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 봉서사 극락전

우리 주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진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서천 여행을 하다가 들어보지 못했던 곳에 문화재 표시가 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산길로 많이 올라가는 길이라서 '이 길이 맞나' 생각하는 순간 봉서사 주차장이 나타났습니다.


▲ 주차장에서 봉서사로 올라가는 길

봉서사, '봉황(鳳봉황 봉)이 사는(棲살 서) 절'이란 의미를 가진 조계종 사찰입니다. 전통사찰 제26호로 지정된 곳으로, '충남 서천군 한산면 건지산길 122'가 주소입니다. 차를 타고 쭈욱 올라온 길이 건서산길이군요.


▲ 서천 봉서사 돌담길



봉서사는 작은 절입니다. 공주 마곡사의 말사라고 하는데 극락전을 중심으로 심검당과 종무소가 있습니다.
극락전은 아미타불이 중앙에 계시는 주존불이고 왼쪽에는 관세음보살,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이 있습니다.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인데, 이 삼존불상은 모두 목불에 금도금을 해서 화려하며 균형 잡힌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이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1994년 11월 4일에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34호에 지정됐다가 2012년 2월 22일에 보물 제1751호로 지정됐습니다.


▲ 서천 봉서사 극락전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설법하는 부처를 말하고,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을 말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불자들이 "관세음보살~"을 말하는군요.'나무 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에 귀의한다는 뜻이라죠. 대세지보살은 익숙하지 않은데, 아미타불의 오른쪽에서 지혜문을 상징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불상 안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의해 불상의 정확한 조성 시기와 조성 주체, 시주자 등에 관한 기록이 전하고 있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불상은 17세기에 불상을 조각하던 승려 수연이 1618년 8월~1619년 1월까지 제작했다고 합니다. 조각승 수연은 김제 금산사의 독성상(1615), 강화도 전등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1623), 예산 수덕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1639) 조각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유명한 사찰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니 조각승으로 상당히 인정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서천 봉서사 극락전 천장에 걸린 연등

극락전 안에는 들어갔는데 불상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촬영은 하지 못하고 극락전 법당 천장에 무수히 걸린 연등만 찍을 수 있었습니다.




▲ 서천 봉서사 극락전 앞에서 만난 비천상 구름

법당 밖으로 나왔는데 삼성각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날이 너무 뜨거워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 순간 하늘을 보니 경주의 성덕대왕신종(aka 에밀레종) 볼 수 있었던 비천상 같은 모양의 구름이 보였습니다. 영락없이 비천상 맞네요. 푸른하늘에 티 하나 없이 깨끗한 흰색 옷자락을 날리는 비천상이라니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 봉서사 극락전 문을 밖에서 잠근 소박한 숟가락


▲ 봉서사 극락전의 나비모양 경첩

법당 앞마당에는 5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2015년 5월 19일에 서천군의 보호수로 지정됐는데 키가 20m가 넘고 둘레가 3m에 이르는 나무입니다.


▲ 서천 봉서사 보호수 느티나무 두 그루





봉서사에서는 풀숲에 숨어있는 석비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수심도량', '일체유심조',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한글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풀숲을 자세히 보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 수심도량


▲ 일체유심조


▲ 제악막작 중선봉행


▲ 자정기의 시제불교

길을 지나다가 문화재가 있다는 표지판을 따라 잠시 들른 봉서사에서 금입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비천상을 만나는 의미 있는 방문이었습니다. 봉서사의 주차료, 관람료는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