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곡초등학교의 첨성대
감곡초등학교엔 '첨성대'가 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첨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우경보로 폭우가 며칠씩 내린 8월 셋째 주. 13일(토) 주말 오전까지는 그럭저럭 비가 오락가락했다. 비에 젖은 풍경은 말끔하고 선명하다.
▲ 아이들이 없는 방학에 운동장의 풀들이 올라왔다.
방학으로 학교는 텅 비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엔 풀들이 자란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벚나무들이 빙 둘러 에워싼 학교는 푸름의 한 가운데에 놓였다. 두 팔을 활짝 벌려 심호흡을 몇 번 해본다. 푸른 기운을 들여보내고 내 안에 있는 탁한 숨을 내쉰다.
▲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자연 속의 감곡초등학교
▲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
내가 사는 집 가까운 곳에는 남자고등학교가 있다. 공원을 걷기도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걷거나 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얼마 후, 학생들이 모여 농구를 하거나 축구를 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학교 후문은 잠기고 정문엔 학교를 찾는 주민들에게 운동장 이용 시간이 제한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어느 날, 운동장에는 풀들이 자라 바닥의 황토색이 점점 없어졌다. 밤 10시, '야자'가 끝나면 학생들은 어김없이 대기하고 있는 노란차를 갈아탄다. 집으로 가거나 학원에 가는 것이다.
▲ 소나무로 둘러싸인 교정의 놀이터
지금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농구대에 공을 넣으며 환호하는 소리가 철망 담을 넘는다. 이따금 운동장을 빠른 걸음으로 힘차게 돌다가 늦은 밤까지 불 켜진 교실을 보는 마음이 씁쓸했다. 그때와 달라진 건 없다. 다만 풀밭이었던 운동장 빛깔이 되돌아왔을 뿐.
▲ 그림을 그린 듯 되비치는 반영
▲ 사방치기 놀이판이 그려진 바닥에 고인 빗물 속으로 보이는 감곡초등학교
▲ 초등학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 읽는 소녀상'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의 널려진 풀 사이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실로폰의 맑은소리로 퍼지는 것 같다. 비가 잠시 내리자 ‘사방치기’가 그려진 바닥으로 소나무와 학교 모습이 되비친다. 반영은 실제보다 훨씬 더 깊숙한 이미지로 환상적이다. 학교 뜰에는 으레 있어야 하는 듯 ‘책 읽는 소녀상’이 친근하다.
▲ 방방(트램펄린) 타는 곳
▲ 감곡초등학교승마장
▲ 승마장이 있는 곳에도 아이들 없는 틈을 타 풀들이 올라왔다.
▲ 감곡테마공원
▲ 테마공원의 화분
▲ 첨성대가 있는 감곡초등학교
다시 비가 그쳤다. 천천히 학교 정문을 지나 내려가는 길에 ‘감곡테마공원’의 표지판이 보였다. 이곳은 꽃과 나무, 수생식물, 암석의 다양한 종류가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관찰하고 탐구력을 키우는 곳이다. 첨성대가 있는 곳까지 언뜻 둥근 향나무가 전체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 암석이 한 줄로 놓였다. 눈에 띄는 건 달맞이꽃과 진노랑 루드베키아 서너 송이다. 계절이 바뀌면 제 모습을 드러낼 가을꽃들의 움직임이 벌써 감지된다.
▲ 감곡초등학교
▲ 감곡초등학교 후문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