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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흔들릴 때마다 업장이 소멸된다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청양군의 명물 천장호 출렁다리

2021.09.05(일) 12:42:0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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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노래가 ‘콩밭 매는 아낙네상’ 앞에서 절로 나온다. 물론 속으로 혼자. 제목이 ‘칠갑산’인 이 노래는 남자 가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린다. 애달픈 가사와 달리 칠갑산 주변 풍광은 더 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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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호 출렁다리에 이어진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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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밭매는 아낙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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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설치물이 있는 벤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종종 찍는다. 

천장호 공원, 벤치가 있는 뒤로 피리 부는 소년이 붉은 고추위에 걸터앉아 있다. 모형으로 설치된 청양의 또 다른 명물 고추가 강력한 이미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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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의 여러 알림글들이 있다.

출렁다리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저 다리를 건널까 말까 머뭇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걷는 다리. 나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겁이 났다. 평소 육교에만 올라도 다리가 후둘거리고 어는 순간 아찔한 공포를 느끼는데 괜찮을까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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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가 오기 전의 천장호 출렁다리

2009년 7월에 완공된 천장호 출렁다리는 총 길이 200여 미터다. 지금은 이 보다 더 긴 다리가 새로 만들어졌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출렁다리가 이곳 천장호의 눈앞에 보이는 저 다리였단다. 십여 년 전 이미 출렁다리를 건넜던 사람들은 아마도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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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호 출렁다리 시비

출렁다리를 건너겠다는 마음을 굳힌 건 시비(詩碑)를 읽고 나서다. ‘천장호를 건너시는 나그네여! 흔들리며 가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되는 시는 ‘~ 한 번 흔들릴 때 마다 업장이 소멸되어 가내가 태평하고 자손이 창성하며 사업이 번창하고 학업이 성취되어 지이다.’라는 기도문 같은 글이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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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렁다리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호랑이가 있는 쉼터

날마다 죄를 짓고 사는 중생들. 업장이 소멸된다면 그동안 내가 행하던 숱한 ‘만행’을 저 출렁다리 위에서 흔들어버리고 새로워지고 싶었다.
예배 때마다 드리는 기도문에서도 ‘~ 우리는 생각과 말과 행실로 주님과 이웃에게 죄를 지었으며, 또한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라고 고백하지 않은가.
그리고 죄를 용서하고 새로워지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걷는 동안 식은땀이 나고 비명을 지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괴로움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새롭게 하려는 흔들림에 나를 맡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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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서 천천히 걸었다. 물론 옆에 남편이 있다. 한 번 걷는 게 어렵지 다음엔 아무렇지 않을 거라는 말에 의지하며 걸음을 뗐다.
가을장마가 오기 직전의 천장호는 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지그시 발아래를 외면하고 앞의 풍경에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슬쩍 곁눈질로 아래를 보는 순간 남편을 잡은 내 손에 힘이 세졌다. 걸을 때마다 삐꺽대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하면서 흔들림은 왜 그리 계속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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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마스크는 꼭 착용해야 합니다. 
 
알고 보니 천장호 흔들다리는 설계할 때부터 수면이 내려다보이는 곳이 부분적으로 있고, 30~40cm 정도 흔들리게 해놓은 것이란다.
이걸 몰랐으니 다행히 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리를 건너 다시 돌아오면서 ‘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와 구기자’ 붉은 설치물 안에 앉아 모처럼 기념사진을 찍었다.
‘업장이 사라진’ 다음의 새로워진 모습이라고 바라보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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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
  
어려운 시험문제를 풀고 났을 때처럼 마음은 가뿐한데 허기가 몰려왔다. 우리는 근처식당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었다. 알록달록한 열 가지 나물 위에 반숙 계란후라이가 꽃이 된 비빔밥, 청양의 천장호 주변은 조만간 알록달록한 단풍이 꽃처럼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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