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 추사고택의 겨울 풍경
추사의 묵향이 흐르는 추사고택의 눈내리는 겨울 풍경
2021.12.19(일) 14:48:53 |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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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rudtnr419@naver.com)
지난 주말,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곳으로 눈 구경을 나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눈이 오후 늦은 시간부터 내려 작년 설경 사진을 뒤적이다가 추사고택의 풍경이 눈에 띄어 올려봅니다. 추사의 글씨들과 기와지붕이 흰 눈과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보여주었던 곳이랍니다.
오랜만에 보는 처마 끝 고드름입니다. 어릴 적에는 친구들과 고드름을 따서 등 뒤에 물을 떨어뜨리는 끔찍한 놀이를 즐겨 했는데요. ㅎㅎㅎ, 추사고택에서 다시 보니 추사 선생은 어린 시절 고드름을 따서 글을 쓰셨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봄이면 돌담 위에 목련 꽃이 하얗게 피어 너무 아름다운 곳인데, 눈꽃이 피어 있는 모습도 색다르고 아름답습니다. 겨울에도 목련 눈꽃은 파란 하늘과 너무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추사고택의 겨울 풍경,
추선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을 오르는 길에 바라보는 고택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단아한 기와 기붕에 하얗게 쌓인 눈과 푸른색의 글씨들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 다시 눈이 내린다면 아이들과 달려가고 싶은 곳입니다.
저 나무는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살구 나무랍니다. 봄이면 자주 찾았던 곳이 추사고택이었는데 향긋한 냄새로 유혹하는 나무가 바로 이 살구나무였거든요.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홍시들이 눈과 대비되면서 저도 먹고 싶게 만듭니다. 제가 지나가는 길에 툭하고 떨어진다면 좋겠는데요, 그런 행운이 있기를 빌면서 걸어봅니다.
주차장으로 나와 추사 고택을 바라보니 은행나무와 목련 등의 나무들에 눈꽃이 피어 스트레스가 싸~악 날아갑니다. 이래서 가끔은 눈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풍경,
추사고택에는 천연기념물인 백송의 자손들이 여러 군데에서 자라고 있답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몇 년이 지난 후에는 껍질이 하얀 백송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
단아하게 아름다운 추사의 글씨가 눈이 내린 오늘은 더욱 빛이 납니다. 마루에 앉아 빛을 쏘이면서 바라보니 글씨들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눈이 부십니다.
이곳은 추사고택의 옆에 있는 화순옹주 열녀문입니다. 추사 선생의 증조모이자 영조의 둘째 딸이지요. 남편인 김한신이 죽자 곡기를 끊고 따라 죽어 정조대에 이르러 열녀문을 하사한 것이 화순옹주 홍문이랍니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이야기네요. ㅎㅎㅎ
눈이 내리면 불편한 점들도 있지만 기분은 좋답니다. 눈의 감성에 젖어 지난 추억들도 돌아 볼수 있고,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눈이 그리웠는데 잠깐이지만 내리는 누을 바라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아주 소중한 주말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