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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천안의 오래된 가게, 사대 기름집 & 역전 쌀 상회

매일 같은 마음으로 욕심내지 않은 게 비결

2022.03.30(수) 13:52:38 | 보라공주 (이메일주소:eyeful3535@naver.com
               	eyeful3535@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역사가 되는 곳이 있습니다. 복고 열풍을 타고 오래된 가게를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세대가 바뀌기도 하고, 아직도 1대 사장이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세계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가게들뿐만 아니라 천안에도 대표적인 오래된 가게가 있습니다.

◆기름 짜는 마음은 그대로인 사대 기름집
허름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던 삼대 기름집이 낯설어 보입니다. 왜일까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간판이 새 걸로 바뀌어 깔끔해졌습니다. 앞에 글자가 삼대에서 사대로 바뀐 것입니다. 이젠 사대 기름집이라고 간판도 바꾼 거면 3대 현원곤 씨에서 4대 아들에게 확실하게 가업을 승계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천안의오래된가게사대기름집역전쌀상회 1


1930년경 개성에서 기름집을 하던 1대 현재성 씨가 천안 사직동에 자리를 잡고 기름집을 연 게 벌써 9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그 아들에서 아들로 그리고 손자로 이어져 온 기름집은 천안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관광객도 구경 삼아 들려가는 가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3대 현원권 씨는 늘 냉장고에 음료수를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천안의오래된가게사대기름집역전쌀상회 2

기름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 4대 현상훈 씨에게 넘겨준지 오래입니다. 기름을 짜거나, 떡이 나오기 전까지 손님들의 말동무도 해드리고, 쌀이나 고춧가루 등을 빻아주면서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습니다. 2016년 충청남도 가업승계기업, 2018년 천안시 전통업소로 선정된 게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힘든 일을 아들이 맡아주어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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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기름집으로 이름을 올린 후 어깨가 무거워진 4대 현상훈 씨는 어릴 적 기름집을 찾던 어르신들이 안 보일 때가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자녀나 손주들이 와서 소식을 전해주면서 대를 이어 단골손님이 되는 걸 보면 나 역시 이분들과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적히는 듯해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은 대를 이어 바뀌고, 기계는 현대화를 시켰지만 기름 맛은 바뀌면 안 되기에 기름을 짜는 마음은 그대로 이어받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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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가게가 함께 나이 드는 역전 쌀 상회

천안역 부근은 늘 분주하고 새롭습니다. 몇 달만 지나도 새로운 가게들이 문을 열고, 가게 주인이 바뀌어있습니다. 이런 혼잡한 곳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가게가 있습니다. 저도 찾으러 갔다가 지나쳐서 한참을 헤맸던 곳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천안 대흥동의 산증인 '역전 쌀 상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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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가게가 다른 건물에 비해 낮기도 하고, 오래된 나무 문이 드라마 세트장 같아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이 될 정도입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그 세월이 더 느껴지는데, 박물관에 보관하듯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들이지만 제자리를 차지하고 걸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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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역전 쌀 상회를 운영하는 신용신 씨는 무척 고령이십니다. 주말 아침 아드님과 방에 앉아 계시다가도 손님이 들어가니 무척 반가워하면서 어두운 귀를 쫑긋 세워 대화를 해주십니다. 핑크빛 모자를 쓰시고 나와 당시 썼던 주판, 문설주, 추 저울, 됫박을 보여주시면서 베테랑답게 인터뷰를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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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가게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닫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쌀 한줌 사다가 먹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누구나 어려웠고, 쌀이 돈이 되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먹을거리가 많아져 값어치가 떨어져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름처럼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켜내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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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일이고, 의미가 부여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이어져 온 가게이지만 또다시 나만의 사명감을 갖고 이어온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부디 변치 않고 우리 곁에 오랫동안 있어주길 바라봅니다.

사대 기름집
충남 천안시 동남구 중앙시장길 25-29

역전 쌀 상회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대흥동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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