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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원함을 찾아 떠나는 산과 계곡, 허기지면 꽝!

보령 명대계곡,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내려온 사연

2021.07.29(목) 19:52:1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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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대계곡 초입

7월 중복과 큰 더위가 지난 한여름의 무더위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폭염주의보는 폭염경보로 바뀌고 열사병 환자가 예년에 비해 늘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게다가 수도권은 물론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감염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다.
 
“우리 밥 먼저 먹고 가자. 배고픈데...”
“조금만 더 가면 돼. 거기 가서 더 맛있게 먹자.”
 
시리얼과 복숭아 하나를 둘이 나눠 아침을 먹고 서산에서 출발할 때 남편과 나는 ‘명대계곡’ 근처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계곡까지 20여분을 남겨놓고 식당 간판이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서 밥을 먹고 쉬었다가 계곡으로 들어가자는 남편의 말에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그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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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처럼 바라봤던 보에서 내려오는 물

남편의 휴가 일정에 맞춰 평일 하루 일박이일의 1/3은 명대계곡에서 무더위를 날리는 것, 넉넉지 않은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 머물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모처럼 낭만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 그리고 세속의 잡다한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자연의 기운을 받는 것이 우리가 계곡에 가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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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소 아래쪽의 간이식당처럼 보이는 곳은 문이 닫혔다. 

그러나 계곡 입구에 다다라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눈앞에 들어오는 장면은 내 생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식당은커녕 커피나 홍차, 막걸리, 파전 등을 파는 곳도 문이 닫혔다.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생수만 챙겨 한 시간 반 이상을 달려왔는데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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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하고 너른 주차장

우리는 계곡으로 오르는 입구에 설치된 방문방역소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보령시에서 정한 ‘안심콜’ 전화로 방문등록을 했다. 그곳에는 관계자 두 분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근처에 식당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코로나19 확산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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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예방 주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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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산 등산로 종합안내도

명대계곡을 오르는 길, 관리소가 있는 건물 맞은편으로 제방을 쌓은 보 안에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소리가 시원했다. 주말이 지난 평일의 한적한 계곡, 뱃속이 든든했다면 초록이 진하다 못해 검초록의 저 숲길을 고민이랄 것도 없이 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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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산 명대계곡 초입, 해충기피제가 준비되어 있다. 

계곡까지 다 와서 정작 계곡 안엔 가지도 못하고 밥을 먹으러 내려가야 했다. 아무리 근사한 풍광이라도 배가 부른 후에나 감상이 가능하고 낭만도 느끼지 않겠는가. ‘금강산도 식후경’은 바로 이럴 때 나온 말일 터였다. 하늘을 바라보니 가위로 오린 것 같은 흰 구름이 내 마음을 위로하듯 선명하게 둥실 떠 있다. 가는 길이 아쉬웠다. 너른 주차장에는 우리 차 외에 빨간 차 한 대가 있었다. 차 주인은 우리처럼 평일의 조용한 계곡을 만끽하며 산행 중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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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산타령 비

가려고 하니 ‘오서산(烏捿山) 타령비’가 눈에 띈다. 2011년 12월에 세웠으니 올해로 꼭 10년이 된 셈이다. 까마귀가 깃들어 산다는 오서산타령비의 내용은 오서산의 열두 봉우리와 월정사, 금자암, 정암사 등 오서산의 사찰이나 아름다운 경치를 굿거리장단 형식에 맞춰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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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산타령비가 있는 곳 옆으로 음식물쓰레기통이 놓여있다. 하늘의 구름이 선명했던 7월 26일(월) 오후 12시 30분

오서산 타령비를 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 나란히 놓인 음식물 쓰레기통 여러 개가 거슬린다. 왜 굳이 타령비 바로 옆에 놓았을까. 산에 오르기 전 많은 사람들이 잠시 멈춰 타령비를 볼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주는 이미지가 썩 개운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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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에서도 사회적거리두기는 필요합니다. 

내려오는 길, 달리는 차의 에어컨을 잠시 끄고 창을 내리자 후끈한 바람이 쏜살같이 들이닥쳤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창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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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시내로 식당을 찾아 내려가는 길. 하늘의 구름이 선명하다.

오서산은 보령, 청양, 홍성 등 3개 시군에 접한 충남의 명산이다. 이번엔 아쉽게 오르지 못했던 명대계곡, 다음 계절엔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느긋하게 오서산을 다시 찾아오고 싶다. 그때는 코로나19 확산이 지금과 같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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