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봉사는 천년고찰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건물들이 대부분 사라져서  새로 지어진 건물로는 법당과 삼성각, 요사채 등이 있었는데 법당 뒤에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만 남아 있습니다. 오래된 흔적은 문화재자료 제147호인 계봉사 오층 석탑입니다. 마치 자연 속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느낌으로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벌써 가을이 코앞으로 오긴 온 모양입니다. 여름에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갈 때 마스크 안으로 땀이 차서 잘 가지 않았는데 가을이 와서 조금은 숨쉬기가 수월해졌습니다. 계봉산이라는 높지 않은 청양의 산에 가면 계봉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이곳에는 가을의 꽃이라는 옥잠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생김새를 보면 옥비녀라는 말이 걸맞은 꽃이기도 합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돌로 쌓아둔 담장은 경계를 나타낸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오래된 시골집의 그런 담장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백제 멸망 후에는 부흥 운동의 주요 근거지 중 한 곳으로 추정하고 있는 두릉산성은 정산면 백곡리와 목면 대평리에 걸쳐있는 이곳 계봉산 정상의 산성으로 백제시대 도성을 방어할 목적으로 축성된 성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집인지 사찰 건물인지 모호한 용도의 저곳에는 살림을 하는 듯 가재도구가 있었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서 이곳을 탐방하는 느낌으로 돌아봅니다. 비석이 조금은 독특합니다. 비의 위에 석탑처럼 돌로 만들어두었습니다. 이곳은 계봉사는 백제 성왕 때 창건했다고 하는 설과 신라 문성왕 때 보조 체징(普照 體澄)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탑이 있는 곳에는 ‘백화원(百花園)’이라는 푯말이 서 있는데 골담초 나무 옆에 나무 미륵존불(南無彌勒尊佛)이란 비석도 볼 수 있습니다. 아까 말했던 그 비입니다. 햇빛을 받아 초록으로 반사하는 모습이 찬란하기도 하고 흐려진 날씨에 마치 일본의 한 산사를 가는 듯한 느낌마저 만들어 줍니다.



이곳저곳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관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놔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리수나무 꽃과 골담초 나무 꽃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이날은 옥잠화를 만나봅니다.



사찰의 중앙 건물로 보이는 공간에는 부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옥잠화 꽃봉오리는 드러내지 않은 속을 온전하게 쌓은 후에야 비로소 제 몸을 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 역시 거듭된 시련 속에서 품성과 내면을 쌓아야 보는 눈이 트이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역에서 보면 아름다움을 간직해야 곧을 수 있으니 때가 되어 이를 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간직해야 한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은은한 향내를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옥잠화는 옥비녀 꽃으로 선녀가 남기고 간 옥비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곳 주변에는 습기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옥잠화가 잘 란다고 합니다. 조금은 수줍게 보이지만 산수 좋은 곳에서 자라난 옥잠화의 맑고 달콤한 향을 추출해 만든 향수를 맡아보면 옥잠화가 어떤 꽃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