그런지 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고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다 보니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와 대나무가 양옆으로 서 있는 충의문을 지나 백제의 세 충신, 성충, 흥수, 계백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삼충사 앞에 서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객사
▲ 객사

내동헌
▲ 내동헌

부소산성 정문
▲ 부소산성 정문

충의문
▲ 충의문

삼충사
▲ 삼충사

흥하는 나라와 망하는 나라는 거기에 상응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무수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어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군주에서부터 뭇 백성에 이르기까지 살펴야 함을 새삼 새겨본다.
 
부소산성을 산책하는 코스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영일루를 거쳐 사자루, 백화정, 낙화암, 고란사, 서복사지를 거쳐 나오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한다.

부소산성 산성길 안내도
▲ 부소산성 산성길 안내도

부소산성 안내판
▲ 부소산성 안내판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조금 가파른 길을 걸어도 땀이 나지 않으니 걷기에 그만이고 평일이어서 그런지 복잡하지 않아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백제시대 왕들이 목욕재계한 뒤 대신들과 함께 정사를 논했으며 옛사람들이 부소산 최고 경관으로 꼽은 영일루는 위풍당당하고 군창지와 그 주변 일대 잘생긴 굵은 소나무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일까 싶고 반월루와 사자루에서 보는 강과 마을들은 참으로 평온해 보인다.

영일대
▲ 영일대

군창지 일대 소나무
▲ 군창지 일대 소나무

사자루
▲ 사자루

백제가 멸망하던 1363년 전 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사비성이 함락되자 궁인들이 백마강으로 꽃처럼 몸을 던져 목숨을 버렸다는 낙화암과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백화정 둘레 소나무들은 푸르고, 유유하게 흐르는 백마강은 말이 없고 돛을 단 유람선만 강물을 가르고 지나간다.
  백화정
▲ 백화정

백마강 유람선
▲ 백마강 유람선

낙화암 바위 절벽에 자리하고 있는 고란사 풍경은 산 그늘 밑 겨울 강과 마주하고 있어서 그런지, 떨어진 나뭇잎이 절집의 지붕을 덮고 있어서 그런지, 비탈에 서 있는 나목들 때문인지 을씨년스럽다. 그러더라도 한 번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는 고란정 약수를 두 바가지나 마셨으니 조금 젊어졌으려나…, 종각 옆 백마강변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오래된 느티나무에 물이 오르고 여린 새잎이 피어나는 봄날에는 얼마나 근사할까 싶다.
   
고란사
▲ 고란사

고란정
▲ 고란정

고란사 보리수잎 소원지
▲ 고란사 보리수잎 소원지

고란사 종각과 느티나무
▲ 고란사 종각과 느티나무

다시 굵은 참나무와 잘생긴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산책로를 따라 서복사지로 내려오면서 이곳 어디에 거처를 정하고 매일매일 이 길을 걸으며 내 남은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부여의 또 다른 곳도 둘러봐야 하겠지만 부여가 가슴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 규암마을
  충남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 155-16
 
- 부소산성 관광안내 및 입장시간
  관광안내 041-830-288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하절기(3월~10월) 0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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