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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개심사의 가을

2021.11.12(금) 13:32:03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마다 청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날이 되면 서쪽에 상서로운 땅에 있는 절집 개심사를 떠올리며 몇 차례 다녀오기도 했지만, 만추의 개심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싶어 찾아가는 길가의 산과 들에는 또 한 번의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신창 저수지를 따라 난 구불구불한 길을 막힘 없이 달리다 보니 꽃피는 봄날, 이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로 긴 줄을 이루던 차량 행렬이 그리운 건 왠지 모르겠고, 이 절집의 일주문을 들어설 때마다 ‘어서 오라고’ 따뜻하게 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또 웬일인지 모르겠다.

개심사 일주문
▲ 개심사 일주문

일주문에서 개심사 마당까지 오르는 800m의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 길에 있는 햇볕을 가득 받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빈 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마냥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고, 작은 바람에도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이 쌓인 돌계단과 검은색 박석이 깔린 길 위에는 가을의 서정이 가득하다. 이 길을 걸으니 마음이 열리고 세상살이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

내포문화숲길 이정표▲ 내포문화숲길 이정표

개심사의가을 1

그렇게 마지막 계단을 올라 경내로 들어서니 개심사에는 국화전시회와 이런저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길 양편 국화 사이로 분홍색 페추니아가 화사하게 피어있는 화분이 놓여있다. 산중이라 추위도 일찍 찾아올 테고 서리도 내렸을 텐데 ‘이렇게 멀쩡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래도 이 페추니아는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현수막이 붙은 개심사 경내 ▲ 현수막이 붙은 개심사 경내

개심사 경내 페추니아
▲ 개심사 경내 페추니아

경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백제 형식의 연못이라는 경지에 붉은 연등이 걸려있고 아직 잎을 다 떨구지 않은 연못 위 배롱나무와 느티나무에는 막바지 단풍이 걸려있다. 좁은 다리를 건너며 이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개심사 범종루와 안양루
▲ 개심사 범종루와 안양루

개심사 범종루
▲ 개심사 범종루

개심사 경지
▲ 개심사 경지

개심사가 한눈에 보이는 해우소 옆 언덕에 올라보면 검은 기와지붕을 가운데 두고 이제 먼 길을 나서기 위해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은 숲에 둘러싸여 있는 절집의 아름다운 풍경에 숨이 막힌다. 누가 개심사는 청벚꽃이 피는 봄에 제일 아름답다고 했던가, 물론 청벚꽃이 피는 봄날 연초록과 연분홍이 빚어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고운 옷 갈아입은 이맘때쯤 이 절집의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심사의 막바지 단풍▲ 개심사의 막바지 단풍

가을이 머문 개심사
▲ 가을이 머문 개심사

가을이 머문 개심사
▲ 가을이 머문 개심사

국화가 가득한 대웅전 앞마당에는 국화 향기 그윽하고 예불을 드리는 스님의 목탁 소리 청아한데 누군가 국화꽃을 따서 물에 띄워놓은 모습에 눈길이 간다.

개심사의가을 2

대웅전 마당을 나와 무량수각으로 가는 길에 대포 렌즈를 단 카메라를 세워둔 삼각대 앞에 한 무리의 사진가들이 모여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았더니 건너편 감나무에 감을 먹으러 오는 동박새를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도 한다.
 
동박새 촬영하는 사진가들
▲ 동박새 촬영하는 사진가들

나는 이날까지 살면서 이렇게 붉고 실한 감이 빼곡히 달린 감나무를 본 일이 없다. 아마도 기나긴 겨울밤 스님들의 간식거리도 요긴하게 쓰일 이 감나무도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는 것 같다.
 개심사 감나무
▲ 개심사 감나무

명부전 마당의 굵은 배롱나무와 유명한 청벚나뭇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고운 옷 갈아 잎은 나뭇잎들이 매달려 있고 경허 스님이 머물렀다는 경허당의 기와지붕 위로도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개심사 경허당
▲ 개심사 경허당

개심사 명부전 옆 배롱나무
▲ 개심사 명부전 옆 배롱나무

개심사의가을 3

경허당에서 잠깐 산길을 오르다 보면 나타나는 산신각은 역시 예사롭지 않은 단단한 기품이 느껴지고 산신각 건너편 숲속에서 보는 개심사의 가람 배치는 역시 “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 자는 듯한 절”의 모습을 하고 그대로다.
 개심사 산신각▲ 개심사 산신각

산신각 옆 숲에서 본 개심사
▲ 산신각 옆 숲에서 본 개심사

나라 안의 큰 절집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개심사는 아기자기하게 볼 것도 많고 계절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 
 
이렇게 생명이 있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가을날 천천히 이 절집을 한 바퀴 걸어보면 참으로 마음을 평화로워진다. 이래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남한 땅 5대 명찰 중에 하나요, 사랑스러운 3대 절집 중에 하나라고 했던 모양이다. 

겨울이 되어 하얀 눈에 덮인 개심사의 풍경은 어떨까 싶고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기대하면서 나는 아무래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절집으로 오는 길 위로 나서게 될 것 같다.

☞ 개심사 - 소재 :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 문의 : ☎ 041) 68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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