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이 끝나고 찬 바람이 부는 완전한 겨울이 되었는데요.
멀리 떠나지 않고도 호젓하게 걷기 좋은 곳으로 아산 천년의 숲길을 찾았습니다.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봉곡사 주차장입니다.
봉곡사 주차장 한쪽에는 천년의 숲길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천년의 숲길은 아산시 송악면 일대 총 26.5㎞ 구간에 걸쳐 4개의 코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천년비손길·봉곡사 솔바람길·긴골재길·천년물결길이 있으며, 봉곡사 주차장에서부터 사찰 봉곡사까지 700m 이어지는 소나무 숲을 흔히 '천년의 숲'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바로 천년의 숲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숲길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두 팔 벌려 반겨주는데요.
산책로 양쪽으로는 거북 등처럼 갈라진 적송들이 다부지게 뿌리를 내린 채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아산 천년의 숲길은 산림청 주최 아름다운 거리 숲 부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을 정도로 비경이 일품인 곳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봉곡사로 향하는 천년의 숲길에는 일주문이나 사천왕문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저 햇살 드리워진 울창한 솔숲만이 일주문 역할을 대신하듯 펼쳐져 있는데요.
시선 가는 곳마다 적송 밑동에 새겨진 V자 모양의 깊은 상처는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말기, 송진 공출로 인해 새겨진 수탈의 흔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아픈 역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픈 상처를 가지고도 잘 자라준 소나무들이 더욱 신비스럽게 보였는데요.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며 푸르름을 잃지 않은 적송들의 자태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솔숲을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듯 힐링이 되었습니다.

완만한 숲길 끝에는 전통사찰 봉곡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봉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수산 기슭에 있습니다.
신라 51대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으며, 1170년 고려 시대 보조국사가 중창, 1419년 함허대화상이 중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석암사로 불렸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시대 인조 24년(1647년)에 다시 중창, 정조 18년(1794년)에 대웅전을 중수하면서 '봉곡사'로 개칭되었습니다.

봉곡사 경내에는 대웅전·향각전·삼성각·요사 등의 건물이 있습니다.
사찰 규모는 작지만, 근대의 선승 만공스님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자취가 서려 있는 곳인데요.
유서 깊은 사찰로, 경내로 들어서기 전 언덕에는 만공스님의 친필이 음각되어 있는 만공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새벽 범종 소리를 들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만공스님의 자취를 따라 경내를 걸어 봅니다.
봉곡사 뜰에는 추위를 견디며 향기를 뿜어내는 꽃이 있어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는 머리를 맑게 해주며 일상의 피로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는데요.

솔향 가득한 숲길을 걷고 싶을 때, 아산 천년의 숲길을 추천합니다.
한적하게 걷기 좋은 힐링 숲길로 마음을 치유하며 아늑한 산사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천년의 숲길 봉곡사
- 소재 :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도송로 632번길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