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보다도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 바로 걷기 운동입니다. 매일 30분 걷기만 해도 다리가 튼튼해지고, 심장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지난주 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면서 운동할 시간이 없었는데, 일 때문에 홍성에 갈 일이 생겨 오전 시간에 걸을만한 곳을 찾다가 1시간 정도 코스의 남산을 찾았습니다. 입구에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가 있다고 해서 내포문화숲길에 대한 정보를 얻어볼까 하고 갔는데 코로나19로 문이 닫혀있어 사무실 앞에 놓인 안내 책자만 챙겨 왔습니다.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남산을 걷기 전에 화장실을 찾는데,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공원 옆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어 화장실인지 모르고 지나칠뻔했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납니다. 등산을 가거나 야외활동에서 화장실은 무척 중요합니다. 먼 길을 가기 전에 꼭 들렸다 가시기 바랍니다.

▲공원에 자리 잡은 화장실

남산으로 가는 길을 찾던 중 현충시설 충령사를 만났습니다. 충령사는 홍성군 출신 전몰 호국용사 583명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곳입니다. 계단 위로 올라갔지만 문은 닫혀있습니다. 담장 너머 사당을 보고 다시 내려와 호국보훈이라고 적힌 호국지문에서 잠시 묵념을 한 후 충령탑까지 방문을 해보았습니다.

▲호국용사 위패가 모셔진 충령사

▲충령사

▲호국지문

▲충령탑

남산으로 가는 입구가 어디일까 찾다가 충령사 옆으로 올라갔습니다. 눈앞에 나무로 만든 의자, 탁자, 그네 등이 보입니다. 소나무 아래 선베드를 보니 누워서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바람도 거의 없고,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니 잠이 절로 올 것 같습니다.

▲소나무 아래 선베드

정신을 차리고 남산 안내도를 찾아 현재 위치를 찾아보고 등산로를 기억해둡니다. 긴 코스로 재 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을 걸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으니 짧게 남산을 넘어보기로 합니다. 현재 있는 곳이 산림욕장이고, 남산 정상을 거쳐서 남산정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이정표에 전망대라고 쓰여있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남산 안내도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입구에 서있는데 벌써 올라갔다 내려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낮도 아닌데 햇볕이 따갑습니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로 얼른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그리 굵은 나무도 아닌데 나뭇잎들이 무성합니다. 뜨거운 날 이런 나무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다들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남산 입구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흙길과 계단을 조금 오르다 보니 나무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는데 눈앞에 시원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높이 오른 것도 아닌데 이런 풍경을 만나다니 감동입니다. 잠시 쉬는 틈에 저보다 늦게 오셨던 주민분이 먼저 치고 나갑니다. 거의 평지처럼 산책로가 되어 있어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걷기 좋습니다. 조금 오르막이 있는 곳은 계단으로 되어있어 더 수월합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보이는 시원한 마을 풍경

▲걷기 수월한 남산 산책로

오른 지 30분도 안된 지점에 재 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 안내도가 나옵니다. 구항면 보개산 거북이 마을 전통체험관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출발하는 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산에서 출발해서 가면 약 5.8km 정도 걸을 수 있는 숲길입니다. 이 지점에서 보개산과 남산정 양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가면 남산 정상입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 안내도

▲남산정 이정표

▲왼쪽이 남산 정상

정자가 보이면 무조건 올라가 봐야 합니다. 만약 괜찮은 뷰를 만난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대를 갖고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하게 앉아계십니다. 잠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지만 풍성한 숲으로 인해 뷰는 보이지 않습니다. 밑을 내려다보니 올라오면서 봤던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는 사람만 보입니다. 조금 실망했지만 아까 보았던 풍경에 만족을 하고 하산을 하기 위해 계속 걸었습니다.

▲남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

▲전망대 밑 운동하는 사람들

▲전망대 주위 맨발지압장

전망대를 내려와 옥암리 방향으로 하산을 하기 위해 팔각정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갑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숲의 색이 더 진해진 느낌입니다.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는 풀과 꽃잎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걷다가 빨갛게 익은 뱀딸기를 발견했습니다. 왠지 근처에 뱀이 나올 것 같아 걸음을 재촉합니다.

▲팔각정으로 하산

▲비를 머금어 연둣빛이 진해진 나무들

▲잘 익은 뱀딸기

앞에 열심히 운동 중인 주민이 길을 안내해 줍니다. 좁다란 흙길을 따라 걸으니 발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고 눈도 편해집니다. 따스한 볕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와 나무를 둘러싼 이끼에 내려앉았습니다. 나무 밑동이 파릇한 이끼로 싸여있습니다. 주로 원예용으로 쓰이는 이끼는 봤지만 나무 일부에 붙어사는 많은 이끼를 보기는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흙길이라 발이 편합니다.

▲나무 밑동을 감싼 이끼류

편안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팔각정이 나오고, 남산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아까 전망대가 남산정이 아니고 이곳이었다고 생각하며 옆에 적힌 건립기를 읽어보았습니다. 너무 긴 글이지만 남산 중턱에 건립해 주민들에게는 휴식 공간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전통 건축을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적혀있습니다.

▲남산정

남산정을 가운데 두고 두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재 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이고, 오른쪽은 옥암리로 가는 길입니다. 저는 옥암리 방향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가는 길에 숲으로 둘러싸인 홍주사가 내려다보입니다. 홍주사는 남산을 하산해서 임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옥암리 하산길에 만난 홍주사

▲숲이 더 우거진 하산길, 덕분에 시원했습니다.

▲옥암리로 가는 임도 길

▲홍주문화회관에서 버스를 탑니다.

약 1시간 조금 넘게 2.9km를 걸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쉬었던 3분 빼고, 산책로만큼 쉬웠던 남산이라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다음엔 조금 더 시간을 내서 보개산을 거쳐 거북이 마을까지 걸어봐야겠습니다. 햇볕을 충분히 받고,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걷다 보니 엔돌핀이 돌면서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충분히 걷고 나니 다시 열심히 일할 의욕도 생깁니다. 피곤하다고 휴일에 집안에만 있지 마시고, 집과 가까운 낮은 산을 찾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남산 걷기 코스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 충령사 - 남산 산림욕장 - 전망대 - 남산정 - 옥암리(홍주문화회관)
이동거리 2.9km
이동시간 1시간 15분(휴식시간 포함)
최고점 241m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주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충서로 1121-32
문의 041-635-1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