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한옥마을과 돈암서원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리 51
▲ 논산한옥마을입구
새해 첫 주말, 논산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초미세먼지로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가능하면 외부출입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연일 핸드폰 알림으로 떴다. 마스크와 보호안경을 착용하니 웬만하면 괜찮겠지 싶었다. 막상 한옥마을에 오니 오히려 하늘이 맑고 쾌청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2022년 11월에 문을 연 한옥마을에서 한옥을 바라보는 한옥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 정겨움을 더하는 장독대
한옥의 사전적인 의미는 서양주택인 양옥에 대비한 말이며 한국의 전통건축양식으로 지은 집을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조선집이라고도 하며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 있게 결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이란다. 안으로 들어서니 볕이 잘 드는 곳에 옹기종기 모인 장독대가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더한다. 누군가 의도하며 준비했는지 그림책<넉점반>이 손닿는 적당한 위치에 놓였다. 고즈넉한 한옥 풍경과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 그림책 <넉점반>이 놓인 곳
▲ 마루
▲ 신발을 벗고 올라오세요.
▲마루 아래마다 보이는 장작들
▲ 돈암서원가는 길
▲ 그늘진 곳에는 아직 눈이 그대로 있다.
▲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돈암서원
▲ 홍살문 오른쪽으로 하마비가 있다.
한옥마을의 돌담을 끼고 돈암서원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늘진 곳에는 녹지 않은 눈이 아직 하얗게 남아 있다. 홍살문이 보이는 곳으로 가기 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알리는 비가 세워진 곳에 섰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돈암서원은 훼절되지 않고 굳굳히 남은 유서깊은 서원이다. 홍살문 앞에 서는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홍살문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조금 나 있는 곳에는 하마(下馬)비가 있다. 말에서 내리는 곳이다. 홍살문을 지나면 너른 터에 ‘산앙루’가 나온다. 산앙루가 서원의 정문 역할을 한다 생각했는데 ‘입덕문’이 나오자 실제 정문은 여기구나 싶었다.
▲ 산앙루
▲ 입덕문이 보이는 곳
▲ 입덕문 안으로 보이는 돈암서원 원정비
▲ 돈암서원 원정비
입덕문으로 들어가니 ‘연산돈암서원지비’라는 글이 새겨진 돈암서원 원정비가 서 있다. 비에는 서원을 세운 배경과 구조, 사계 김장성 부자의 성품, 학문의 업적 등 칭송의 내용이 들어있다. 송시열이 짓고 송준길의 글씨로 쓴 비문이다.
▲ 응도당 현판 바로 아래 돈암서원 글이 보인다.
▲ 숭례사
보물 제1569호인 ‘응도당’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강학의 장소이다. 해가 드는 곳엔 눈이 녹아 길이 질퍽거렸지만 그늘엔 눈이 그대로 있다. 제사를 지내는 ‘숭례사’의 한자가 빼꼼히 보이는데 서원의 꽃담이 숭례사를 둘러쌌다.
▲ 숭례사를 둘러싼 돈암서원의 꽃담
▲ 돈암서원 꽃담
돈암서원의 꽃담에는 대지가 만물을 짊어지고 바다는 만천을 포용한다는 ‘지부해함’, 지식은 넓히고 행동은 예의에 맞게 하라는 ‘박문약례’, 상서로운 햇살과 온화한 바람의 ‘서일화풍’의 예학정신이 깃들었다. 전통담장의 꽃담은 지금 소나무의 푸른빛만으로도 격조가 느껴진다. 하물며 꽃피는 계절에 화담은 또 얼마나 기품이 있을까.
돈암서원은 사계 김장성 선생을 비롯해 유학자와 정치가 등 다수의 인물을 배출해낸 명성 높은 곳이다. 홀로 당당히 서 있는 서원의 베롱나무는 올곧은 선비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시 홍살문을 앞에 하고 섰다.
▲ 다시 홍살문 앞에서서 돈암서원의 기품을 느껴본다.
새해, 고즈넉한 한옥마을에 머물면서 가까이에 있는 돈암서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예학의 고장 논산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을 것이다.
한옥마을 문의: 041)435-7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