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양온천시장의 인기 품목인 삼색호떡
온천과 전통시장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겨우내 묵은 때를 따듯한 온천물에 몸을 담궈 씻어내고, 인심 넘치는 전통시장을 쏘다니며 맛난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은 유유자적 삶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 온양온천시장 서문.
아산시 온양온천은 1300년 온천의 전통을 이어온 곳입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와 세종, 세조 등 역대 왕들은 신병 치료와 휴양을 위해 별궁인 ‘온궁’을 지었고 자연스레 주변에 시장이 섰습니다. 온양에 행차한 왕의 수라상을 비롯해 수행관리와 온천 나들이객의 찬거리를 공급해야 했기 때문인데, 온양온천시장의 역사는 그래서 온양온천과 함께했습니다.
▲ 봄의 기운을 가득 안은 냉이.
지금이야 옛말이 되었지만 온양온천은 1960~70년대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당시 장항선은 신혼여행 전용 열차를 운행할 정도였는데 온천에 머무는 신혼부부들은 온양온천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답례품을 준비했습니다.
▲ 온양온천시장 풍경.
하지만, 전국에 온천개발이 늘고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여행 트랜드 변화로 온천 인기가 예전만 못한데다 속속 들어선 대형마트의 영향을 온양온천시장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온천과 전통시장은 운명공동체처럼 함께 침체기에 들어갔습니다.
▲ 온양온천시장의 패류와 갑각류 판매점.
▲ 온양온천시장 수산물 판매점.
온양온천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기폭제는 2008년 수도권전철 개통입니다. 온양온천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연결되는 편리한 접근성으로 느긋한 연세의 여행객들이 전철을 타고 온천 겸 나들이에 나서 ‘시니어 시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482개 점포가 참여한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온궁휴양’ 프로그램이 운영되자 평일에도 5000명 이상이 찾는 등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4일과 9일, 14일과 19일, 24일과 29일 열리는 오일장에는 더욱 이용객이 몰립니다.
▲ 온양온천시장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전류.
▲ 온양온천시장, 전통 시장 군것질로 빼놓을 수 없는 만두와 찐빵.
현충사를 비롯해 은행나무 가로수길, 온양민속박물관, 신정호, 외암민속마을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신혼여행 추억과 연계시키는 ‘리마인드 허니문’과 ‘주말 관광객 시장체험’도 온천과 전통시장의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 했습니다.
▲ 온양온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반찬류.
온양온천시장은 현대화에 따라 시장을 ‘멋내는거리(온궁로)’, ‘맛내는거리(전통시장)’, ‘샘솟는거리(전통시장)’ 등 3개 구역으로 구획하고 특성에 맞도록 상권을 개발했고 젊은층을 유도하기 위해 푸드트럭 거리 등을 조성했습니다.
▲ 온양온천시장의 인기 품목인 한과 판매장.
샘솟는거리는 시민문화복지센터에서 시민약국까지 시장의 메인을 따라 다양한 점포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전통시장보다는 상점가를 연상시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복지센터 인근에 설치된 ‘소원분수(건강의 샘)’에서 온천물로 누구나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았습니다.
▲ 온양온천시장의 즉석 두부 판매점.
맛내는거리는 전통시장 거리로 봄을 맞아 각종 나물과 생선, 고기,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가 판매돼 시장구경의 메인이기도 합니다. 골목마다 칼국수에 호떡, 어묵, 떡복이, 만두, 유과에 이르기까지 입을 즐겁게 해주는 군것질거리와 칼국수와 소머리국밥 등 요깃거리가 즐비합니다.
▲ 온양온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떡류
멋내는거리는 온궁로 상점가를 중심으로 각종 의류 점포와 미용업소, 커피숍, 음식점들이 몰려 있습니다. 온양온천시장에서 시민로를 건너면 한복특화거리로도 연결됩니다.
▲ 온양온천시장에 판매되는 봄 채소류.
코로나19로 시장경기가 일부 위축된 것도 사실이지만, 온천과 전통시장에서 잘 놀고 잘 먹는 추억 쌓기 여행은 여전히 인기입니다. 전통시장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 사람 사는 느낌과 생기를 찾고 싶다면 봄을 맞은 휴일 하루 온천욕과 전통시장 구경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