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고민은 청년뿐만 아니라 15-19세 청소년들에게도 중요한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 청소년은 장래에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고 합니다. 저 역시 청소년 시절 이과와 문과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의 적성을 찾는 일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도 취업이 어렵거나 현실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직업이라면 선택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육부에서는 진로체험 인증기관을 통해 학생에게 양질의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진로체험활동은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하여 나에게 적합한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한 암기 교육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생각해 보는 체험 위주의 방식입니다. 체험을 통한 진로교육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데, 천남중학교 학생들이 들길농원을 찾아 진로체험을 하였습니다.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

들길농원을 찾기 위해 담당 선생님께서 이곳저곳 정보를 찾아보면서 애를 쓰셨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더 유익한 진로체험을 하게 하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에 감동하는 순간입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들길농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손을 씻고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모두 요리에 관심을 갖고 와서인지 임경희 강사의 한마디에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집중을 합니다.

▲들길농원 임경희 대표

들길농원은 바로 옆에 텃밭과 하우스가 있고, 직접 재배한 여러 가지 채소와 장류로 요리를 만드는 체험장입니다. 학생들이 체험할 요리 프로그램은 '비트 즉석 고추장과 흑임자다식 만들기'입니다. 요즘엔 간편식 요리가 많지만 직접 요리를 해보면 들어가는 재료와 준비과정을 알게 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음식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채소를 키우고 있는 텃밭

▲체험 준비 중인 들길농원 대표

첫 번째로 만들어볼 요리는 비트 즉석 고추장입니다. 수확한 비트를 찌고 말려서 우린 물에 매실청과 간장을 섞고, 숙성된 보리된장과 고춧가루, 조청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중학생이면 재료를 계량하는 것은 알고 있으니 직접 양을 재서 그릇에 담아 갑니다.

▲저울로 재료 양을 재는 학생

된장 83g, 비트액 90g을 재면서 조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무척 신중하게 계량을 합니다. 무게를 재기 전 그릇을 올려놓고 '영점'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활용하지 못했는데, 요리 체험을 하면서 다시 알아갑니다. 된장과 비트액을 그릇에 넣고, 조청을 담은 후 고춧가루를 갖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계량에 신중한 학생

▲끈적한 조청을 적당량 덜어주는 강사

모든 재료를 섞지 않는 이유는 조청에 된장과 비트액이 잘 섞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었을 때 잘 풀어지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꽤 오랫동안 섞은 후 고춧가루와 콩가루를 섞어주고 한 방향으로 잘 저어줍니다. 시판 고추장에 비해 달지도 않고, 된장 냄새가 많이 나지만 하루 정도 익혀서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합니다.

▲고춧가루와 콩가루도 넣어줍니다.

▲한 방향으로 저어서 잘 섞어줍니다.

고추장을 만들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흑임자로 다식을 만들어볼 건데, 다식을 요리 체험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검은깨를 쪄서 볶고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꿀이나 조청, 참기름 등을 섞어 반죽을 해주는데, 곡식의 가루를 이용하기 때문에 뭉치기가 힘들어 재료 준비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흑임자다식 반죽

다식의 유래는 숭불 사상으로 인해 생겨난 음식이며, 워낙 귀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라 흉년이 들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흑임자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라고 합니다. 역사까지 알고 만드니 요리가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반죽 한 덩어리를 작게 나눠서 윤기가 나도록 손으로 주물러줍니다. 가루가 흩어지지 않도록 반죽을 해주어야 합니다.

▲작게 소분해서 윤이 나도록 반죽을 해줍니다.

작게 나눈 반죽을 틀에 넣고 모양이 잘 나오게 꾹꾹 눌러줍니다. 반죽 하나하나 정성껏 빚고 눌러 다양한 다식 모양을 찍어냅니다.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정성껏 치대 준만큼 모양이 잘 나와 뿌듯하다고 합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다식 6개가 나왔고, 들길농원에서 볶아서 만들어 둔 호두까지 넣고 포장을 했습니다.

▲반죽을 틀에 넣고 찍는 작업

▲흑임자다식과 호두 세트

요리 진로체험을 선택했다고 모두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식단을 짜주는 영양사, 알맞은 와인을 골라주는 소믈리에,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바리스타,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음식에 관한 글을 쓰는 평론가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있습니다. 진로체험활동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확인해 진로와 직업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들길농원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풍서 2길 111
문의 010-8334-8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