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초록융단과 황금물결

건강밥상 보리밥

2021.05.25(화) 21:39:14 | 세로토닌옥낭자 (이메일주소:jiho2159@hanmail.net
               	jiho215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공주시 의당면 황금들판에 보리물결이 출렁인다.
꺼끌꺼끌한 수염이 한가득인 황금물결 보리밭
▲ 공주시 의당면 용암리 꺼끌꺼끌한 수염이 한가득인 황금물결 보리밭

가을에 모든 곡식을 거둘 때, 보리는 그제서야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겨울에 얼어 죽지 말라고 보리밟기를 해 준다.
겨울이 떠난 자리엔 파릇파릇한 새싹 사이로 따사로움이 피어 올랐다.

어릴 적 내가 바라본 들판은 보리와 밀의 초록 융단이 펼쳐진 들녘이었다. 국민의 건강을 기원하고 부족한 쌀을 채우기 위한 보리와 잡곡을 권장하는 정부에 따라 마을 전체가 보리물결을 이루었다. 언제부터인지 오뉴월 보릿고개 시절은 가고 고소득 농사로 인해 보리 대신 마늘과 양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초록융단과황금물결 1
 ▲ 우성면 옥성리 마늘밭풍경

초록융단과황금물결 2
▲ 의당용현리  보리밭풍경

지금은 쌀보다 귀한 보리. 아직 익지 않은 푸른 보리밭에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바람 자리를 따라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이삭들이 서로 얼굴을 부딪히며 물결처럼 나부끼는 풍경을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나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초록융단과황금물결 3
▲ 공주생명과학고 뒤편 초록 융단이 펼쳐진 보리밭

밀밭
▲ 우성면 방문리  밀밭의 풍경

밀서리가 그때는 범죄인 줄도 모르고 밀밭 주인도 심하지 않으면 눈감아주던 시절이었다. 밀알이 익어 갈 때쯤 한두 포기 밀대를 꺾어다가 불을 지펴 익히면 파란 알갱이가 탱글탱글 익어가며 내뿜던 구수함을 잊을 수가 없다.

5월 중순이 되자 마늘과 보리 싹이 제법 많이 자라서 마늘은 쫑으로 나오고 보리는 누레져 간다.
봄이 되어 잔디처럼 자라 바다와 같은 평원을 이루고 초여름 황금물결을 이룬다.

밀밭풍경▲ 익어가는 밀밭풍경-우성면 방문리

초록융단과황금물결 4
▲ 우리지역 밀밭

초록융단과황금물결 5
▲ 추수전의 탱글탱글한 보리

익어가는 보리밭-공주의당면 용현리
▲ 익어가는 보리밭-공주의당면 용현리

논에서 익어가는 보리를 수확하고 난 자리에는 벼를 심어 2모작을 하여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였다.

쌀과 보리에 얽힌 이야기 중 쌀은 여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보리는 남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벼에는 수염이 없으나 보리는 수염이 있다. 쌀밥은 부드럽고 감미로워서 먹기가 좋으나 보리는 거칠고 쌀밥처럼 달콤하지 않다.

남성인 보리는 밭에서 생육이 가능하나 여성인 벼는 논에서 생육이 가능한데 어릴 때부터 묘판에 그대로 두면 벼 구실을 하지 못하므로 반드시 남성의 집인 논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보리는 싹이 난 그 자리에서 옮기지 않고 계속 살아가게 된다. 이들 생태는 여성은 시집을 가서 살아야 정상적인 여자구실을 할 수 있고 남성은 성장한 자기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정상임을 일깨워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남성인 보리는 익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리쌀
▲ 의당면 용현리 앞마당에 추수전 보리가 노랗게 익어간다.  
 
어릴 적 쌀이 귀한 시기여서 도시락을 검사하고 나라에서 잡곡을 권장하며 양조장의 밀주를 감시하곤 했다. 커다란 함지박에 보리쌀을 넣고 납작한 돌로 부드럽게 치대어 씻어 가마솥에 한두 소 큼 끓여서 건져 놓았다가 끼니때가 되면 보리3에 쌀1을 넣어 밥을 지어 아버지와 아들들한테는 쌀밥 쪽으로 밥을 푸어 주셨다.

그것이 그 시절 우리네 어머니의 가장과 아들에 대한 대우였다. 유독 입이 짧았던 나는 입맛 없다며 밥 수저를 내려놓는 아버지를 은근히 기다렸다. 입안에 굴러다니는 보리밥이 먹기 싫어 우물우물 물고 있으면 아버지는 어느새 수저를 내려놓고 나가신다.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니 그립고 숙연해진다.

꽁당 보리밥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보리로만 밥을 지은 것이다. 부드럽게 돌로 치대고 한번 삶아서 밥을 했음에도 그때 보리밥을 너무 먹어서인지 몸에 좋다는 면역력이 많이 생겨 “참 건강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지만 보리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보리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나는 달갑지가 않다. 그 보리밥을 남편은 그리워한다. 말 그대로 꽁당보리밥이다.

초록융단과황금물결 6

저녁밥상1
▲ 저녁밥으로 차려준 보리밥 비빔밥

초록융단과황금물결 7
▲ 저녁밥상

초록융단과황금물결 8
 ▲ 의당 용현리 마을의 황금들판을 축제로 승화시키면 좋을것같다.

밀과 보리대공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
저 멀리서도 내 얼굴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자연의 손길이자 바람의 손길이 그립다.

우리지역의 안전 먹거리를 책임지는 우성과 의당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이제 밀과 보리밭은 곧 논으로 변할것이다.

올 가을 또다른 풍경이 기다려진다.
 

세로토닌옥낭자님의 다른 기사 보기

[세로토닌옥낭자님의 SNS]
  • 페이스북 : dhxjsjxb@gmail.com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